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63만정이 필로폰 제조에…약사회 “한약사 업무범위 명확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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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63만정이 필로폰 제조에…약사회 “한약사 업무범위 명확히 하라”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11.0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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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외 판매·무자격 판매 혐의 철저한 수사와 엄정 처벌 촉구
복지부엔 면허범위 판단·관리감독 요구…국회엔 약사법 개정안 처리 주문
한약사회 “위법 회원 엄중 징계…개인 범죄를 직역 전체로 일반화 말아야”
[사진=대한약사회]
[사진=대한약사회]

한약사가 판매한 감기약 63만여정이 필로폰 제조에 악용됐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대한약사회가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보건복지부에는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에 대한 면허범위 판단과 관리·감독 강화를, 국회에는 약사·한약사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대한약사회(회장 권영희)는 3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대한약사회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한약사의 면허범위와 의약품 판매 관리체계의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밝혔다.

약사회가 인용한 이날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한약사는 감기약이 마약 제조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슈도에페드린 성분 의약품을 대량 판매해 필로폰 제조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의약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약국 실장의 무자격 의약품 판매 혐의도 드러났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약국 외 판매와 무자격자 판매 등 관련 위법행위뿐 아니라 약국개설자의 관리·감독 책임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허범위 밖 의약품, 정부는 어떻게 관리했나”

약사회는 이번 사건을 마약류 불법 제조 수사와 별개로 의약품 판매 관리체계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한약사의 면허범위 밖 일반의약품 판매와 약사·한약사 간 교차고용에 따른 업무범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와 국회에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는 설명이다.

약사회는 “이번 사건은 이러한 요구가 단순한 직역 간 갈등이 아니라 국민의 의약품 안전과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로는 약사법 제2조제2호를 제시했다. 약사회는 이 조항이 한약사의 업무범위를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藥事) 업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법제처 역시 이러한 업무범위 구분이 약사법령 전체의 해석지침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23년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당시 복지부 장관이 “항히스타민제나 경구피임약은 한약사의 면허범위에 들어간다고 볼 수 없다”고 발언한 점도 언급했다.

이를 토대로 약사회는 복지부에 “이번 사건에 사용된 슈도에페드린 성분 일반의약품은 한약사의 면허범위에 해당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면허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어떤 관리·감독과 행정조치를 취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약사회는 “한약사의 면허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의약품이 존재함을 인정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을 미뤄온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개설자 면허에 맞게 책임 규정…업무범위 법안 처리해야”

국회에는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4577)의 조속한 심사와 통과를 촉구했다.

약사회는 해당 법안이 한약사가 개설한 약국에 약사를 고용해 개설자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국 운영과 관리의 책임을 개설자의 면허범위에 맞게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한약제제를 명확히 구분하고, 면허범위 밖 일반의약품 판매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처분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약사회는 수사기관에 약국 외 의약품 판매와 면허범위 밖 판매에 대한 법적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고, 확인된 위법행위를 엄정히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복지부에는 슈도에페드린 성분 일반의약품의 한약사 면허범위 해당 여부를 명확히 밝히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정부 차원의 한약제제 구분과 관리·처분 근거 마련, 의약품 불법 유통 및 무자격자 판매에 대한 감독 강화도 요구했다.

약사회는 “이번 사건은 대한약사회가 오랫동안 제기해 온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경고”라며 “정부와 국회는 한약사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대한한약사회]
[사진=대한한약사회]

한편 대한한약사회(회장 임채윤)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연루된 회원의 위법행위가 확인되는 대로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가능한 가장 엄중한 징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약사회는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할 면허를 범죄 수단으로 악용한 자에게는 한약사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며 “회원이라는 이유로 감싸거나 온정을 베푸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개인의 범죄를 한약사 전체나 면허제도의 문제로 확대하는 데 대해서는 반발했다. 한약사회는 이번 사건에 약사도 연루된 것으로 보도됐다며 “범죄의 책임은 위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에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약사의 범죄는 한약사 전체의 책임이고, 약사의 범죄는 개인의 일탈이라는 이중잣대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약사회에도 연루 회원에 대한 동일한 원칙과 조치를 요구했다.

의약품 대량 유통·판매 과정의 오남용과 불법 유출을 막기 위한 공동 대응도 제안했다. 한약사회는 이른바 ‘창고형 약국’이 대량 판매와 가격 경쟁에 치중할 경우 의약품 적정 사용과 오남용 방지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약사회와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약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에는 한약사와 약사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직역을 초월한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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