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상 4월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약가유연계약제 첫 적용 약제가 나왔다. 제도 취지에 맞게 공급중단 우려가 있거나 해외수출을 위한 국내개발 신약이 선도적으로 유연계약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표시가와 실제가 격차는 최대 3.38배에 달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등재 신약 9개 품목(성분기준 4개)이 다음달 1일부로 약가유연계약을 적용받는다. 국민건강보험 약제급여목록에 기재된 약가와 실제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표시가격과 실제가격 격차는 1.37배에서 최대 3.38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유방암치료제 파슬로덱스주(풀베스트란트)가 첫 적용 약제에 이름을 올렸다. 현 상한금액은 28만8194원인데, 6월1일부터는 97만4917원으로 3배 이상 가격이 오른다. 현 상한금액인 28만8194원이 '별도합의' 금액에 해당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파슬로덱스는 바이오시밀러 등재 이후 약가가 대폭 인하되면서 국내 철수 이슈가 불거졌던 약제다. 그나마 종전가의 70%를 유지하는 약가가산 기간에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가 가산기간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철수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적지 않은 논란의 당사자가 됐다.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약가인하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도 제기했지만 이조차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철수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약가유연계약제 도입으로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게 됐다. 파슬로덱스는 다른 유방암 신약과 병용해서 사용되는 사실상 진료상 필수 약제에 해당하는 만큼 진료현장과 환자들도 한숨을 놓게 됐다.
머크의 난임치료제 퍼고베리스주도 첫 유연계약 약제에 포함됐다. 조정가격은 8만1785원에서 11만2681원으로 실제가와 표시가 격차는 1.37배다. 퍼고베리스주도 정부 정책에 의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급불안이 컸던 약제였다. 표시가격 상승이 공급불안 이슈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개발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 제제 4개 품목도 일제히 유연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품목은 대웅제약 펠스클루정, 대웅바이오 위캡정, 아이엔테라퓨틱스 벨록스캡정, 한올바이오파마 앱시토정 등이다. 현 상한금액은 901원에서 939원까지 조금 차이가 있는데 다음달 1일부터는 일제히 1860원으로 오른다.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개발신약으로 유연계약제 도입 취지에 잘 맞는 약제다.
현 상한금액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유연계약을 선택한 약제도 있었다. 바로 아스텔라스제약의 전립선암치료제 엑스탄디연질캡슐과 엑스탄디정 2개 함량 제품이다. 이들 약제의 경우 위험분담계약이 종료돼 상한금액이 환급률만큼 인하될 예정이었지만, 유연계약을 통해 현 보험약가가 그대로 유지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유연계약제는 국내 표시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거래가격을 별도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약가 연계 부담과 공급 안정성 문제를 동시에 고려한 제도”라며 “특히 수급 불안 우려가 있었던 품목이나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인 국내 개발신약 입장에서는 활용도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파슬로덱스 변경 약가가 3.38배 오른 것과 관련, 표시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표시가격이 A8조정최고가 이내에서 설정되는 점에 비춰보면, 현 국내 상한금액이 그만큼 낮다고 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