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상] 흑색종에서 시작된 도전…키트루다, 암 치료의 새 기준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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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상] 흑색종에서 시작된 도전…키트루다, 암 치료의 새 기준을 쓰다
  • 권소희 기자
  • 승인 2026.06.0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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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생존 가능성 제시하며 면역항암제 시대 견인…한국, 글로벌 임상 핵심 축으로 부상
[사진=제미나이]
[사진=제미나이]

[기획] 항암치료의 ‘게임 체인저’, 키트루다의 11년
(상) ‘우공이산’의 끈기…항암제 새 지평 열다

(하) 환자에게 더 가까이…제도·임상적 과제

면역항암제는 지난 10여 년간 항암 치료의 기준과 목표를 송두리째 바꿔왔다.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기전으로 적용 암종과 치료 영역을 빠르게 확대했으며, 생존 연장을 넘어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는 올해로 국내 허가 11주년을 맞이한 키트루다가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이 시장에 도입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이오시밀러(복제약)가 출현하고, 경쟁 심화로 인해 기존 약제의 임상적 가치나 시장 지위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키트루다는 예외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거센 추격 속에서도 끊임없는 적응증 확대를 통해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 영역과 임상 경험이 축적되며 브랜드 입지도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흑색종에서 시작해 18개 암종으로…암 환자 치료의 ‘호랑이 연고’ 되다

7일 한국MSD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월, 키트루다가 국내에 첫발을 내디뎠을 당시의 적응증은 ‘흑색종’ 하나였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2026년 현재, 키트루다는 국내에서만 총 18개 암종, 35개 적응증으로 치료 영역을 넓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18개 암종, 44개 적응증에서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어, 향후 국내에서도 미허가 적응증의 도입과 확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중 12개 암종, 28개 적응증은 기존 치료 대비 우수한 임상적 혜택을 입증하며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표준 치료(Standard of Care)’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암 종류를 불문하고 수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이러한 행보 때문에, 일각에서는 키트루다를 과거 머리가 아파도, 근육통이나 관절염이 생겨도 바르던 만병통치약 ‘호랑이 연고’에 비유하기도 한다. 싱가포르 후바오 기업의 호랑이 연고가 100년 전부터 그 효과를 의학적으로 입증해 온 것처럼, 키트루다 역시 암종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 활약으로 항암 치료 현장의 필수재가 됐다. 지금 이대로라면 더 많은 암종에도 적응증 허가를 받을 것이라는 MSD 관계자의 의견도 나왔다. 

향후 급여 기준과 적용 여부에 관한 뉴스더보이스 질문에 MSD 다른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논의와 심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에, 관련해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앞으로 당사는 하나의 적응증이나 암종만 두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허가받게 될 암종까지 고려해 보다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보다 나은 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키트루다. [사진=한국MSD}
키트루다. [사진=한국MSD}

"절망에서 일상으로"…폐암 3기 환자의 삶을 바꾼 장기 생존의 기적

키트루다가 가져온 가장 선명한 변화는 예후가 극히 불량했던 전이성 폐암에서 나타났다. 국내 5년 생존율이 13.9%에 그치던 전이성 폐암 시장에서, 키트루다는 전이성 폐암 2차 치료에서 10년 장기 추적 데이터, 1차 치료에서 8년 장기 데이터를 확보했다.

5년 이상의 장기 추적 데이터들이 축적되면서, 의학계에서는 암을 더 이상 죽음을 기다리는 병이 아닌 ‘장기적인 관리와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수치적인 성과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꾸고 있다. 오랜 기간 흡연을 해오다 작년 초 폐암 3기 진단을 받은 P씨.

과거 같으면 폐암 3기 진단 시 사실상 일상 회복이 불가능한 구조적 절망에 직면했을 터였다. 진단 직후 절망적인 마음을 숨기기 어려웠으나, P씨는 곧바로 키트루다 투여를 시작했고 1년이 지난 현재 암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이 호전됐다. 식욕이 좋아져 식단 관리를 병행하고 있으며, 일상 활동이나 사회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일상이 유지되는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키트루다는 이처럼 전이성 암에서 확인된 생존 혜택을 국소 진행성 및 조기 병기(수술 전·후 보조요법)로 넓히고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 폐암, 두경부암 등에서 수술 전 항암요법으로 종양을 줄여 수술 가능성을 높이고,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미세 잔존 전이를 제거하는 ‘수술 전·후 보조요법 통합 전략(perioperative)’을 통해 초기 단계부터 재발 위험을 대폭 낮추고 있다.

환자단체 "비싼 비용·더딘 급여 차치해도 항암 치료에 한 획을 그은 혁신"

환자단체 역시 키트루다가 패러다임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국내의 복잡한 건강보험 등재 구조 속에서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겪거나 급여 과정이 다소 더뎠던 아쉬움은 존재하지만, 약제 자체의 뛰어난 효과와 발전성 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키트루다의 가치에 대해 “그동안 급여 과정이 더뎠고 비용이 비싸다는 부가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한 부가적 문제를 다 차치하더라도, 수많은 적응증이 보여주듯 해당 암 환자들의 치료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을 만큼 굉장히 발전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효과 면에 있어서 환자들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치료 성적을 높여준 데에는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환자 관점에서의 임상적 효용을 높이 평가했다.

국내 R&D 연간 700억 투자…한국, 글로벌 면역항암제 임상의 중추로 도약

MSD는 키트루다의 가치를 더 넓히기 위해 업계 최대 규모의 종양학 개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30가지 이상의 종양 유형에 걸쳐 2,8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항체-약물접합체(ADC), ▲개인 맞춤형 신생 항원 치료제(INT) 등 혁신 기전 약물과의 병용요법 연구가 활발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 의료진과 제약바이오 생태계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MSD는 국내 R&D에 연간 700억 원 이상(2021~2024년 기준)을 투자하고 있으며, 국내 연구기관 640여 곳과 180건 이상의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MSD 글로벌 항암제 임상시험 중 한국이 참여하는 비율은 70%가 넘는다. 또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20여 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11개 국내 기업과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공동연구협력을 진행하며 동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편 MSD는 항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피하주사(SC) 제형인 ‘키트루다 피하주사’가 지난 5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획득했다.

이번에 허가된 ‘키트루다 피하주사’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의 성인 대상 적응증과 동일하게 폐암, 삼중음성유방암, 위암, 자궁내막암 등 18개 암종 35개 적응증 전반에 일괄 적용된다.

기존 정맥주사의 경우 투여에 30분 이상 소요됐으나, 피하주사 제형은 투여 시간을 1~2분 내외로 크게 단축해 환자 편의성과 의료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MSD는 약가 등재 등의 과정을 거쳐 올해 4분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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