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환자단체 공방 이어 정부 발언 적절성까지 쟁점…후반기 복지위서 ‘환자 안전’ 부각
[이슈정리=의료사고 이력 공개 논란]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환자단체와 의료계를 넘어 보건복지부로 확산되고 있다. 복지부 담당 과장이 이력 공개가 고위험 필수의료 기피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히자 제도를 추진 중인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맞느냐"며 정은경 복지부 장관에게 공개적인 답변을 요구하고 나섰다.
22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회에 새로 합류한 이 의원은 의료사고 이력 공개뿐 아니라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을 놓고도 의료계에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오는 국정감사에서 '환자 안전'을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한 만큼 의료사고와 환자의 알 권리, 의료인의 진료권을 둘러싼 논의가 후반기 복지위 주요 현안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이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용을 살펴보니 제가 준비하고 있는 법안의 내용을 왜곡하거나 실증적 근거 없이 막연한 추정에 기해 개인적 의견을 개진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것이 과연 보건복지부의 공식 입장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당 과장의 의견을 근거로 복지부가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만약 해당 과장이 내부 사전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개인적 의견을 언론에 개진한 것이라면 위 기사들은 모두 오보일 것"이라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당 과장의 의견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 명확히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 "국민의 혼란을 막기 위해 이미 기사화된 오보들을 정정 요청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담당 과장 “고위험 진료 위축, 사회적 피해 더 클 수도”
논란의 중심에 선 발언은 신현두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이 내놓은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 대한 견해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는 12일 의료인 의료사고 이력 공개와 관련해 지금도 고위험 필수의료를 전공하려는 의사들이 적은 상황에서 이력 공개가 이러한 현상을 부추길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과장은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와 통화에서 의료행위 자체는 환자를 위한 치료행위이며, 그 과정에서 과실이 발생했다고 해서 형사처벌 내용을 공개하면 젊은 의사들이 어렵고 힘든 필수의료 대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진료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외과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의료계의 주장도 언급했다. 이러한 부분을 전혀 용납하지 않고 의료과실이 100% 없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며, 결과적으로 어려운 분야를 선택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취지다.
신 과장은 젊은 세대가 자기 이익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사회가 위험한 의료행위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사회 전반에 불러올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다만 의료행위 중 성범죄와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있다고 봤다.
신 과장은 앞서 지난달 29일 이 의원이 개최한 '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 토론회에서도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의료인 이력 공개에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현행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단서에 따라 의료행위 중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면허취소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해당 발언을 문제 삼았다.
연합회는 토론회 현장에서 다른 토론자가 이를 지적했고 좌장이 법률전문가에게 확인한 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만으로는 의사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면서 복지부가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개 범위 놓고 의료계·환자 측 시각차 뚜렷
의료사고 이력 공개를 둘러싼 논쟁은 지난달 말부터 의료계와 환자단체 간 공방으로 이어져 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의료사고 이력을 의사 개인의 이름과 함께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 환자 안전을 높이기보다 필수의료를 위축시킬 수 있는 '낙인식 제도'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강화하고 반복적인 중대 의료과실을 예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의료사고 발생 사실만으로 의사의 과실이나 진료 역량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중증외상과 응급수술, 고위험 분만, 장기이식, 암 수술 등에서는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합병증이나 사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사고 건수를 기준으로 의사를 평가하면 고위험 환자를 많이 치료하거나 다른 병원에서 거절당한 중증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술한 의사가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수술을 거의 하지 않거나 위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한 의사가 '무사고 의사'로 평가되는 모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의협의 시각이다.
대안으로는 정보 공개보다 전문가 자율규제를 제시했다.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수련과 교육을 인증·평가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의료행위를 계속 수행할 수 있는지 전문가 단체가 조사·심사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환자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에 맞서 의료인 이력 공개가 의료인을 추가로 처벌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인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고 주장했다.
연합회가 제안한 방안은 모든 의료사고나 의료분쟁을 공개하는 방식이 아니다. 의료행위와 관련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처럼 환자가 의료인을 선택하는 데 중대한 판단자료가 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를 일정 기간 공개하자는 것이다.
도입 초기에는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례를 우선 공개 대상으로 검토하고, 실형과 집행유예에 따라 공개 기간을 달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피해 환자의 신원과 민감한 의료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의료인에게 이의 제기와 소명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론화 대상 아니다” 발언에도 공개 반박
이 의원과 의협 간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서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와 관련한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의 "공론화의 대상이 될 사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거론하며 "공적 사안 가운데 공론화의 대상조차 되지 않을 성역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을 보완하기 위해 개최한 토론회에도 의협 측에 참석을 요청했지만 불참했다면서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법조계, 정부 관계자, 보건의료 전문가뿐 아니라 의사단체도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저도 제가 가려는 방향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합리적인 반론에는 귀를 열고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의 자체를 거부하면서 논의의 방향이 편향됐다고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의협에 공론의 장에 들어와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이어 "의료사고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면서도 의사들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라면 의사와 환자가 따로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의협은 앞서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관련 토론회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후반기 국회서 제도 개선 의제로 이어질까
이 의원은 의료사고 이력 공개 논의를 향후 국정감사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이미 예고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의료사고 이력 공개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의 발언을 소개했다.
권 교수는 토론회에서 "의료계도 반대, 정부도 반대, 그러면 국민들이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이렇게 되고 있는 걸, 국회에서 이런 법을 발의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의 자격 재심사제 도입과 복지부 내 '환자안전과' 신설도 제안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이 제안들을 토론회장에만 남겨두지 않겠다"며 "오는 국정감사에서 '환자 안전'을 핵심 의제로 다루고,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논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의료사고 이력 공개와 함께 개정 의료분쟁조정법도 이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현안이다. 이 의원은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 개최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환자 목소리는 충분했는가' 토론회를 마친 뒤에도 의료계를 겨냥해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의사는 헌법 위에 존재하는 성역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막연한 공포 마케팅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정교하고 객관적인 실증자료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이력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공개 대상과 범위, 기간, 의료인의 소명권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더해 필수의료에 미칠 영향과 환자의 알 권리, 복지부 담당 과장의 발언이 정부 공식 입장인지 여부로까지 쟁점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이 22대 국회 후반기 복지위에 새로 합류한 데 이어 국정감사에서 환자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예고하면서 의료사고 이력 공개와 의료분쟁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