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치료제는 약이 아닌 삶의 마지막 기회"
"환자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암 자체가 아니라 '급여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입니다."
전이성 대장암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40대 환자 공헌봉 씨가 국회에서 자신의 투병 경험을 공개하며 3차 치료제의 신속한 도입과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촉구했다. 환자의 배우자 역시 실제 치료 경험을 소개하며 "경제적 여건 때문에 치료 기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공 씨는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개최한 '조기 치료접근이 생존을 좌우하는 전이성 대장암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 패널토론에서 환자를 대표해 이 같은 목소리를 전했다.
"재발 뒤 마주한 현실…치료보다 먼저 막힌 것은 제도였다"
공 씨는 자신이 40대에 대장암 진단을 받았지만 당시 국가 대장암 검진 대상이 아니었다며 젊은 층의 조기 진단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그는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해 전이성 대장암 환자들의 현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저 역시 처음에는 대장암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고, 확진 후에는 열심히 치료받으면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통스러운 수술과 항암치료를 견디며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암이 재발하고 전이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현재 국내 치료환경의 한계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공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대장암 3차 이상 치료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급여 치료 옵션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환자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암 자체가 아니라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급여 치료제가 없다'는 말을 듣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직장도 포기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잦은 항암치료와 검사, 낮은 백혈구 수치로 몸은 늘 조심해야 했지만 긴 치료 과정을 이해해 주는 회사는 드물었다"며 "결국 퇴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때부터 생활비와 치료비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경제적 이유로 치료 포기…환자와 가족 모두 무너진다"
공 씨는 경제적 부담이 환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여 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40대인 저도 약값이 엄청난 부담이었다"며 "결국 전세 아파트를 떠나 국민임대 월세 아파트로 이사했고 그 차액으로 생활비와 병원비를 감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40대도 이런데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20~30대 젊은 환자들의 부담과 절망은 얼마나 클지 생각만 해도 처절하다"며 "60대 이상 환자들 가운데는 자녀들에게 약값과 간병비 부담을 주기 싫다며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환자들이 좁은 원룸이나 병상에서 홀로 삶을 이어가는 현실을 언급하며 "환자들이 존엄을 지키며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전이성 대장암 3차 이상 치료제가 이미 보험 급여로 사용되고 있다며 국가 간 치료 접근성 격차도 지적했다.
공 씨는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데 어느 나라에 사느냐에 따라 치료 기회가 달라지는 현실은 환자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준다"며 "모든 치료제가 모든 환자에게 같은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기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 조금이라도 더 좋은 상태로 일상을 유지할 기회, 암성 통증 없이 살아갈 존엄, 그리고 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이성 대장암 환자들에게 3차 치료제는 단순한 의약품이 아니라 삶을 이어갈 또 하나의 기회"라며 "경제성 논리보다 아직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먼저 열어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마스크 벗고 야구장 갔던 그 시간…다른 환자들도 누렸으면"
이어 발언한 공 씨의 배우자는 치료제 하나가 환자의 일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직접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우의 보호자로 4년을 살아오면서 약을 바꿀 때마다 좋아질 때도, 나빠질 때도 있었다"며 "특정 치료제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이전과 달리 호중구 수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부작용도 거의 없어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전 치료를 받을 때는 감염 위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을 가야 했다"며 "그 치료를 받는 동안만큼은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응원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고 회상했다.
배우자는 "저희는 남편을 살릴 수 있다면 평생 모은 돈을 모두 써서라도 치료를 이어갈 생각이었지만 그런 선택조차 할 수 없는 가정이 훨씬 많다"며 "아이를 키우거나 부모를 부양하는 환자들은 치료비 부담 때문에 더 힘든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관계자들이 조금만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 경제적 형편과 관계없이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