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과 혈액암 환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한 헌혈증서 기증 운동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반복적인 수혈이 필수적인 환자들에게 헌혈증서는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중요한 지원 수단이지만 최근 환자 수요가 늘면서 헌혈증서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10일 백혈병과 혈액암 환자들을 위해 헌혈증서를 기증해 달라며 개인과 기업, 기관·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환우회는 “피가 아픈 혈액질환 환우와 가족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심어달라”며 “헌혈 후 보관하고 있는 헌혈증서가 있다면 백혈병 환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기증해 달라”고 호소했다.
혈액암 환자에게 필수적인 ‘수혈 치료’
백혈병과 혈액암 환자들은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조혈모세포이식 등 장기간 치료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수혈을 받아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적혈구나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조혈모세포이식이나 강도 높은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수혈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환자 한 명이 사용하는 혈액량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환우회에 따르면 백혈병·혈액암 환자 한 명이 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헌혈증서는 보통 100매에서 200매 정도다. 환자의 상태와 치료 과정에 따라 필요한 양이 더 늘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수혈 치료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환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항암치료와 입원 치료 등으로 이미 높은 의료비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혈 비용까지 더해지면 환자 가족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헌혈증서를 통해 수혈 비용 일부를 면제받거나 줄이고 있다.
환우회 관계자는 “헌혈증서는 환자에게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지원 수단”이라며 “수혈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헌혈증서 부족…환자 지원 어려움
환우회는 그동안 헌혈증서를 모아 백혈병과 혈액암 환자들에게 전달하는 지원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헌혈증서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환자 지원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환우회 설명에 의하면 현재 보유한 헌혈증서는 2000장 미만으로 약 15명 정도의 환자에게 지원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환자 한 명당 필요한 헌혈증서가 최소 100매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원 가능한 환자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우회 관계자는 “최근 헌혈증서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계속 늘고 있지만 확보된 헌혈증서는 많지 않아 추가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개인과 기업, 단체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환우회는 헌혈을 하고 받은 헌혈증서를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헌혈자가 헌혈증서를 사용하지 않은 채 보관하거나 잊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환우회는 “헌혈을 통해 한 번 생명을 살린 분들이 헌혈증서를 기증하면 또 한 번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며 참여를 당부했다.
지난해 1만1000여 매 환자 지원
환우회의 헌혈증서 지원 활동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환우회가 백혈병·혈액암 환자들에게 지원한 헌혈증서는 총 1만1396매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환자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지원 기준도 조정했다.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는 환자 1인당 기본 지원 매수를 50매로 운영했지만 환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같은 해 4월부터는 기본 지원 매수를 100매로 늘렸다.
지원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체 지원 매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헌혈증서 지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환우회가 환자들에게 전달한 헌혈증서는 총 5050매에 이른다. 환우회는 혈액질환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헌혈증서를 필요로 하는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우회 관계자는 “백혈병과 혈액암 환자들은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헌혈증서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며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개인·기업 참여 요청
환우회는 헌혈증서 기증을 원하는 개인이나 기업, 기관·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다. 헌혈증서를 기증하면 환우회 홈페이지의 ‘Thank you’ 게시판에 인증 사진이 게시되며 기증확인서와 감사장 등 증빙서류도 발급받을 수 있다.
헌혈증서는 우편으로 보내거나 서울 대방동에 있는 환우회 사무실을 방문해 전달할 수도 있다. 환우회는 기업과 단체의 참여도 기대하고 있다. 기업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헌혈증서 기증 캠페인을 진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환우회는 “헌혈로 이미 한 번 생명을 살리셨다면 이제 헌혈증서를 통해 또 한 번 희망을 나눠 달라”며 “작은 참여가 혈액질환 환자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