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내 마약류관리자 배치기준 강화에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해당 법안은 마약류관리자의 배치기준을 강화하고, 마약류관리자의 업무를 명확히 하며, 필요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하여금 마약류관리자의 변경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료기관에서 사용·처방되는 마약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려는 내용이다.
의협은 이에 대해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원급 의료기관과 총리령에서 정하는 기준 이상의 마약류를 취급·처방하는 의료기관에 마약류 관리자를 의무 배치해 마약류 관리 강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법안"이라며 "이는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훼손하고 의료기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이며, 소규모 의료기관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 환자의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의료체계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히고 개정안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반대의견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반대이유와 관련, 의협은 먼저 의료기관의 고용 부담과 의료 질 저하 우려를 꼽았다.
의협은 "개정안에서는 현행 4인 이상의 마약류취급의료업자를 둔 의료기관의 마약류관리자 고용 의무를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원급 의료기관과 ▲일정 기준 이상의 마약류를 취급 또는 처방하는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는 마약류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주로 사용하는 의료기관에 막대한 고용 부담과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것이며, 영세하거나 규모가 작은 1차 의료기관일수록 그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획일적 규제와 형평성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도 지목했다.
의협은 "마약류를 다루는 기관은 의료기관 외에도 약국, 제약회사, 연구시설 등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의료기관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규제의 형평성과 합리성이 결여된다"며 "개정안과 같은 일방적이고 편향적 규제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마약류관리자 배치 규정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의협은 "만약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추가 인력 배치가 어려운 영세하거나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는 마약류관리자를 배치하지 않기 위해 의료용 마약류 처방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불안증, 뇌전증, 우울증, 의식하진정 마취, 진통억제 등 마약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각종 진료의 위축을 초래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하여 환자는 의사에게 가장 적절한 진료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개정안에서는 마약류 관리의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마약류관리자의 배치의무를 병원급 의료기관 또는 일정 수준의 처방량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며 "단순히 처방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의료기관 형태에 따라 마약류 관리가 부실하거나 오남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해당 기준이 어떠한 데이터를 근거로 산출되었는지 명확하지 않아 규정의 합리성이 결여돼 있어 해당 조문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사의 전문성과 처방권 훼손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마약류관리자가 요청할 수 있는 '필요한 사항'의 범주나 기준이 매우 모호해 의사와 마약류관리자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의료기관의 마약류 관리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만약, 의학적 지식과 임상경험을 기반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다각적으로 검토한 의사의 처방에 대해 마약류관리자(약사)가 관여하게 된다면, 이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훼손하는 일이자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 될 것이며, 약사의 업무영역을 벗어난 행위를 규정하게 할 수 있어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도 사적 계약에 대한 과도한 정부의 개입을 걱정했다.
의협은 "마약류관리자는 현행 마약류관리법에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약사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마약류관리자는 고용주인 의료기관 대표자와 근로계약을 통해 근무하게 된다"며 " 개정안은 시장·군수·구청장이 마약류관리자가 법이나 명령을 위반하거나 마약류관리자로서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면 의료기관 대표자에게 마약류관리자를 변경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계약당사자에게 위임받지 않은 자(시장·군수·구청장)가 근로계약 및 고용 유무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것으로 국가가 계약체결의 자유를 제한하고 시장 경제하 사적 계약 영역에서 과도하고 지나친 공적 개입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의협은 안전한 의료용 마약류 사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 구축을 촉구했다.
의협은 "개정안과 같이 편향된 시각에서의 규제 일변도적인 법령개정이 아닌, 마약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안전하고 적절하게 투약이 될 수 있도록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여러 각도에서 검토·연구해 제도 설계-관리해 가야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의료계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마약류에 대한 오남용 관리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의사면허 관리 및 자율징계권을 우리 협회로 부여해줄 것"을 적극 요청했다.
한편 해당 개정안은 그동안 병원약사회가 환자안전 강화을 목표로 줄기차게 추진해왔던 정책사업으로 김 윤 의원과 함께 그 법안마련에 힘을 쏟아온 사안이다. 의사협회의 이같은 반대가 향후 법안심사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