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주 키워드 '20과 15 사이'...콜린 협상 판가름 낼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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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주 키워드 '20과 15 사이'...콜린 협상 판가름 낼 숫자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7.12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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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협상안, 환수율 최종 20%...제약 "조금만 더 아래로"
승패없는 싸움이라면 윈윈전략은 협상타결

뇌혈관질환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재협상 만료일(13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12월 협상명령이 내려진 지 만 7개월의 대장정이 종착점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재협상기간이 만료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예측되는 경우의 수는 '급여삭제' 또는 '재처분', 둘 중 하나. 여기서 '재처분'은 재평가 결과 선별급여로 고시된 치매 이외 적응증에 대한 급여를 삭제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처분이지만 '급여삭제'든, '재처분'이든 또하나의 소송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같다.

콜린협상 종료일 이틀을 앞두고 이렇게 말머리를 길게 잡은 건 그만큼 협상 당사자인 건보공단과 이른바 콜린업체들 모두에게 협상 결렬은 상당히 부담스런 일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건보공단이 합의 가능한 안으로 환수율을 30%에서 20%로 더 낮춘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건보공단은 1차 협상에서 환수율 100%로 시작해 종료 시점에서 50%로 낮췄었다. 이어 재협상을 시작하자마다 과감하게 30%를 제안했고, 다시 20%라는 양보안을 더 내놨다. 이쯤되면 건보공단은 합의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콜린업체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일단 '결렬과 뒤따를 급여삭제 또는 재처분, 다시 이어져야 할 또다른 소송'이라는 그림은 매우 부담스러운 시나리오다. 계속되는 사회적 비난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20% 환수율을 흔쾌히 받을 수도 없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리 주판알을 튕겨도 떠안아야 할 손실이 너무 크다. 

가령 제약산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7% 수준(한국은행 2019년판)에 불과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20% 환수율에 합의하라는 건 콜린을 팔아서 생긴 손실을 다른 제품에서 생긴 이익으로 충당하라는 의미다. 콜린으로 발생한 순익을 포기할 수 있는 있겠지만 손실까지 감내하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협상방식도 걸린다. 2011년 일괄인하 당시 조건부급여 약제 사례를 보면, 임상기간 5년 동안 적용된 환수율은 13% 수준이었다. 따라서 콜린업체들이 봤을 때는 과거 사례에 비춰 처음부터 10~15% 사이에서 밀고 당기기를 했어야 하는 게 합당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은 완전히 다르다. 건보공단은 100에서 20까지 내려왔는데, 콜린업체는 10에서 시작해 20도 받기 어렵다고 하니 외부의 시선은 콜린업체에게 더 차가울 수 밖에 없다. 콜린업체들이 건보공단에 20%보다 더 낮은 추가 양보안을 기대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20과 15 사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수치를 눈앞에 두고 결렬을 선언하는 건 어느 쪽에도 이롭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콜린협상 합의는 기존에 체결된 '장래의 가능성'에 대한 계약이 아닌, 진행중인 임상재평가 약제에 대한 실질적인 환수계약을 최초로 체결한다는 점에서 정부나 보험자에게 큰 의미가 있다. 또 이 것이 결렬이후 추가로 더 겪어야 할 지난한 법적다툼을 회피하는 현명한 대처방식이기도 하다.

콜린업체들도 10% 틀을 깨고 좀 더 20%에 가깝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물론 손실을 감내하는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이번 합의가 향후 임상재평가 약제에 대한 환수율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의미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제약사들은 사용량-약가연동 협상 등을 통해 임상재평가 시 환수율 100%에 계약을 체결한 상태인데, 이 계약들은 이번 합의가 이뤄지면 같은 비율로 재조정될 것이다.

지난 7개월의 공방은 지난했다. 콜린업체들이 행정소송, 행정심판, 헌법소원까지 10건이 넘는 법적·행정적 자구책을 모색하는 동안 정부/보험자-제약 양측 모두 유·무형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왔고, 이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이틀. 아마도 막판 긴장의 끈은 더 팽팽해지고 협상 당사자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할 것이다. '20과 15 사이'가 너무 가깝고, 또 너무 먼 거리로 '오버랩' 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콜린협상이 처음부터 승패를 겨루는 싸움이 아니었다면 타결만이 '윈윈전략'이라는 걸 당사자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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