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영업을 대행하는 판촉영업자(CSO)에 대한 정부의 첫 실태조사가 낮은 응답률과 계약자료 분석의 한계를 드러냈다. 조사 대상 2만여개 업체 중 응답한 곳은 2%에 그쳤고, 제약사 등이 제출한 위탁계약서 약 98만건도 표준화되지 않아 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계약에서 높은 판촉수수료가 확인되면서 영업비 지출 구조를 파악할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7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CSO 실태조사의 한계를 지적하고, 위·수탁 계약 표준화와 수수료의 투명한 관리를 촉구했다.
CSO는 제약사 등을 대신해 의약품 판촉·영업을 수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영업대행업체다. 불법 리베이트의 우회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2021년 리베이트 제공 금지와 지출보고서 작성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약사법 개정을 거쳐 2024년 10월 신고제가 시행됐다.
2만14개 조사했지만 자료 제출은 396개
복지부가 남 의원실에 제출한 ‘의약품 판촉영업자 실태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올해 4~6월 실시한 서면조사에서 대상 2만14개 업체 중 396개만 응답했다. 응답률은 2.0%였다. 복지부도 낮은 제출률과 자료의 정확성·신뢰성 문제로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응답업체 구성은 전체 신고현황과 차이가 컸다. 전체 신고 CSO 중 개인사업자는 1만5836개로 79%를 차지했지만, 응답업체 중 개인사업자는 217개로 54.8%에 그쳤다.
응답업체 가운데 1인 사업자는 42.9%, 5인 이하 업체는 77.0%였다. 전체 신고현황을 토대로 복지부가 추정한 1인 개인사업자 CSO는 8182개로 전체의 약 41%였다. 다만 응답률이 낮아 응답업체의 조사 결과를 전체 시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동일 개설자가 2개 이상의 CSO를 운영하는 경우는 1981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영업소 주소에 최대 21개의 1인 개인사업자 CSO가 신고된 사례도 확인됐다.
응답업체가 주된 영업대상 1순위로 꼽은 의료기관은 의원급이 58.5%로 가장 많았다. 종합병원 이상은 17.6%, 병원급은 14.7%였다.
남 의원은 “정부가 CSO 현황과 수수료율 등을 상시적으로 파악·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980만장 쌓인 계약서…정리·분석에 한계
제약사·수입업체 조사에서는 대상 286개사 중 212개사가 자료를 제출했다. 제출률은 74.1%였다. 복지부는 제출자료를 통해 CSO의 재위탁 구조와 수수료율 등을 파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남 의원실의 위탁계약서 분석 요구에 복지부는 확보한 계약서가 약 98만건, 약 980만장에 달하는 데다 표준화된 데이터가 아니어서 자료 정리와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위탁계약서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아 분석이 어려웠다”며 “위탁계약서 표준화 및 핵심분석 별도 조사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일부 위탁계약 사례를 직접 분석한 결과, 수수료율이 확인된 446개 품목의 평균 수수료율은 42.9%였다. 수수료율이 50% 이상인 품목은 140개로 31.4%를 차지했고, 최고치는 60%였다.
이 수치는 일부 계약 사례를 분석한 결과로 전체 CSO 계약의 평균 수수료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남 의원실은 복지부가 보유한 전체 위탁계약서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 의원은 수수료율이 60%인 ‘클로피도그렐 75mg정’ 계약 사례를 제시했다. 국내에서 동일 성분·함량의 제네릭 의약품 120여개가 유통되는 성분이다. 그는 “수수료의 증가 원인은 (처방을 확보하기 위한) 판촉영업 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업비보다 품질·연구개발로 경쟁해야”
남 의원은 고율의 판촉수수료 지급이 가능한 의약품 가격 구조도 정부가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복지부가 이미 제출받은 약 98만건의 위탁계약서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품목별로 판촉영업비를 건보재정과 연계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전산 연계 등 분석 방안을 강구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남 의원은 “CSO의 1인·소규모 업체 중심의 시장구조와 의원급 중심 영업, 복잡한 위·재위탁, 고율 수수료 문제가 드러났다”며 통합관리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이어 “과도한 판촉영업비로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고, 국내 제약산업도 영업비가 아니라 품질과 연구개발로 경쟁하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