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 치료 혁신 다음은 접근성 혁신…키트루다가 마주한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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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하] 치료 혁신 다음은 접근성 혁신…키트루다가 마주한 과제들
  • 권소희 기자
  • 승인 2026.06.0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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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확대 성과에도 남은 2년 제한·재투여 공백…환자 중심 제도개선 목소리

[기획] 항암치료의 ‘게임 체인저’, 키트루다의 11년
(상) ‘우공이산’의 끈기…항암제 새 지평 열다
(하) 환자에게 더 가까이…제도·임상적 과제

아무리 혁신적인 신약이 개발돼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다 한들, 정작 치료가 절실한 환자가 경제적 장벽에 부딪혀 약을 쓰지 못한다면 그 혁신의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국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국내 허가 이후 임상적 진전과 더불어, 환자들의 실질적인 ‘치료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단계적으로 밟아온 대표적인 선례다.

[사진=제미나이]
[사진=제미나이]

18개 적응증 급여 적용의 결실, 그러나 다적응증 약제의 구조적 한계

가장 상징적인 지점은 5년에 걸친 긴 논의 끝에 지난 2022년 3월에 성사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급여 확대였다. 당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MSD와 보건당국이 긴밀한 논의를 이어갔고, 현실적인 재정 분담안을 도출해 내며 진료 현장의 표준 치료 정착을 이끌었다.

이후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 지난 2026년 1월에는 제약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11개 적응증 일괄 급여 확대’라는 결실을 보았다. 이를 계기로 삼중음성 유방암, 두경부암, 위암 등 치료 옵션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소외 암종에서도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키트루다는 국내에서 총 13개 암종, 18개 적응증에 대해 보험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숙제는 여전하다. 키트루다처럼 하나의 약제가 수십 개의 암종에 효능을 보이는 ‘다적응증 약제’의 경우, 특정 적응증의 급여를 확대할 때마다 전체 약가를 인하하거나 분담안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국내 건강보험 등재 구조상의 한계가 명확하다. 이로 인해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한 ‘비급여 적응증’ 환자들은 여전히 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암종별·적응증별 가치에 따라 약가를 유연하게 책정하는 ‘적응증별 약가제’ 등의 대안적 제도 도입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2년 쓰면 급여 중단?”… 리얼월드 데이터(RWD) 기반 기준 개선 목소리

현재 면역항암제 치료 환경에서 환자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장벽 중 하나는 다름 아닌 ‘2년 급여 제한’ 규정이다. 현행 건강보험 기준상 면역항암제 투여는 새로 투약한 환자이거나 투약 시점부터 최대 2년 이내인 환자에게만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2년 이후에도 치료 효과가 유지되고 있는 환자들은 규제에 막혀 막대한 비용을 전액 자부담하거나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며, 이는 과거 국민청원 제기 등으로 공론화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는 초기 임상 설계에 맞춰진 현행 제도를 이제는 축적된 최신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연하게 다듬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는 "임상 현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행 기준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며 "단순히 2년이라는 일률적인 기한으로 치료 보장을 매듭짓기보다, 치료 반응이 뚜렷하고 효과가 지속되는 환자들에게 연속성 있는 치료 환경을 열어줄 수 있도록 상생의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발 환자를 위한 ‘재투여 급여’ 필요성… 임상 현장의 높은 기대감

2년 투약 기준을 채운 후 치료를 일시 중단했다가 암이 다시 재발(진행)하는 환자들을 위한 ‘재투여 급여 기준’ 마련 역시 과제로 꼽힌다. 현재는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재발하더라도 다시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면역항암제를 투여하기가 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국가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인 만큼 철저한 의학적 입증이 전제돼야 하지만, 키트루다의 경우 이미 수많은 장기 추적 데이터와 전방위적인 임상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제도 마련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이은영 이사는 재투여 급여 기준 확립에 대해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며, 환자들이 단순히 더 복용하고 싶다는 요구만으로 제도를 바꿀 수는 없다"며 "항암제와 같은 의약품은 임상 현장에서 증명된 효과와 확실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키트루다의 경우, 이미 축적된 임상 역량과 장기 데이터의 깊이를 고려할 때 재투여 급여 기준 마련을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다양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치료 연속성 확보를 위한 ‘임상 현장의 기대감’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근욱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1월 29일 서울 강남 성암아트홀에서 열린 한국MSD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기자간담회에서 뉴스더보이스 질문에 “키트루다를 포함한 상당수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투여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이후 치료를 계속했을 때 임상적 유용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2년 이상 치료를 지속했을 때 효과가 유지되는 환자들이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다만 이를 뒷받침할 대규모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급여 기준은 결국 근거 중심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환자의 생존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치료 지속에 따른 이득과 위험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환 세브란스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도 면역항암제 장기 투여에 대한 추가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행사에서 “아직 2년 이후 치료 지속 효과를 명확히 평가한 연구는 많지 않다”며 “앞으로 임상 연구를 통해 실제 차이가 있는지 규명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급여 기간을 적용하기보다는 환자 상태와 치료 반응을 고려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키트루다. [사진=한국MSD]
키트루다. [사진=한국MSD]

지난 11년간 '우공이산'의 끈기로 수많은 암 환자의 치료 문턱을 낮추며 혁신을 현실로 연결해 온 키트루다. 암이 죽음을 기다리는 병이 아닌 '장기 관리 질환'으로 자리 잡은 초고령사회에서, 보건당국과 제약업계가 최신 임상 데이터와 환자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반영해 상생의 제도적 해법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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