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약평위 심의결과 토대로 원활히 협상 중”
국내에서 개발된 천연물 의약품 지텍정이 보험약가 협상의 막바지 관문에 들어섰다. 위약과 주요 대체약제를 상대로 임상적 우월성을 확인했지만, 정작 보험약가에서는 이런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진행 중인 지텍정이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보다 낮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현대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한 천연물 의약품에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후속 연구개발 유인도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텍정은 육계건조엑스(16~26→1) 75mg을 주성분으로 하는 위염 치료제다. 2022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며, 허가상 분류는 신약이 아닌 자료제출의약품이다.
다만 위약과 주요 비교약제를 상대로 현대적 수준의 임상시험을 진행해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기존 점막보호제와 차별화된다.
위약보다 28.4%p 높은 유효율
지텍정은 무작위배정 임상 2상과 3상을 통해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받았다. 250명이 등록된 임상 2상에서 지텍정의 유효율은 73.1%였다. 애엽추출물은 52.1%, 레바미피드는 47.6%, 위약은 44.7%로 나타났다. 지텍정의 유효율이 위약보다 28.4%포인트 높았다.
242명이 참여한 임상 3상에서도 지텍정의 유효율은 55.9%로 애엽추출물의 38.2%를 웃돌았다. 애엽추출물과 레바미피드는 점막보호제 시장의 약 95%를 차지한다. 지텍정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주로 처방되는 이들 약제와 위약을 상대로 유효율 개선을 입증했다는 점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점막보호제 상당수는 2000년 이전이나 2000년대 초반 개발돼 확인할 수 있는 임상문헌이 제한적이다. 일부 약제는 활성대조군과의 비열등성 자료를 중심으로 효과가 확인됐고, 임상재평가 또는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반면 지텍정은 위약과 애엽추출물, 레바미피드를 대조군으로 설정한 임상시험을 통해 임상적 근거를 확보했다.
약가우대 논의에도 급여 등재는 난항
건강보험 등재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텍정은 2022년 10월 경제성평가를 토대로 보험급여 등재를 신청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운영된 약가제도 민관협의체에서는 천연물 의약품의 약가우대 방안이 논의됐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보공단은 천연물 의약품에 대한 우대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2023년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관련 약가제도 신설 방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우대 조건으로는 혁신형 제약기업 여부와 임상적 유용성 입증, 천연물의 정의, 감사원 의견 등이 검토됐다. 그러나 개발사가 2024년 6월 행정처분 이력으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지 못하면서 우대 적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5년에는 대조약인 애엽 성분 제제의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과가 또 다른 변수가 됐다. 해당 제제가 약가를 자진 인하하는 조건으로 급여를 유지하면서 대체약제 가중평균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텍정은 올해 2월 모든 비교약제 대비 임상적 우월성을 근거로 급여 등재를 다시 신청했다.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5월 지텍정의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하는 방안과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각각 검토했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대체약제 가격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면서 임상적 유용성 인정 여부가 약가에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약평위 평가 결과는 수용됐으며, 지텍정은 현재 건보공단과 약가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경우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보다 낮은 보험약가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관계자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결과를 토대로 원활히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효과 높이고 비용 줄이는 ‘우월대안’
비용 효과성도 지텍정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30년간의 비용-효용 분석에서 지텍정은 애엽95%에탄올연조엑스 60mg보다 질보정생존연수가 0.058 QALY 높고 전체 비용은 적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약제보다 효과는 높이고 비용은 줄이는 우월대안으로 분석된 것이다.
평균 비용-효과비 분석에서도 지텍정의 완치례 1건당 비용은 대체약제 가중평균과 애엽추출물, 레바미피드보다 낮았다.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지텍정이 신규 환자를 창출하는 약제가 아니라 기존 대체약제를 대신하는 만큼 직접적인 재정 증가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높은 완치율이 재방문과 재처방 감소로 이어지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다만 이는 지텍정이 전체 대체약제 시장의 일정 비율을 대체하고, 미완치 환자가 한 차례 재방문한다는 가정을 토대로 한 추산이다.
적정보상 없으면 후속 개발도 흔들
지텍정은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후보물질 탐색과 전임상, 임상 2·3상, 허가·발매 과정을 거쳐 개발됐다. 이 기간 연구개발비와 인건비 등 관련 비용이 지속해서 투입됐다.
추출물과 유효성분 조성물, 방출 개선 조성물, 투여용량 조성물 등에 대해서는 국내외 특허 출원과 등록이 진행됐으며,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되고 있다.
쟁점은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받은 약제가 협상 과정에서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보다 낮은 가격을 받을 경우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임상근거를 생산하기 위한 투자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
특히 위약과 주요 대체약제를 상대로 우월성을 입증했는데도 임상적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기존 약제들의 가중평균가보다 낮은 가격을 받는다면, 국내 제약기업이 장기간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면서 천연물 의약품을 개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텍정의 대체약제 대비 우월성과 동일 기전 약물 가운데 위약 대비 근거를 확보한 점, 천연물 의약품의 연구개발 특성 등을 약가협상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단순히 한 품목의 가격을 결정하는 문제를 넘어, 국내에서 개발한 천연물 의약품이 임상적 근거를 확보했을 때 그 가치를 어떻게 보상할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위약과 주요 대체약제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고 비용 효과성까지 제시한 약제가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보다 낮게 평가된다면 기업들이 장기간 투자해 후속 의약품을 개발할 유인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텍정의 건보공단 협상은 국내 개발 천연물 의약품의 임상적 가치와 연구개발 투자를 보험약가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임상근거를 갖춘 의약품에 대한 적정보상이 향후 천연물 의약품 개발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