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급여·NGS 검사 제한이 환자 치료 기회 막아"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생존을 늘리기 위해서는 3차 이상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신약 급여와 유전자검사(NGS)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최근 효과가 입증된 3차 치료제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치료 성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상당수가 비급여에 머물러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치료 목표 역시 단순한 생존기간 연장이 아니라 삶의 질(QoL) 유지까지 포함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신약 도입과 급여, 정밀의료 체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 주최로 24일 열린 '조기 치료접근이 생존을 좌우하는 전이성 대장암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침묵 속에 전신으로 퍼지는 전이성 대장암-질환 개요 및 특성과 환자들의 현실과 미충족 수요'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 전이성 대장암 치료의 한계와 개선 과제를 이같이 제시했다.
이 교수는 먼저 대장암이 국내에서 가장 부담이 큰 암종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신규 암 환자는 28만2047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대장암은 3만3158명으로 전체의 11.8%를 차지해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발생률 3위이며, 5년 유병률도 전체 암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암 사망 원인에서도 폐암과 간암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할 만큼 질병 부담이 크다.
하지만 질환이 전이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국소 대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93.8%에 달하지만 전이성 대장암은 20.3%까지 떨어진다. 특히 간과 폐 등 여러 장기로 전이가 진행될수록 생존율은 더욱 낮아지며, 절제가 가능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의 예후 차이도 매우 크다.
이 교수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간 전이가 발생하고 이후 폐와 복강, 원격 림프절 등으로 암이 퍼질 수 있다"며 "재발이나 전이를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개입하는 것이 생존 연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3차 치료 효과 입증됐지만 국내는 급여 공백"
이 교수는 최근 전이성 대장암 치료의 가장 큰 변화로 3차 이상 치료의 중요성을 꼽았다. 그는 "3차 이상 요법이 효과를 인정받은 것은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며 "예전에는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치료가 많지 않아 대부분 1차 또는 2차 치료에서 치료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연구를 통해 3차 치료의 효과가 확인되면서 환자 치료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3차 치료 상당수가 아직 급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치료를 받고 싶어도 비용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허들"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옥살리플라틴과 이리노테칸 기반의 1·2차 표준 치료까지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후에는 일부 특정 유전자 변이 환자를 제외하면 NCCN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프루퀸티닙(Fruquintinib), 레고라페닙(Regorafenib), 트리플루리딘·티피라실(론서프)+베바시주맙 등의 치료를 고려하지만 대부분 환자가 비급여 부담을 안고 치료해야 한다.
이 교수는 "레고라페닙과 론서프 등은 과거 급여 논의가 있었지만 비용효과성 문제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허가는 돼 있어도 환자가 전액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손보험이 있거나 경제적 여력이 있는 일부 환자만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비용 부담 때문에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중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삶의 질"
이 교수는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서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유지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이성 암은 아직 완치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치료 목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이 진행될수록 암 자체의 증상과 항암제 독성이 겹치면서 환자의 신체 기능은 물론 정신적 부담도 커진다"며 "삶의 질은 떨어지는데 생존기간만 늘리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치료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 신약 개발도 생존기간뿐 아니라 삶의 질 유지와 독성 감소를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자료에서도 의료진은 3차 치료 단계에서 전체생존기간 연장과 함께 삶의 질 유지를 주요 치료 목표로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 전이성 대장암 환자는 신체 기능뿐 아니라 통증, 불안·우울 등 정신건강 영역에서도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GS 검사 제한이 신약·임상시험 접근도 막아"
이 교수는 정밀의료 기반 확대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면역항암제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는 전체의 5% 미만"이라며 "95% 이상은 결국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맞춤 치료와 신약 개발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NGS 검사 급여 제한이 확대되면서 검사 자체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없으면 신약 임상시험 참여도 어렵고 새로운 치료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다"며 "세계적으로는 정밀의료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검사가 제한되면서 환자들이 신약과 임상시험 접근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이 해외에서 허가돼도 국내 도입과 급여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며 "일부 환자는 치료를 위해 해외로 가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급여가 인정되면 환자 접근성이 높은 의료체계를 갖고 있지만, 급여 인정까지의 과정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며 "신약 도입부터 급여, 임상시험 접근성까지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객원교수(의약품규제과학센터장)가 좌장을 맡았으며,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구동회 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주제 발표했다. 이어 환자 당사자인 공헌봉 님과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어윤호 데일리팜 팀장, 이소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 김민정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이 패널토론에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