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첩약급여 확정...'의·정' 격랑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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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첩약급여 확정...'의·정' 격랑속으로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0.07.27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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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가 열린 서울서초동 국제전자센터 앞마당 앞에서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이 뒤엉켜 기자회견을 겸한 집회를 열고 있는 각 단체들.
지난 7월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가 열린 서울서초동 국제전자센터 앞마당 앞에서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이 뒤엉켜 기자회견을 겸한 집회를 열고 있는 각 단체들.

의사협회가 총파업 카드까지 꺼내 들며 강력하게 반대했던 정부의 첩약 시범사업이 결국 시행된다. 지난 24일 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고 오는 10월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그동안 첩약 시범사업을 반대하며 총파업 등 모든 동원 가능한 방법을 통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공개 표명해왔다. 코로나19로 국민 모두가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만약 의료기관의 총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의정간 관계는 더욱 격랑속으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의협은 최근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한방첩약급여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등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는데, 조만간 임시총회를 열고 총파업 등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는 최대집 의협 회장이 지난 23일 긴급기자회견에 밝혔던 내용으로 총파업은 오는 8월 14일 또는 18일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의협 뿐 아니라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의학회, 대한약학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의대의전원협회 등 7개 전문가단체도 과학적 검증이 없고 급여화에 대한 원칙도 무시된 첩약 급여화에 반대한다며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범 의약계가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반대하기 위해 지난 17일 비생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범 의약계가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반대하기 위해 지난 17일 비생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처럼 의약계는 비대위까지 구성하며 첩약급여 시범사업에 반대했지만 추진추진을 중단시키는데 실패했다. 

범의약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의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대상 및 기준 확대를 추진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문재인정부 공약이었던 '생애주기별 한방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지난해 4월 17일 한의약계와 약사회 등 의약단체들과 협의를 거쳐 2019년 10월 치료용 첩약에 대해 급여화하는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기간에 첩약의 비용 대비 치료 효과성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후 평가작업을 거쳐 보험적용 필요성과 보험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르면 2020년, 늦어도 2021년에는 첩약에 대해 보험급여를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의약계의 반대가 극심한만큼 3년간 시범사업으로 선회, 그 검증과정을 한층 명확히 밟아가기로 했다.

대한한약사회는 24일 건정심 회의 직전 서초동 심평원 앞에서 첩약보험 시범사업에 대한 특정직능 퍼주려는 첩약보험 중단을 촉구했다.
대한한약사회는 24일 건정심 회의 직전 서초동 심평원 앞에서 첩약보험 시범사업에 대한 특정직능 퍼주려는 첩약보험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국민에게 더 많은 급여혜택을 제공하는 대의가 있다. 이를 저지한 의약계 입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설득할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한의계와의 반목이 직능이기로 비쳤다는 점도 '진정성'을 약화해 설득력이 떨어졌다. 시범사업이 거론될 때부터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음에 일반 국민들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첩약이 비과학적이기에 보험급여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약계의 주장은 기존 한방의료시스템과 한약재라는 틀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보인다.

또 의협 외에 약사회 등 여타 직능과 조직의 반발은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도 의협 홀로 정부와 국민 여론을 반전시키기는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건정심을 앞두고 약사회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추진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반대했다. 대상인 한약재의 안전성, 유효성 확보가 우선돼야 하며 첩약이 한약제제보다 유효성, 안전성, 경제성 측면에서 우월하지 않고 원외탕전실 불안전성을 문제삼는데 그쳤다. 이해관계에 따라 직능별 접근방식이 다른 상황이다.

한의계는 24일 첩약급여 시범사업 추진이 확정된 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사진은 24일 오후 건정심 개최에 앞서 시범사업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계는 24일 첩약급여 시범사업 추진이 확정된 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사진은 24일 오후 건정심 개최에 앞서 시범사업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의약계 반대에도 건정심서 시범사업 확정
정부 '한방진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 지속 추진
의약계 안전·효과·재정 등 문제점 지적 불수용

반대로 한의계는 24일 정부의 첩약급여 시범사업 확정에 대해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히며 성공적인 시범사업으로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는 등 반대의 성토했던 의약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첩약 급여 시범사업에 대해 의협과 여타 단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국민을 설득해나가는가에 따라 정부의 정책 방향도 변화는 있을 수 있다. 단순 직능이기로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반대의 목소리는 앞으로 힘을 받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향후 의협의 임시총회 등에서 나올 투쟁방식도 국민의 시선을 제대로 읽지 못할 경우 역효과만 얻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의료진의 노력과 고마움을 희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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