죽을 수도 없는 병, '아토피'…환자들은 '가려움'과 '시선'에 울었다
상태바
죽을 수도 없는 병, '아토피'…환자들은 '가려움'과 '시선'에 울었다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01.12 0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려움, '삶의 질' 떨어뜨리는 요소…타인의 시선 가장 두려워
끝없는 치료 과정이 '삶의 방향' 바꿔

"치료를 해도 희망이 안 보이는 것. 어떻게 해야 나을지 모르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환자 A씨

"아토피 증상이 있는 가려움은 끊을 수가 없어요. 긁다보니 피부가 헐고, 헌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가려워지는 악순환의 반복이었어요." -환자B씨

"아이가 평생 쓸 로션을 사다놓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환자가족 C씨

"긁다가 긁다가 긁다보면 아침이 왔어요. 그렇게 1년을 살았어요." -환자D씨

나는 아토피 환자입니다 중증아토피 환자를 위한 가이드북에서 발췌
나는 아토피 환자입니다 중증아토피 환자를 위한 가이드북에서 발췌

아토피피부염 증상 변화에 따라 삶을 맞춰온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아토피환자입니다'가 최근 발행됐다. 이 책 속에는 아토피피부염과 인생을 살아온 환자들과 그 가족의 인터뷰가 담겨져 있다.

이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 여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으로 '끊임없이 지속되는 가려움'과 '타인의 시선'을 꼽았다.

치료를 위해 개개인에 맞는 방법을 찾기까지의 여정은 더 험난하다. 의료기관에서 처방한 약제가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한 환자의 경우 스테로이드제제 부작용으로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심해지기도 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대안으로 시도한 민간요법과 한의치료는 질환의 상태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간절해서 찾은 대안들이 실패하고 악화와 완화의 롤로코스터 속에서 증상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 봤다.

"아토피와 함께 살아요", 환자 케이스

환자 A씨는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언제 심해지는지,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치료과정에서 힘든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아토피가 심해지면 지속되는 가려움으로 밤을 새기 일쑤였고, 상처에 염증이 생겨 옷이 피범벅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휴학을 고려할 정도였다.

치료과정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그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얼굴이 울긋불긋한 그에게 "얼굴이 왜 그러냐"고 묻는 아이의 물음에 밤새 울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하다. 그는 아토피가 나으면 먹고 싶은 걸 다 먹고 싶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해지면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광선 치료를 해도 한 때 뿐이었다. 그는 그렇게 10년을 넘게 치료를 이어오면서 스테로이드 용량을 줄이고 항히스타민제는 아침저녁으로 먹는, 자신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찾아냈다.

그 이후 지인의 소개로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접했다. 보험처리를 위해 3개월 간 면역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를 먹었는데, 증상에는 차도가 없고 무기력감이 심해졌다. 이후 생물학적제제로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생물학적제제 치료 후 "안 긁고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올라가더라"고 말했다.

치료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생물학적제제를 맞으며 달라진 삶을 살고 있는 그는 다른 아토피 환자와 가족들에게 이 말을 전했다. "자기에게 맞는 병원과 의사 선생님을 찾고, 좋은 치료를 찾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어렸을 때 매일 긁었던 기억밖에 없어요."

환자B씨는 발병 이후 스테로이드제제와 항히스타민제제를 처방받아 치료를 시작했다. 급격히 증상이 심해진 건 군대를 다녀온 뒤였다. 훈련소에서 씻지 못하고 훈련을 받는 기간에는 얼굴, 눈, 인중과 턱 주변을 포함한 상반신에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아토피가 심해지면, "정도가 다른 가려움이 지속돼 긁고, 피부가 헐고, 헌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가려워지는 악순환의 반복"을 가장 힘든 부분으로 꼽았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앓았던 그는 치료방법을 바꿔 한의원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효과는 그때 뿐이고 좋았던 순간도 있지만, 안 좋을 때는 이전에 좋았던 게 다 사라질 정도로 안 좋아졌다고 한다.

다른 아토피피부염 환자처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 다녔다. 블로그, 지식인, 카페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이 해보고 좋았다는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하기도 했다. 2018년 2월 유명한 병원과 전문의를 알게 돼 직접 진료를 받았다. 이후 스테로이드제제와 국소칼시뉴린억제제를 처방받아 증상이 개선되고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는 "아토피를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 행복하다"고 한다. 아토피 때문에 잠시 자신의 꿈은 미뤄뒀지만 최상의 기량을 보일 수 있을 때 꿈을 위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 희망을 잃지 말고 치료에 의지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는 그는 아토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아토피가 있는 사람들에게 장난치지 말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달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죽을 병은 아닐지라도 아토피는 너무 괴롭고 고통스럽고 삶의 질을 떨어뜨려요. 정말 힘든 병이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피부과라는 피부과는 다 다녔죠"

환자가족 C씨는 막내 아들이 아토피피부염 환자다. 태어날 때 태열이 심했던 막내아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증상이 심해져만 갔다.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피부과라는 피부과는 다 다녀봤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것을 다 해봤다고 한다.

바르는 약, 먹는 약 모두를 써 봤지만 어떤 방법이든 알레르기 반응이 나왔던 막내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자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져 증상이 악화돼갔다. 체질을 바꾸기 위해 한의원에서 약을 달여 먹였지만 1년 가까이 지속된 치료에 탈모가 찾아왔다.

대학병원을 찾아 치료를 하면 낫겠다 생각했지만 처방되는 스테로이드제제나 면역억제제는 갈수록 세져만 갔고 6~7년 치료를 거듭하다 중단했다.

그는 "아이가 평생 쓸 로션을 사다놓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로션을 많이 쓴다고 했다. 아들의 치료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떤 걸해도 낫지

않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정보를 계속 찾아다녔던 그는 중증아토피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카톡방을 통해 정보와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이후 생물학적제제가 나왔다는 정보를 듣고 치료를 시도했다. 이전 치료보다는 차도를 보이고 있어 치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아토피 환자와 가족들에게 어떤 말을 한다는 게 어렵다는 그는 아토피 환자들을 보면 ‘보통 아픈 사람이구나’하고 한 번 쳐다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런 게 좋다더라, 이렇게 해봐라” 하는 말은 아이도, 엄마에게도 다 상처가 돼요. 묻지 않으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 순간에 찾아온 악화

환자D씨는 어린 시절 강력한 스테로이드제제 사용이 악화를 부른 케이스다. 이후 2~3년에 한번 정도 증상이 심해졌다고 완화되는 반복을 경험하고 있다.

증상이 있을 때는 피부과와 한의원 치료를 반복했다는 그는 지속적으로 정보를 찾아 다녔다. 자신이 공기에 민감하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산을 찾았지만 산에서 내려오면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험을 반복해야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전신에 아토피 증상이 생겨 친구들로 부터 해골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대학 진학을 준비할 때는 긁다가 긁다가 긁다가보면 아침이 찾아왔다. 그는 그렇게 1년을 보냈다고 했다.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꾸준히 포털과 커뮤니티를 이용한 그는 생물학적 제제가 국내 출시되자마자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운이 좋게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산정특례 제도를 통해 치료비 일부를 지원받아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치료법과 지원이 나오고 있다. 좀 더 넓게 보고 희망을 가지고 버티라"며 책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