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환자 이성구 씨 "참 많이 힘들었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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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환자 이성구 씨 "참 많이 힘들었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2.08.1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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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진단도 무너지는 데 지정헌혈 부탁도 환자 몫"

"저는 백혈병을 진단받고 하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인들에게 연락해 저와 같은 혈액형인지 묻고 병원에서 안내한 지정헌혈을 부탁했습니다. 제 병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상태에서 지인들에게 피를 수혈해 달라고 연락해야 했는데, 참 많이 힘들고 참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급성골수성백혈병환자인 이성구(31) 씨는 17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백혈병환우회와 쿠키뉴스가 공동 주관한 '환자와 환자가족이 헌혈자를 직접 구하는 지정헌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백혈병과 첫 맞닥뜨린 날의 기억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 씨는 2021년 11월 22일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고 약 6개월 동안 4차례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항암치료를 받았다. 병원 입원기간 동안 총 19팩의 혈소판을 수혈받았는데, 그 중 약 9개를 지정헌혈을 통해 직접 헌혈자를 구해야 했다.

"급성백혈병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즉시 입원을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병을 받아들일 새도 없이 입원했습니다. 당일 입원안내를 받으면서 병원에서는 중요한 내용이라며 지정헌혈에 대해 안내해줬습니다. 백혈병 치료 중 필요한 혈소판 수급이 잘 안 될 수가 있으니까 미리 혈소판 헌혈을 해줄 수 있는 지인들이 있으면 부탁해 병원에서 지정한 날짜에 혈소판 헌혈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씨와 같이 지정헌혈자를 환자나 환자가족이 직접 구하는 건 백혈병환자들에게는 흔한 일이다. 실제 이 씨가 이날 공개한 백혈병환자 오픈채팅방 익명투표 결과(복수응답)를 보면, 응답자 45명 중 31명이 '본인의 지정헌혈자 구인 경험이 있다'고 했다. 

또 '타환우 구입사례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거나 '타환우 구인공고를 공유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각각 27명과 22명이었다. '위급 시 지정헌혈 구인을 상시 대비했다'는 응답자도 17명이나 됐다. 반면 '지정헌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환자는 5명에 그쳤다.

이런 지정헌혈은 환자들에게 두려움과 고통의 또다른 이름이다.

이 씨는 "저는 항암치료가 시작되고 낮은 혈소판 수치 때문에 몇 가지 증상들이 발생했습니다. 이 때 빠르게 혈소판을 수혈받아 증상을 완화해야 하는데 혈소판 공급에 차질이 생겨 수혈 스케줄이 밀리는 일이 있었고, 수혈 스케줄이 밀릴 때에는 혹여나 몸의 장기 혹은 뇌에서 출혈이 일어나 큰일이 생길까 노심초사했던 날들도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스스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은 지인들에게 연락해 지정헌혈에 대해 설명하고 병원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날짜에 가능한 지인들에게 헌혈을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헌혈을 하러 간 지인들이 헌혈 전 검사에서 조건에 맞지 않아 헌혈을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해 예상치 못하게 지정헌혈을 받지 못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병원에서 다른 환자가 맞아야 할 혈소판을 돌려서 맞거나 수혈 스케줄이 밀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이 씨는 "백혈병이라는 병을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몸도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지만 정신은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지인들에게 헌혈을 부탁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부디 환자들이 혈액에 대한 걱정을 덜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이 개선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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