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존 ‘어나프라’, 국산 신약-다국적사 협력 두 번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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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존 ‘어나프라’, 국산 신약-다국적사 협력 두 번째 사례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5.09.17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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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이찌산쿄와 공동 프로모션…LG화학 ‘제미글로-사노피’ 이후 13년 만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 [사진=비보존제약]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 [사진=비보존제약]

국산 신약이 다국적 제약사와 손잡고 국내 시장 공동 판매에 나서는 사례가 다시 등장했다.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이후 13년 만이다.

비보존제약은 국산 신약 38호인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성분 오피란제린염산염)’의 국내 공동 프로모션 파트너로 일본계 제약사 다이이찌산쿄 한국법인을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구체적인 협력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사는 유통·판매·마케팅 등 주요 영역에서 역할을 분담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단순한 공동 판촉을 넘어 향후 해외 진출 전략과도 맞물린 포석으로 보고 있다.

어나프라주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신약 38호로 허가받은 비마약성 진통제다. 글라이신 수송체-2(GlyT2)와 세로토닌 2A 수용체(5-HT2A)를 동시에 억제하는 신기전을 기반으로 한다.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통증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기존 마약성 진통제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와 달리 중독성이나 위장관 부작용 위험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비마약성 약물임에도 중등도 이상의 수술 후 통증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료 현장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보존제약은 허가 이후 여러 제약사로부터 공동 프로모션 제안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다이이찌산쿄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글로벌 임상과 향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 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산 신약이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판매에 나선 사례는 2012년 LG생명과학이 사노피와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성분 제미글립틴)’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제미글로는 경쟁이 치열한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출발했다. DPP-4 억제제 계열 약물 가운데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출시됐으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자누비아’ 출시 이후 약 4년 만에 등장했다.

하지만 사노피의 영업·마케팅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빠르게 시장 입지를 확대했다. 국산 신약이 다국적 제약사의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양사는 이후 글로벌 판매 전략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2016년 협력 관계를 종료했다. 다만 국산 신약의 경쟁력을 보고 다국적 제약사가 협력 파트너로 참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선례로 남았다.

LG화학은 이후 제미글로의 국내 공동 판매사를 사노피코리아에서 대웅제약으로 변경하며 사업을 이어갔다. 제미글로와 제미메트, 제미다파, 제미로우 등 관련 제품군의 누적 매출은 2024년 기준 1조659억 원을 넘어섰다.

이번 어나프라주의 공동 프로모션 역시 비슷한 전략적 맥락에서 해석된다.

진통제 시장은 마약성 진통제와 NSAID 계열 약물이 오랫동안 주도해 온 영역이다. 새로운 기전을 가진 신약이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영업망과 유통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다이이찌산쿄는 항암제와 심혈관 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한 다국적 제약사다. 일본 본사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시장에 판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이찌산쿄는 글로벌 임상과 시장 진입 경험이 풍부한 회사”라며 “이번 협력이 향후 어나프라주의 글로벌 임상이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어나프라주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 문제가 미국과 유럽에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의료계에서는 대체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비마약성 진통제이면서도 강력한 진통 효과를 가진 신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국산 신약과 글로벌 제약사의 협업 모델을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산 신약이 독자 영업력만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의 영업망과 마케팅 역량을 활용하는 협업 모델은 시장 안착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력이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진다면 국산 신약이 해외 시장까지 확장하는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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