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적혈구증가증, 절실한 환자 우선 신약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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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적혈구증가증, 절실한 환자 우선 신약접근 필요“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12.0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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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교수 "'베스레미' 근본치료 가능한 약제, 투약 기회 제공해야"
"베스레미·자카비 있지만 급여 넘지 못해 환자에 '희망고문'" 한숨
이성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이성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올 한해는 상대적으로 많은 약제들이 급여 명단에 올랐다. 다만 격차는 있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혈액암 영역이다. 일부 초고가 약제들이 급여 문턱을 넘으면서 '희망적인' 기대를 품었던 영역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는 법. 일부 혈액암 환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에 휩싸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해당 약제를 보유한 회사는 물론이고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을 마주하는 의료진들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 또 하나의 희귀혈액암이 있다. 그리고 그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도 있다. 예상대로 이 약제는 급여 진입을 시도하려 준비 중이다.

진성적혈구증가증. 생소한 진단명을 받고 이제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들에게 투여 가능한 신약이 있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그러나 약이 고가여서 아직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하게 된다.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 역시 같은 무게를 지고 있다. '약의 값' 때문에 적기의 치료시기를 환자들은 눈 앞에서 대하는 의료진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성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대한혈액학회 골수증식종양 연구회 간사)는 희귀암종인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를 300여명 돌보고 있다. 국내 확인된 환자 수가 4000여명 수준이다. 

치료 현황과 치료제 도입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달 22일 이성은 교수의 진료실을 찾았다. 환자들로 꽉 찬 혈액암센터를 지나 3평 남짓한 진료실에서 마주한 이성은 교수는 인터뷰 진행 내내 "치료제가 있는데도 환자들이 비용 부담으로 투여를 포기한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언급했다.

눈 앞에 쓸 수 있는 두 개의 치료제가 있지만 높은 약가 때문에 환자들에게 쉽게 권하지 못하는 그의 고민을 뉴스더보이스가 만나 들어봤다.

-먼저 진성적혈구증가증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진성적혈구증가증(polycythemia vera, PV)는 골수증식종양 중 하나다. 유병율은 10만명에 1명 정도 발생되며 국내 환자는 200~300명 수준이다. 골수 내 암 유발유전자인 JAK2 돌연변이 유전자가 환자들의 95%이상에서 발현되며, 골수 기능 이상으로 혈구들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정맥혈류나 동맥혈류에 혈전증이 일반인에 비해 많이 생긴다는 점이다. 혈전은 주요혈관부위에 나타나면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또 골수섬유증이나 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 시 더욱 예후가 좋지 않다.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보험급여로 치료 가능한 약제는 오래된 항암제인 하이드록시우레아만가 유일하다.

최근에 효과가 좋은 신약 베스레미(성분 로페그인터페론알파-2b)와 자카비(성분 룩소리티닙)가 나왔지만 비싼 약가에 급여도 되지 않아 고가의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언급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다.

-진성적혈구증가증의 치료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적 치료목표는 혈액학적 반응상태를 유지해 혈전과 심혈관계 이벤트가 발생하는 위험도를 감소시키고, 증상을 조절해 삶의 질을 높이는 부분이다. 장기적 치료목표는 무진행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정상인 보다 낮게 보고되는데, 이는 질환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질환의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줄여줄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분자유전학적인 반응에 도달해 있는 환자들이 무진행생존율이 높다는 근거들이 보고되고 있어 무진행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꾸준히 모색되고 있다.

-진성적혈구증가증의 치료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진성적혈구증가증 치료는 저위험군이냐, 고위험군이냐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 저위험군의 경우 사혈치료와 저용량의 아스피린,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조절한다.

고위험군은 저위험군 치료와 함께 함께 혈액세포수를 낮춰주는 치료를 병행한다. 세포감소치료가 필요한 경우 NCCN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로 하이드록시우레아와 로페그인터페론(상품명 베스레미)이 권고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급여가 되지 않아 1차 치료제로 하이드록시우레아가 주로 사용돼고 있다.

-하이드록시우레아로 치료 실패한 환자들은 어떤 치료 절차를 밟는가?

하이드록시우레아 사용 후 약 10~20% 환자에서 내성 또는 불내성이 발현된다. 이 환자군은 골수섬유증이나, 급성림프성백혈병으로 진행이 될 확률이 높아 전체 생존률이 낮다.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내성 발현 후 중앙생존기간이 1.2년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한혈액학회 산하 골수증식종양연구회에서 진행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하이드록시우레아 내성, 불내약성 환자 대상 10년째 생존할 확률은 62.4%, 병의 진행 없이 생존할 확률은 51.6%로 나타났다. 하이드록시우레아 치료에 실패는 환자들의 생존 기간 감소로 이어진다. 때문에 이런 환자들은 면밀한 모니터링과 다른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치료 옵션은 어떤지 말씀 부탁드린다.

