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뒷말무성 제약 간담회...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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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뒷말무성 제약 간담회...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7.1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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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건강보험공단의 '소통채널(정기간담회)' 운영이후 제약계에는 뒷말이 무성했다. 그만큼 협상당사자인 보험자와 제약계 간 신뢰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걸 방증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앞으로 조금씩 더 간극을 좁혀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공단 약제업무 라인은 지난 8일 제약단체들과 올해 2차 정기 간담회를 가졌다. 새로 도입되는 제네릭 등재계약과 위험분담계약 협상지침 개정 등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서였다. 

건보공단은 법적으로 사전에 공개할 의무가 없다며 그동안 지침개정안을 내놓지 않았는데, 이날 '변경대비표(현 규정과 개정안 비교표)'를 현장에 배포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간담회가 끝났을 때 제약계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일단 참석자 선정방식부터 도마에 올랐다. 건보공단 측은 강청희 급여상임이사가 참석하는 점을 들어 제약계에도 '급'을 맞춰 임원급이 나오도록 요청했다. 인원은 단체별로 3명으로 제한했고, 1명의 배석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날 '변경대비표'를 나눠준 건 좋았는데, 행사장에서 잠깐 보여주고 모두 수거해 간데다가 배석자에게는 자료조차 공유해주지 않았다. 불만의 싹이 커진 직접적인 단초였다. 

간담회 내용에서도 불만은 제기됐다. 건보공단 측은 제약사들의 건의나 의견제시에 매번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반복해왔는데, 뭔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이날 간담회에 대해 제약계 관계자들이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쏟아놓은 말들은 이렇다.

"바로 수거해 가기는 했지만 변경대비표 맛은 보여줬으니 감사해야 하는 건가."

"마치 간담회를 빙자해 들러리 세운 느낌이다. 건보공단 측이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열기로 하고 실제 진행하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들러리 세우기식 간담회에 계속 참석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심사평가원도 건보공단처럼 내부규정을 개정하지만 80일간 의견조회를 하고, 간담회를 반복적으로 열어 추가로 의견을 듣고 있다. 건보공단은 법적인 의무가 없다는 등등의 이유를 내세워 스스로 투명행정을 포기하고 있다."

"변경대비표를 잠깐 보여주고, 그것도 실무자인 배석자에게는 나눠주지도 않았다. 그래놓고 의견을 줄게 있으면 7월22일까지 제출하라고 한다.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검토중' 또는 '검토해보겠다'는 영혼없는 말만 내놓는다."

이런 제약계의 뒷말과 불만에 건보공단 측은 아쉬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간담회가 늦어지거나 소규모로 진행된 건 맞지만, 제약계 의견을 들으면서 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사실 간담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도 바쁜 일과 중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 중에는 귀담아 들을만한 것들도 있어서 규정을 다시 들여다 볼 참이었다. 제네릭 협상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는 협상 개시 전에 한 차례 더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위험분담계약과 관련해서도 별도 간담회를 검토하려고 한다. 이렇게 지난 8일 간담회는 성과가 적지 않았는데, 이런 진정성을 못믿어워 한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건보공단 측은 "더 많이 듣고, 더 소통하려고 노력하겠다. 그러면 조금 씩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일념으로"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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