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심사자이자 제도개선 첨병...좋은 선례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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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심사자이자 제도개선 첨병...좋은 선례 만들고 싶어"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2.05.0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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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

_글 싣는 순서
(상)약제 사전승인제도 일반현황에 대해

(하)솔리리스 aHUS 심의에 대해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위원 한 분 한 분이 심사자이면서 제도개선의 첨병이라고 생각한다. 심사하고 평가하는 것도 있지만, 필요한 경우 기준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도 위원회 역할이다. 남은 임기 중 좋은 선례를 만들어 보고 싶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진수(73, 서울의대) 진료심사평가위원장이 남기고자 하는 또하나의 족적이다. 이 위원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항암치료분야에서 국내 첫 손에 꼽히는 대가다. 미국 MD앤더슨병원에서 종양내과 교수로 활동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국립암센터 원장과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건 지난해 5월, 그동안 임기의 절반을 썼다. 

뉴스더보이스는 광범위한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업무 중 약제 사전승인제도와 관련한 고견을 듣기 위해 이 위원장을 만났다. 항암치료와 암생존자의 사회복귀, 노화와 암 등 항암분야에 대해 최고 전문가의 고견을 듣지 못한 건 매우 아쉬운 일이었지만, 초고가 약제의 환자 접근성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 비춰보면, 사전승인제도 운영방향을 주제로 한 인터뷰도 매우 흥미롭게 가치있는 일이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 위원장은 현재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교훈을 성경구절에서 인용해 설명하는 재주도 뛰어났다. 사전승인제도와 관련해서는 근거에 입각한 '들고 남의 체계'를 새로 만들고 싶어했다. 위원회의 능동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심사·평가에만 그치지 않고 기준을 개선하는데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능동성의 핵심인데, 약제 가운데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주에서 첫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일문일답이다.

인터뷰에는 변의형(가운데) 위원회운영실장도 함께 했다. 홍보지원실 이지영 팀장이 대화를 사진에 담았다.
인터뷰에는 변의형(가운데) 위원회운영실장도 함께 했다. 홍보지원실 이지영 팀장이 대화를 사진에 담았다.

-(Q)지난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사전승인제도에 대한 개편논의를 추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후 진행된 게 있으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A)사전승인제도 심사대상 항목은 현재 9개다. 1992년 조혈모세포이식술을 시작으로 제도를 운영한 지 벌써 30년이 됐다. 세월이 지났으니 개편방안을 들여다보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한 달에 350~400건 정도 심사하는데,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 신규 진입항목도 계속 늘어날 테니까 기존 항목에서 제외시킬 만한 게 있는 지 검토하려고 한다.

조혈모세포이식술의 경우 제외시키는 데 대해 의료계의 반대도 많다. 별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데 왜 빼려고 하느냐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지속해온 관성의 법칙에서 벗어나 필요한 조치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싶다. 새로운 항목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도 열어줘야 한다. 특히 최근에 나오고 있는 초고가약제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Q)조혈모세포이식술과 같은, 오랜 기간 운영돼 온 항목을 제외 검토대상 후보군으로 보면 될까요?  약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진입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직은 '퇴출'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A)한 번 들어오면 나가는 길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없다. 이에 대한 평가와 재조정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약제의 경우 아직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Q)사전심사 항목에 대한 신규 진입이나 제외(퇴출) 등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있었는 지도 궁금합니다. 신규 진입의 경우 통제적인 측면이 있어서 원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A)치료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행위나 고가약제는 심사에서 삭감되면 의료기관에 '데미지'가 매우 크다. 그래서 의료기관도 미리 급여 가능여부를 알려주는 게 편하다고 한다. 오히려 항목이 많으면 업무량이 많아져서 우리가 부담이 된다. 그래서 조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Q)그런 점에서 사전심의제도는 고가 행위나 고가 약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억제하는 장치로써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위원장님 견해는 어떤신지요?

=(A)맞다.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억제 효과는 분명히 있다. 오남용을 줄이고 적절한 환자에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Q)진료심사평가위원회에서 사전심의 대상 여부도 판단하는지요? 

=(A)그렇지 않다. 약제의 경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Q)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도 고가약 사전심의제도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활성화 방안을 포함해 사전심사제도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는데요. 후속조치로 바뀌었거나 준비 중인 게 있을까요?

=(A)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약제의 경우 리얼월드 데이터(RWD)를 모아서 근거자료를 마련해 보려고 한다. 가령 스핀라자 치료 데이터가 취합돼 관련 논문이 나오면 약의 효과에 대해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RWD에 기반한 일종의 사후평가를 언급하신 것 같은데요. 그 결과를 급여기준이나 위원회 심사에도 반영할 수 있을가요?

=(A)사후평가와는 개념이 다르다. 투약 환자 모니터링 자료를 토대로 실제 효과를 분석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겠다.

-(Q)지난 1월 고가약 사후관리 방안 심포지엄이 심사평가원 주최로 열렸었습니다. 사실상 척수성 근위축증(SMA) '원포인트'로 진행됐는데요. 다른 치료제 등 다른 항목에 대해서도 이런 행사를 계속 이어가실 계획이신지요?

=(A)계획된 건 없다. 환자들의 니드가 있고, 공론화가 필요해 보여서 진행한 것인데, 사실 사전심의 항목은 사회적인 이슈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쉽지 않다. 일반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는 제한적인 토픽이다. 

-(Q)원샷치료제 졸겐스마는 스핀라자 대체입니다. 당연히 사전심사 항목으로 들어오겠지요?

=(A)그런 판단은 복지부 보험약제과와 우리 약제관리실 소관 업무다. 아직 넘어온 게 없어서 잘 모른다. 다만 스핀라자 사례를 보면, 사전심의 대상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Q)약제의 경우 급여 등재과정이 복잡하고, 일부 약제는 급여기준까지 설정돼 있는 등 '허들'이 많은데, 사전심사제도가 또다른 '허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A)(변의형 위원회운영실장) 사전심의제도는 급여기준에 대한 소통 채널이며, 급여 기준을 적합하게 판단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당사자들 간 신뢰의 영역이기도 하다. 고가 약제 급여투여 여부를 미리 판단해 주고 보완이 필요한 자료를 사전에 통지해 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 불승인 됐을 때 제도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투여해놓고 나중에 삭감되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Q)위원회 사전심사 과정에서 현 급여기준이 불합리하다고 지적되는 사례, 또 이런 경우가 왕왕 생기는 지도 궁금합니다.

=(A)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준 개선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현장에서 위원들께 직접 물어보고 '리스트-업'해서 급여기준부와 함께 논의한다.

-(Q)사전심의 약제들 중 실제 기준 변경 요청이 반영된 사례가 있는지요?

=(A)위원회가 의견을 내서 심사평가원 내부 논의를 거쳐 복지부에 건의해 기준을 변경하는 사례를 만들려고 한다. 스핀라자가 첫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1월 심포지엄도 이를 위한 공론화의 장이기도 했다.

-(Q)끝으로 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위원 한 분 한 분이 심사자이면서 제도개선의 첨병이라고 생각한다. 심사하고 평가하는 것도 있지만, 필요한 경우 기준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도 위원회 역할이라고 본다. 남은 임기 중 좋은 선례를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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