하이드록시우레아는 질환의 근본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가 아니라, 혈액세포 수를 줄이기 위한 세포감소항암제이다. 수치가 조절이 되어 약제를 안 쓰게 된 경우도 있겠지만, 골수섬유화가 되면 오히려 혈구들이 감소하기 때문에 세포감소항암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 경우도 있어 질환이 진행함을 시사하는 소견이 될 수도 있다.

베스레미의 경우 골수에 작용해 질환 원인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약을 상당기간 사용하다가 중단해도 재발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2년 전 국제 학회에 발표된 내용이 있다. 만성골수성 백혈병에서 표적항암제를 상당기간 사용하고 깊은 분자유전학적 반응을 유지한 환자들은 치료약제를 중단해도 다시 재발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참고가 되어서 이 질환에서도 이런 접근의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생각된다.

이성은 교수는 오는 12월 10일부터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개최되는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22)에서 베스레미 연구자임상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치료제 접근성에 대해 하실 말씀이 많은 것 같다.

희귀질환치료제가 대부분 고가인지라 모든 상황에 의료보험이 적용된다면 국가재정측면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간절히 신약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우선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치료제에 부작용이 심해 약제 전환이 필요한 경우, 약제에 불응하거나, 저항성이 있어서 혈구를 적절하게 조절 못하는 경우, 혈전이 발생하고 병이 진행되어 위험도가 높은 경우, 선택할 약제가 없는 고위험군의 임산부 등에는 옵션이 있음에도 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에게 희망고문을 하게 된다.

다른 선택 옵션이 없는 환자들에게 최소한의 차원에서라도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신약에 대한 급여가 필요하다. 약제가 절실히 필요한 환자들 대상 사례별이라도 우선 심사를 올려서 급여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으면 한다.

-현재 베스레미는 국내 임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혈액학회 골수증식종양연구회 주도로 회사측에 제안해 베스레미 허가 전인 2021년부터 국내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들 대상으로 연구자주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목적은 분자유전학적인 반응과 혈액학적 반응의 상관관계, 효과 및 안전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세포감소치료를 처음 시행하는 환자와 기존치료제인 하이드록시우레아 내성, 불내성 환자 대상을 모두 포함해 약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등록을 완료했다.

12월 미국혈액학회에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안전성면에서는 유럽에서 진행한 임상들과 비교했을 때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혈액학적 반응도 시간이 지날수록 성취율이 높아지고 있어 기대했던 대로 진행되고 있다.

-진성적혈구증가증에 대한 가이드라인 소개도 부탁드린다.

최근에 베스레미가 전세계적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NCCN(미국종합암네트워크)과 ELN(유럽백혈병네트워크) 모두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 했다. 업데이트된 NCCN 및 ELN 가이드라인 모두 차수, 위험군에 상관없이 이전에 사용경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베스레미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ELN에서는 젊은 환자들의 경우 하이드록시우레아보다 베스레미를 먼저 고려할 것으로 추천하고 있다.

국내에는 대한혈액학회 산하 골수증식종양연구회에 국내 가이드라인이 있다. 국내가이드라인에서는 세포감소치료가 필요한 경우 하이드록시우레아를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2차 치료제로 인터페론과 자카비를 권고하고 있긴 하지만, 급여가 되는 2차 치료 옵션은 없다.

-베스레미 투여 사례 중 환자가 좋아졌거나 나빠졌던 케이스를 공유해 주실 수 있는가?

한 환자의 경우 반복적인 사혈을 견디기 어려워했는데, 베스레미 투여 이후 사혈없이 혈액수치가 안정적으로 좋아졌다. 다른 환자는 입안에 궤양이 계속 생기고, 심하게 붓던 부작용이 있었는데 베스레미 투여 후 부작용이 개선되고 혈액수치 좋아져 만족해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임상연구가 아닌 본인부담으로 투여 받았던 임산부가 있다. 임산부 대상으로는 상대적으로 인터페론은 안전한 약제로 여겨지고 있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모두 높았던 고위험군 산모라서 베스레미를 투여했다. 이후 환자는 혈액수치가 조절됐고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건강하게 출산까지 했다.

안 좋았던 경우는 약제와 관련된 유해한 부작용은 없었고, 일부 이 약에 대해 앞선 연구나 학회 연구를 통해 알려진 간수치 상승 등과 같은 일부 경미한 부작용 등을 말할 수 있겠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하실 말씀이 있는지?

더 이상 치료 옵션이 없는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들에게 신약에 대한 접근성 향상과 다양성이 간절하다. 아직 베스레미에 대한 보험급여신청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급여신청을 하지 못하고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국내 급여 신청이 어려운 상황은 이해하지만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비급여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처방하기란 쉽지 않다.

베스레미와 같이 새로운 치료 옵션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환자군에 한해서라도 급여가 돼 치료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진성적혈구증가증은 질환치료가 가능한 약제로 적절한 치료만 이루어지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질환이기에 환자들이 치료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회사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상호 협력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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