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근무력증·갑상선안병증 이어 적응증 확대…희귀질환 시장서 글로벌 성과 기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이 희귀질환 영역으로 연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쇼그렌증후군과 피부 홍반성 루푸스 등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희귀 자가면역질환을 겨냥한 임상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신약 경쟁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한 FcRn 항체 기반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HL161’이 희귀질환 적응증 확대를 중심으로 글로벌 임상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HL161은 2017년 미국 로이반트(Roivant)에 기술이전됐으며 현재 로이반트 자회사인 이뮤노반트(Immunovant)가 임상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뮤노반트는 HL161을 ‘HL161BKN(바토클리맙·batoclimab)’이라는 이름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중증근무력증(MG) 치료를 목표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갑상선 안병증(Thyroid Eye Disease)을 첫 번째 주요 적응증으로 한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이 시험의 탑라인 결과는 올해 상반기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HL161은 인체 내 면역글로불린 G(IgG) 항체를 감소시키는 FcRn(신생아 Fc 수용체) 억제 기전을 기반으로 하는 치료제다. FcRn은 IgG 항체를 체내에서 재활용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이를 차단하면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 병적 항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도 FcRn 항체 치료제가 새로운 자가면역질환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뮤노반트는 HL161BKN의 적응증을 중증근무력증과 갑상선 안병증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질환에는 그레이브스병, 난치성 류마티스 관절염(D2T RA)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희귀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되는 쇼그렌증후군(Sjögren’s disease)과 피부 홍반성 루푸스(Cutaneous Lupus Erythematosus)도 주요 타깃 질환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쇼그렌증후군은 자가항체가 침샘과 눈물샘을 공격해 눈과 입이 심하게 건조해지는 증상을 유발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피로, 관절통, 장기 손상 등 다양한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현재 근본적인 치료제가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약 29만 명 정도가 쇼그렌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 수가 비교적 적고 질환 특성이 복잡해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아 의료 미충족 수요(unmet medical need)가 높은 질환으로 꼽힌다.
이뮤노반트는 HL161의 차세대 후보물질인 ‘HL161ANS’가 강력한 IgG 감소 효과를 통해 쇼그렌증후군 치료제 시장에서 계열 내 최초 또는 최고 수준의 치료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향후 등록 임상(Pivotal study) 단계 진입을 목표로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신규 적응증인 피부 홍반성 루푸스(CLE) 역시 연구가 진행 중이다. CLE는 피부에 염증성 병변이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와 관련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피부 발진과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이다.
미국에서는 약 15만 명 이상의 환자가 CLE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도 적지 않아 새로운 치료제 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뮤노반트는 최근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초기 개념증명(PoC) 연구에서 HL161ANS 투여 시 최대 80% 수준의 IgG 감소 효과와 함께 임상 증상 개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에서도 증상 개선이 나타나 FcRn 항체 치료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HL161 기반 치료제는 희귀질환뿐 아니라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서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적응증은 최소 6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뮤노반트는 염증성 다발성 신경병증(CIDP)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CIDP는 말초신경이 면역 반응에 의해 손상되는 희귀 신경계 질환으로 근력 약화와 감각 이상 등을 유발한다.
현재 CIDP 적응증에 대해서는 글로벌 임상 2b상이 진행 중이며 환자 등록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상 연구가 시작됐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시험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현재 환자 모집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HL161 계열 치료제가 성공적으로 상업화될 경우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도 FcRn 항체 기반 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아르젠엑스(Argenx)의 ‘비브가르트(Vyvgart)’와 UCB의 ‘로잘리주맙’ 등 FcRn 계열 치료제가 이미 일부 자가면역질환 치료 시장에 진입하며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 분야는 환자 수가 많고 치료 기간도 길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집중하는 시장”이라며 “특히 FcRn 항체는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평가돼 향후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 적응증 확보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 중 하나”라며 “임상 성공 시 희귀의약품 지정이나 신속 심사 등 규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분야”라고 했다.
HL161이 쇼그렌증후군과 루푸스 등 희귀 자가면역질환에서 의미 있는 임상 성과를 낼 경우,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이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