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고통에서 함께하는 연대로: 궤양성대장염 환우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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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고통에서 함께하는 연대로: 궤양성대장염 환우들의 목소리”
  • 이민지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9.15 0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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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UC사랑회 회장
이민지 UC사랑회 회장
이민지 UC사랑회 회장

궤양성대장염 진단은 많은 환우에게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입니다. 어떤 병인지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앞으로의 삶을 떠올리면 막막하기만 합니다. 평생 이 질환과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두려움입니다.

한 환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001년 발병 이후, 하루에도 수차례 설사와 혈변을 반복하며 직장을 다녀야 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던 그때, 우연히 환우 모임을 알게 되어 남편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그 만남은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제도 개선 서명운동과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산정특례 제도 마련에도 힘을 보탤 수 있었습니다. 환우 모임과 연대는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힘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환우는 젊은 시절 갑작스러운 복통과 혈변으로 궤양성대장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은 청천벽력 같았습니다. 직장생활 속에서도 입원과 퇴원이 반복됐고, 젊음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환우 모임에서 얻은 지지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었습니다.

소아 환우들의 현실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한 소아 환우는 갑작스러운 혈변과 복통을 장염으로 오해하다가 대학병원에서 궤양성대장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년째 치료를 이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복통으로 누워 지내야 하는 날이 많습니다. 발병 이후 성장도 지연되었고, 학교 출석이 불규칙해 또래 관계도 위축될까 고민이 깊습니다. 그럼에도 매일 약을 복용하며 식단을 조절하고, 생활의 균형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처럼 궤양성대장염은 단순한 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염증성장질환 환우회인 UC사랑회와 크론가족사랑회가 2024년에 실시한 한국형 염증성장질환 설문조사에는 399명이 응답했습니다. 절반 가까운 환우들이 치료 중에도 설사, 혈변, 복통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고 답했습니다. 또 절반은 불안과 우울을 경험한다고 했습니다. 이 질환이 몸을 넘어 마음과 사회적 관계까지 깊숙이 파고드는 병임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오픈카톡방 속 대화는 절박합니다. 몇 달째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혈변과 설사로 고통받는 환자, 재발 후 3개월 금식을 하고도 외출이 두려운 환자. 검사 수치만으로는 다 드러나지 않는 ‘고통의 온도’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방에서 “오늘 약 꼭 챙기세요”, “치료 잘 받으시고 나아지실 거예요”라는 짧은 말들이 서로의 삶을 지탱합니다.

관해(寬解)는 의학적으로는 대변 및 혈변 빈도의 정상화, 염증 지표의 정상화, 장기적으로는 내시경적 치유로 설명됩니다. 그러나 환자가 느끼는 관해는 다릅니다. 버스에 안심하고 오르는 것, 회의 끝까지 앉아 있는 것, 가족과 함께 식사 자리에 편히 앉아 있는 것. 불안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환자가 말하는 진정한 관해입니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는 여전히 높은 벽이 있습니다.

생물학제제와 JAK 억제제가 승인·급여되고 있지만, 인정 기준과 모니터링 요건이 까다로워 제때 약제를 전환하기 어렵습니다.

효과가 없을 때 다른 약으로 바꾸려 해도 복잡한 심사와 평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치료비는 수백만 원에 달합니다. 지방 환자들은 대학병원까지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므로 접근성 격차도 큽니다. 이런 장벽은 결국 환자의 삶을 늦추고 고통을 연장시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UC사랑회는 한국자가면역질환연합회(KAIDA)와 함께 국회 간담회에 참여하여 조기 치료 접근성과 형평성 문제를 직접 알렸습니다.

특히 JAK 억제제 계열을 포함한 약제의 교차·전환 사용과 급여 적용 범위가 질환·약제별로 달라 환자에게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전했습니다.

또한 환자 교육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건강강좌와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환우들이 스스로 치료 과정을 이해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현재는 리플릿을 제작 중입니다.

질환은 겉으로 보이지 않기에 사회적 인식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알리고, “꾸준한 진료와 치료의 중요성, 그리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국내를 넘어 국제 무대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일, 글로벌 환자 옹호 연합 GAfPA(Global Alliance for Patient Access)가 주관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합의문 발표에 UC사랑회도 함께했습니다.

전 세계 700만 명 이상의 환자들이 겪는 신체적 고통, 정신 건강 문제, 경제적 부담은 한국 환자들의 현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합의문은 진단 지연, 치료 접근 제한, 장기적 치료 목표, 공유 의사결정 등 주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약속이었습니다.

UC사랑회는 이 자리에서 환우들의 실제 경험을 전달하며, “환자의 삶의 질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는 치료 환경”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환우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재발로 3개월 금식을 하고, 외출조차 두려워했던 나를 바꾼 건 가족과 UC사랑회의 환우들이었습니다. 제 삶이 밝아졌습니다.”

정기적인 치료와 관리, 정책 보완, 의료진과의 충분한 소통, 사회와 국제사회의 이해가 더해진다면 더 많은 환우들이 일상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저와 UC사랑회는 앞으로도 환우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겠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숨어 있는 환자가 아니라, 함께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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