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메타버스' 실용론에 정신의학자가 던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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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하는 '메타버스' 실용론에 정신의학자가 던진 경고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03.22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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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감각' 상실 위험 높아…'본캐' 유지 필요
"인생은 내가 서 있는 현실에서 시작" 강조
경희의료원 메타버스 게더타운(참조사진)
경희의료원 메타버스 게더타운(참조사진)

코로나19로 성장하기 시작한 비대면 일상화 중 메타버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실감각'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정신의학자의 의미있는 메시지가 나와 주목된다. 

의료계 역시 비대면 교육과 진료가 정착되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를 너무 과용할 경우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메타버스에 함몰될 경우 현실을 혼동하는 현상, 더 나아가서는 신체운동 부족, 오프라인 대화기술의 미숙함으로 인한 대인관계 능력과 충동조절 능력이 저하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결과적으로 인생은 메타버스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내가 서 있는 현실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충고다. 

한창수 고려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창수 고려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창수 고려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발행된 대한의학회 뉴스레터에서 '메타버스의 심리학'을 통해 이 같은 견해를 전했다. 

한 교수는 먼저 MZ세대로 시작하는 젊은 연령층에서 메타버스에 몰입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메타버스에 집중 하는 경향에 대해 "이들은 일단 젊어서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터넷과 신기술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현실에서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직업적 성공을 하는게 어려워지니까 가상현실 속에 내 집을 짓거나 투자를 하고, 성주나 유명 인물이 되는 걸 선택하는 거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면서 "실제 Earth2 라는 메타버스에서는 오프라인과 똑같은 뉴욕, 강남 등의 땅을 가상현실 속에 돈을 주고 살 수도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세상은 '부캐(부캐릭터)'의 세상이라는 점도 젊은 이들이 집중하는 요소로 지목했다. 

그는 "아바타로 살면서 외모, 목소리, 성별, 나이, 재산, 신분을 모두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거나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심리적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현실에서 느끼는 질투나 부러움 등을 상쇄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메타버스가 좀 더 현실에 가까워지고, 몰입을 더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그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는 정신건강 측면에서 단점과 장점을 불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가 지적한 단점은 다수의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이해할 것이라는 '자기중심적 착각'과 '초점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남들이 실제보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실에서나 가상현실이나 나한테 관심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을 잊어버린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메타버스 세계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예쁘고 좋은 것만 선별해서 보여줘 타인의 삶과 행복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을 비하하는 현상이 비슷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시건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서 페이스북 활용도가 높은 사람은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 교수는 메타버스에 주는 긍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다수에 의한 다수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수 있다. 많은 이들의 자유로운 감정표출을 하는 공간의 역할과 동시에 다수에게 조언과 위로를 받는 연결성 증대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만 이용한다면 외롭게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연결성을 증가시키는 보조도구로서 아주 훌륭한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교수는 "하지만, 메타버스에선 선정성이나 폭력성 같은 자극에 둔감해질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면서 "혹시 모를 메타버스의 위험요인으로 사이버 범죄나 개인정보 해킹, 가스라이팅 등도 있을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메타버스에 대한 의존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인터넷과 통신망 속의 익명성과 비대면성은 사람을 좀 더 과감하고, 잔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현실에선 못할 말도 잔인하게 하거나 무시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심한 경우엔 메타버스와 현실을 혼동하는 메타버스 정신증(Metaverse Psychosis)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훨씬 더 흔한 심리적 부작용은 신체운동 부족, 오프라인 대화기술의 미숙함으로 인한 대인관계 능력과 충동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일 것"이라면서 "정신건강 전문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메타버스와 온라인 세계를 떠나서 본캐, 원래 모습으로 사는 시간을 유지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마지막으로 "어차피 인생은 메타버스건 오프라인이건 내가 서 있는 현실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며 뉴스레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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