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회 “40~50대라도 최소 1회 검사 기회 필요”
"전립선 질환은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발병확률이 올라가는 질환이다. 30대는 30%, 50대는 50%, 80대는 80%의 확률로 모든 남성들이 걸릴 확률이 있다. 본인, 아들, 아버지, 남편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는, 남의 이야기가 전혀 아닌 우리 가족의 이야기다." -전립선암 환자 A씨
전립선암이 국내 남성암 가운데 발생률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가 암검진 체계에서는 제외돼 있어 제도적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계와 환자단체는 조기 발견을 위한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 도입과 정밀의료 기반 치료 접근성 확대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립선암이 국가 암 관리 체계에서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조기 진단을 위한 PSA 검사를 국가암검진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성암 발생 2위인데 국가검진 제외
21일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립선암 신규 환자는 2만754명으로 남성암 가운데 발생률 2위를 기록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률도 가파르게 상승한다. 65세 이상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이 416.1명에 달한다. 학계에서는 고령사회로 접어들수록 전립선암 환자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는 전립선암 검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국가검진 대상 암은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남성에게 특화된 전립선암 검진은 제도권 밖에 놓여 있다.
학회는 이를 두고 “여성은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검진을 통해 제도적으로 조기 발견 기회를 보장받고 있지만, 남성은 전립선암 검진을 개인 선택과 비용 부담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전립선암은 국내에서 이미 주요 남성암으로 자리 잡았지만 국가 관리 체계에서는 여전히 충분한 정책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남성 건강 정책의 공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초기엔 증상 없어 조기검진 중요”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배뇨 이상 등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할 경우 치료 성적은 매우 좋은 편이다.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9~100%에 이르지만, 암이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생존율이 49.6% 수준으로 크게 낮아진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조기 진단 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국내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고위험군 상태에서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조기검진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학회 관계자는 “조기 단계에서 발견하면 치료 성공률이 매우 높지만, 현재 제도에서는 조기 진단 기회가 제한적”이라며 “전립선암 관리 체계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조기 발견 가능
PSA 검사는 전립선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수치를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검사 과정이 간단하고 비교적 비용 부담도 크지 않아 전립선암 조기 발견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학회는 PSA 검사가 암 가능성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또 환자의 위험군 분류에도 도움이 된다. PSA 수치와 환자의 연령, 임상적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치료 전략을 보다 정밀하게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학회 측은 “PSA 검사를 통해 환자의 위험도를 조기에 파악하면 불필요한 과잉치료를 줄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PSA 검사와 관련해 일부에서 제기되는 과잉진단 우려에 대해서는 명확한 진료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학회는 “PSA 검사 자체보다 검사 이후의 진료 과정이 중요하다”며 “과잉진단 문제를 줄이기 위한 임상 가이드라인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 치료도 ‘정밀의료 시대’
환자 증가와 함께 전립선암 치료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술이나 호르몬 치료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환자의 유전적 특성과 질환 단계에 맞춘 정밀의료 접근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PARP 억제제 등 유전자 표적치료제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PSMA 방사성 리간드 치료(RLT)처럼 방사성 의약품을 이용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치료법도 주목받고 있다.
면역항암제와 진단·치료를 결합한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역시 진행성 전립선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릴 차세대 치료 전략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첨단 치료법은 비용 부담이 크고 지역별 의료 접근성 차이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회는 “정밀의료 기반 치료가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기까지는 제도적 장벽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신약 급여 확대와 유전자 패널검사 지원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우회 “PSA 검사 도입 10년째 요구”
환자단체도 PSA 검사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박원재 전립선암환우회건강증진협회 사무처장은 “환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PSA 검사 도입”이라며 “환우회는 지난 10년 동안 정부에 PSA 검사를 국가검진에 포함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지만 아직도 답보 상태”라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환자와 의료진, 환자 가족 모두가 PSA 검사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며 “40~50대 남성에게 최소 한 번이라도 PSA 검사를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면 많은 환자들이 조기에 병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기검진 제도 도입 더 미룰 수 없어”
고영휘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편집위원장(이대비뇨기병원 교수)은 “전립선암은 조기 발견 여부에 따라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달라지는 질환”이라며 “PSA 검사를 국가검진 체계에 포함시켜 남성들도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로 환자 수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조기검진 제도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검진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계와 환자단체는 전립선암 대응을 위한 핵심 정책 과제로 ▲고위험군 남성 대상 PSA 검사 도입 ▲과잉진단 우려 해소를 위한 임상 지침 마련 ▲정밀의료 기반 치료 접근성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립선암은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며 “남성 건강을 위한 국가 차원의 검진 정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