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발표한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방안에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본인부담률을 인상하거나 본인부담상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입자를 옥죄서 '불필요한' 급여비 과다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보건복지부는 8일 오후 2시 프레지던트호텔(서울 중구)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을 발표했다.
과다 의료이용자 관리 강화=복지부는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는 과다 의료이용·공급에 대한 관리기전이 부족해 도덕적 해이와 불필요한 의료남용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A씨는 지난해 통증 치료를 위해 1일 평균 5.6개의 의료기관을 방문(1일 최대 10개 기관)하는 등 연간 2050회 외래이용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공단 부담금 2690만원이 발생했다.
실손보험을 가입한 의료이용자의 경우 실질 본인부담률이 20%→0~4%(급여, 입원)로 하락하는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복지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외래의료이용량 기반 본인부담률 차등제(가칭)'를 검토하기로 했다. 연간 365회 초과 외래이용에 대해 본인부담률를 90%로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는 평균 20% 수준이다. 대신 중증질환 등 의료이용이 불가피한 경우에 대한 예외기준 마련도 병행하기로 했다.
또 과다의료이용자 등록·관리시스템 등 모니터링 체계 구축, 하루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일일 과다이용자 대상 집중상담 강화 및 과다이용 관리기전 검토 등 의료이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본인부담면제·할인 등 과다이용 조장 의료기관에 대한 기획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의료 이용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실손보험의 급여‧비급여 보장 범위‧수준 등 상품구조 개편도 금융위원회와 지속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산정특례제도 기준·관리 강화=암 등 중증·희귀질환 진료 시 낮은(5~10%, 결핵은 면제) 건보 본인부담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최근 5년간 산정특례 적용대상자는 연평균 4.8%, 급여비용은 10.3% 각각 증가했다. 2021년 기준 대상자는 252만명, 급여비는 17조7천억원 규모였다. 급여비의 경우 전체 급여비의 25.3%를 점유했다.
문제는 적용범위가 해당 중증질환과 합병증으로 규정돼 있지만 관련성 없는 경증질환에도 특례 적용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가령 지난해 연소성 강직척추염(희귀질환)으로 산정특례 등록한 B씨는 안구건조증으로 13회 진료·처방 받아 공단부담금 22만원이 발생했다.
복지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특례 적용 기준과 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산정 특례 적용 중증질환 합병증 범위에서 특례 질환과 관련성 낮은 경증질환부터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적용 범위를 명확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통상적으로 경증질환으로 분류되는 105개 질환부터 전문가 논의를 거쳐 대상을 선정하고 적용제외 사례는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암·희귀·난치성 질환 등 기존 산정특례 질환과 특례 질환과 관련성 있는 질환(가려움·발진 등)에는 종전대로 특례를 적용한다. 반면 특례질환과 관련 없는 추간판 장애(디스크)와 관련 질환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등록기준 관리를 강화해 부적정 대상자를 검증하고 지출 모니터링도 깐깐히 하기로 했다.
본인부담상한제 합리화=복지부는 종별 기능 정립 차원에서 경증질환(105개)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본인부담상환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실손보험금 이중수령 방지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감사원 제도개선 권고 사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