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재정 3조6천억원 실손보험사에 새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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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재정 3조6천억원 실손보험사에 새 나갔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6.01.1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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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노조, "부과체계 개편 등 시급"...공익감사 청구도

건강보험으로 운영되는 본인부담상한제가 잘못 운영돼 실손의료보험사들에게 6년 간 무려 3조6000억원이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잘못된 부과체계와 도덕적 해이로 인해 소중한 건보재정이 민간 업체에 줄줄 새고 있다는 내용이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위원장 박표균)은 201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받은 사례 중 민간 의료보험사가 혜택받은 금전적 규모를 집계한 결과, 3조6325억원의 건보재정이 새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고 18일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본인부담상한제는 '맞춤형 복지 국정과제'로 건강보험료의 등급구간을 기존 3단계에서 7단계로 세분화시켜 저소득층 진료비본인부담 상한액은 낮추고(200만→120만원), 고소득층 상한액은 높이도록(400만→500만원) 개선된 후 처음 적용되는 것이지만 구조적 요인과 편법으로 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8월 12일부터 178개 지사에서 2014년에 의료기관(병의원, 약국 등)에서 환자나 환자 가족이 지불한 의료비(비급여 제외)에 대한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지급된 2014년도 의료비에 대한 '본인부담상한제' 적용결과, 120만명이 9741억원의 의료비 혜택을 받아, 2013년보다 4203억원을 더 지급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저상한액이 2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2013년 9만9000명(1861억원)에서 2014년 21만4000명(2995억원)으로 대상자 수가 117%(대상 금액 61%) 증가했다.

노조는 특히 2004년 7월부터 시행된 본인부담상한제는 2014년 진료비 기준 1인당 평균 81만원으로 많게는 수천만원이 지급되는 고액의 건강보험 급여제도라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지역본부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지급분에서 최고 금액인 6850만2090원이 발생했다. 이처럼 보험 혜택이 큰 제도가 잘못된 부과체계, 수진자와 요양기관의 담합, 실손 의료보험사들에 의해 줄줄 새나가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기준보험료(1년간 월평균 건강보험료) ▲1년 간 부담한 의료비(비급여 제외)의 초과상한액으로 결정돼, 월평균 건강보험료가 적을수록 상한제급여가 커진다. 이 때문에(상한제 적용금액을 높이기 위해) 직장피부양자가 지역가입자로, 지역세대원에서 단독 지역세대주로 변경하는 사례가 만연한 실정이라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노조는 "일선 지사 직원들은 본인부담상한 금액을 최고액으로 적용받으려고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지역세대원에서 단독 지역세대주로 전입 등이 가입자들 사이에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고 하소연 한다"고 밝혔다.

주택 세 채 이상을 소유한 고액자산가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는 한 푼도 안내면서 수백만원의 상한제 환급금을 수령하는 이중혜택 사례가 지난 3년 간 누적 3만3743건 669억3600만원에 달하고, 갈수록 증가세인 상황임에도 정부 당국은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 2년, 당정협의회 6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라는 지적이다.

청구와 지급 시스템 허점을 악용해 허위청구와 부정수급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의료기관은 연간 본인부담액이 500만원이 초과된 진료비전액을 건보공단으로부터 지원(2014년 진료기준 29만7000명, 1406억원)받을 수 있고, 환자 가족 또한 상한제 환급금을 돌려받기에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나 허위청구를 눈감아주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는 "민간 실손의료보험사들이 이 제도를 악용해 일명 '빨대'를 꽂고 건보재정을 갉아먹는다"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일례로 H화재 등 실손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본인부담상한제를 적극 활용할 것을 독려하며 이 제도 수혜자에게는 해당 액수를 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실손 의료보험사들을 상대로 손해율과 관련한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들의 불법·탈법적인 보험재정 '빨아먹기'에 대해 공익감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민간보험사들이 말하는 손해율에 대해서도 그 실체를 규명하는데 모든 자원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노조는 "잘못된 부과체계와 재정누수 현상은 의료비지출관리 업무 이원화로 허위·부당청구 사전관리 시스템이 결여돼 보장성 강화가 어려운 구조로 돼있기 때문"이라며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간 분명한 역할구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는 올해 총력투쟁 의제로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실손 의료보험 실체 규명 ▲사전적 재정누수방지대책 등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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