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대변인 출신 여당의원 수술실 CCTV법안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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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대변인 출신 여당의원 수술실 CCTV법안도 거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2.1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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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의원 의료법개정안에 검토 의견 제시
"방어진료 유도...환자에 심각한 위협 초래"
환자단체, '환자보호3법' 규정...신속처리 요구

이른바 '수술실 CCTV' 설치법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의사단체는 과거 단체 대변인을 지냈던 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사 법률안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나섰다. 이 개정안은 다른 법률안과 달리 CCTV 설치를 의무화한게 아니라 자율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인데도 의료인의 방어진료를 유도해 환자에게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존의 강경모드를 유지했다. 

의사단체의 이런 주장과 달리 수술실 CCTV법안은 환자단체가 '환자보호3법'으로 규정해 신속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법률안이다.

의료사고 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 CCTV 설치법안 등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국회소통관 공동기자회견 모습.
의료사고 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 CCTV 설치법안 등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국회소통관 공동기자회견 모습.

이 같은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홍형선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 개정안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겨졌다.

주요내용은 환자 및 보호자와 의료기관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술실 등 의료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CCTV 촬영을 위한 요건으로 환자와 보호자, 의료기관 종사자의 동의 요건을 명시하고, 촬영한 영상 정보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목적 외에 사용되지 않도록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유사입법안으로는 김남국 의원과 안규백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따라서 이 개정안은 앞선 2개 법률안과 병합 심사된다.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은 어떻까. 

보건복지부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분쟁 해결 등을 위해 수술실 CCTV설치가 필요하다는 입법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는 목적, 효과, 부작용 등 당사자 간 입장 차가 첨예하고 입법 시 부작용 및 갈등비용을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환자안전제고를 위한 단계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CCTV의 설치 운영 비용 등 의료기관의 운영과 관련된 사항은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충당할 필요가 있다. 국가 등의 비용지원과 관련된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단체는 "CCTV 설치로 인해 의료진의 방어진료를 유도해 환자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는 국민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며, 집중을 요하는 고난이도 수술이 이뤄지는 수술실 등 의료 현장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입법 추진"이라고 주장했다.

또 "나아가 수술을 상시 동반하는 진료과의 전문의 기피 현상 및 전공의 수련 기회 부족 심화로 인해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와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며, 수술의가 부족한 우리나라 의료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결국 의료 인프라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이어 "환자의 외과수술 장면 등 환자의 민감한 신체 정보가 유출될 경우 환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문제와 심각한 인권 침해가 우려되며, 수술실 CCTV 촬영이 이뤄질 경우 영상자료에 대해 관리 감독을 하더라도 확인 과정에서 운영자 등 관계자들의 손을 거치며 영상 노출의 위험성은 물론 해당 영상유출 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를 얻어야 할 중대한 사안으로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홍 수석전문위원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된 수술실 의료행위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환경인 점을 감안해 부정의료행위나 범죄행위의 예방과 규명을 통해 환자의 안전과 존엄을 확보하고자 하는 개정안들의 입법취지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개정안(신현영의원안)은 앞서 제출된 두 개정안과 달리 CCTV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아닌, 자율설치의 근거와 운영요건을 입법화하는 내용으로 현재, 그리고 장래 설치될 수술실 내 영상정보처리장치의 운영에 관한 구체적 규율을 의료법에 마련한다는 점에서 입법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8월 전신마취 수술실을 갖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총 1,842개 의료기관(병원급 1,209개소, 의원급 633개소) 중 60.8%의 의료기관이 '수술실 출입구'에 CCTV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4%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이미 설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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