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치료 선택지 부족”…조속한 보험 적용 요구
하이드록시우레아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치료가 어려운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와 환자단체에서 다시 제기됐다. 특히 해당 환자군에서 유일한 치료 대안으로 평가되는 ‘베스레미’의 건강보험 급여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윤석윤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19일 한국혈액암협회가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우를 대상으로 개최한 ‘메디컬 멘토링’ 행사에서 최신 치료 지견을 소개하며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윤 교수는 “베스레미는 국내 임상 연구에서 치료 이력과 관계없이 완전혈액학적반응(CHR)과 분자학적반응(MR)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며 “특히 하이드록시우레아에 불응하거나 부작용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치료제”라고 말했다.
진성적혈구증가증은 골수의 체세포 돌연변이로 인해 골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희귀 혈액암이다. 혈액세포가 과다하게 생성되면 혈액 점도가 높아지면서 혈전증이나 색전증 등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될 경우 골수섬유증이나 급성골수성백혈병 등 다른 악성 혈액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치료제는 하이드록시우레아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이 약에 반응하지 않거나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장기간 복용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환자군에서 치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하이드록시우레아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의 평균 기대여명이 약 1.2년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윤 교수는 “하이드록시우레아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은 치료 대안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질환이 빠르게 악화될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 도입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스레미는 국내 임상에서 치료 이력과 관계없이 의미 있는 치료 반응을 보였지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 접근성이 제한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속한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환자들도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했다. 일부 환자들은 하이드록시우레아 복용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기거나 혈구 수치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질환 악화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환자들은 또 베스레미의 치료 효과와 향후 급여 적용 가능성 등에 대해 의료진과 활발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베스레미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이후 국내 급여 등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2023년 한 차례 건강보험 급여 신청이 보류됐지만 2024년 3월 재신청이 이뤄져 현재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됐으며 최근 경제성 평가도 완료된 상태다.
환자단체는 베스레미의 급여화가 한층 가까워졌지만 환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박정숙 한국혈액암협회 국장은 “베스레미 급여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환자들은 기대와 동시에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급여 적용이 지연되는 동안 환자들은 질환 진행에 대한 불안과 삶의 질 저하, 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겪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보험 적용이 이뤄져 더 많은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협회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혈액암협회는 국내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가 약 4995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환자 수가 많지 않은 희귀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환자 예후 개선에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