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JCA 서류 AI 활용 원칙 마련…MHRA, 앰비언트 음성기술 의료기기 범위 명확화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이 의료기기 분야의 디지털헬스와 인공지능(AI) 활용 확대에 대응해 관련 제도와 관리기준을 잇달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헬스 기기의 실제임상근거(RWD) 창출을 위한 시범사업을 본격화하고 전자의료기기보고(eMDR)와 510(k) 제출 체계를 정비했다. 유럽에서는 공동임상평가(JCA) 자료 작성에 AI를 사용할 때의 원칙과 의료기기 고유식별자(UDI) 할당 주체, 앰비언트 음성기술의 규제 범위가 제시됐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배포한 '의료제품 분야 최신 해외 동향 정보지 2026년 7월(하), Vol.36'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7월 디지털헬스와 의료기기 보고·심사 등에 관한 제도 개선 사항을 잇따라 공개했다. 유럽에서도 유럽집행위원회(EC), 유럽의약품청(EMA),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등이 AI와 의료기기 관리에 관한 새로운 원칙과 지침을 내놨다.
실제 의료환경 데이터로 혁신기술 효과 확인
미국 FDA는 7월 22일 '디지털 건강 기기를 위한 기술 기반 의미 있는 환자 결과(Technology-Enabled Meaningful Patient Outcomes·TEMPO)' 시범사업의 첫 번째 참여 제조사로 덱스콤(Dexcom)을 선정했다.
TEMPO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 혁신센터의 ACCESS(Advancing Chronic Care with Effective, Scalable Solutions) 모델과 연계된다. 특정 만성질환 환자에게 혁신적인 디지털헬스 기술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실제 의료환경에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FDA가 시범사업 기간 의도된 사용을 지속 평가할 'Dexcom Glucose Health Program'은 ACCESS 모델의 2개 임상 활용 분야를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환자와 의료전문가 또는 간병인이 대사·영양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맞춤형 지침과 실시간 데이터, AI 분석 결과를 활용해 근거 기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TEMPO 참여 제조사는 기기의 의도된 사용과 관련한 RWD를 수집·모니터링·보고하게 된다. FDA와 CMS는 이를 토대로 디지털헬스 기술이 실제 의료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만성질환 치료 개선에 기여하는지 파악할 계획이다.
FDA는 ACCESS 모델의 4개 임상 활용 분야별로 미국에 기반을 둔 다양한 제조사를 대상으로 최대 약 10개의 TEMPO 참여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환자 위험과 잠재적 혜택, RWD 수집·분석·보고 계획, ACCESS 성과지표와의 부합성 등이 주요 고려사항이다.
FDA는 eMDR 시스템 개선 일정도 공개했다. 제출 건수가 많은 업체가 시스템 변경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개선 일정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예정된 개선사항은 6월 발표하고 8월 구현 패키지를 공개한다. 이어 9월 사전 운영 환경에 적용한 뒤 영향도가 큰 개선사항은 구현 패키지 공개 후 7개월, 통상 다음 해 3월 운영 환경에 배포한다. 다만 긴급 수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과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다.
혈액투석용 혈액 튜브 세트에 대한 510(k) 제출 지침도 마련됐다. 대상은 혈액투석 치료에서 체외 혈액 회로로 사용하는 혈액 튜브 세트로, FDA는 510(k) 제출에 포함해야 하는 시험과 표시사항에 관한 구체적인 권고를 제시했다. 적용 범위는 21 CFR 876.5820과 제품코드 FJK·KOC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FDA는 이와 함께 PMA 또는 인도적 의료기기 면제(HDE)의 승인·거부 결정을 공개하는 CBER의 표준운영절차(SOPP 8795)를 발표했다. 해당 절차는 철회되지 않은 모든 최초 PMA와 패널 트랙 PMA 보충자료, HDE에 적용된다.
허가 분야에서는 나노엔텍의 'ADAMII CD34 System'이 7월 20일 FDA로부터 510(k) 실질적 동등성을 인정받았다. 이 제품은 생존 CD34+·CD45+ 세포를 계수하고 생존 CD45+ 대비 CD34+ 세포 비율을 산출하는 자동 감별 세포 계수기로, 임상검사실용 체외진단기기다.
제출자료 책임·UDI 관리주체까지 명확히
유럽에서는 의료기기 규제 과정에서 AI 활용에 대한 관리 원칙이 구체화됐다.
EC는 7월 16일 공동임상평가(JCA) 서류의 증거 합성 과정에 AI를 사용할 경우 적용하는 일반원칙을 제시했다. 핵심은 AI를 사용하더라도 제출 자료에 대한 책임은 의료기술 개발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JCA 서류 준비에 AI가 사용됐다면 이를 명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사용한 AI 도구의 이름과 버전, 사용일자, 개발자, 사용목적도 서류에 포함해야 한다. 특히 AI에 입력한 모든 프롬프트를 기록해 공동임상평가 과정에서 요청할 경우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기기 UDI 할당 주체도 보다 명확해졌다. EC 의료기기조정그룹(MDCG)은 7월 23일 제조업자와 유통업자 사이에서 발생한 UDI 할당 관련 해석 차이를 정리한 입장문을 내놨다.
MDCG는 기기 라벨과 관련 문서에 표시된 제조사만 EU에서 판매되는 기기에 UDI를 할당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EU UDI 발급기관에서 제조사와 연계된 코드를 부여받고 유럽 의료기기 데이터베이스(Eudamed)에 기기를 등록할 수 있는 주체 역시 제조사다.
영국 MHRA는 의료·요양시설에서 활용이 확대되고 있는 앰비언트 음성 기술(AVT)의 의료기기 해당 여부를 구체화했다.
단순 녹취나 임상 대화 요약, 서신 작성, 의료진 검토를 위한 임상 코드 제안을 목적으로 하는 AVT는 현행 법규에서 의료기기로 규제하지 않는다. 반면 진단·치료·예방을 지원하거나 임상의 검토 없이 처방을 내리는 등 자동화된 조치를 수행하는 AVT는 의료기기로 규제되며 관련 안전성과 성능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EMA는 의약품 투여 또는 체내 의약품 제거를 위한 2b등급 의료기기와 3등급 이식형 기기에 대한 전문가 패널 의견도 업데이트했다. 양방형 무전극선 심장박동기의 경우 제출자료를 토대로 우심방 무전극선 심박동기에서 역치 상승, 이탈, 심방세동 관련 중대한 이상사례 발생률이 대조군보다 높을 수 있다고 보고 시판 후 감시(PMS) 과정에서 특별히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포장·안전관리까지 규제 범위 확대
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도 8월 12일부터 시행된다. PPWR은 기존 포장폐기물 지침을 대체해 EU 27개 회원국에 직접 적용된다. 재활용 가능성, 재활용 원료 함량, 유해물질 제한, 재사용 목표, 포장 최소화와 라벨링, EU 적합성 선언 및 기술문서 작성·보관 등이 핵심이다.
다만 의료기기에는 일부 예외가 설정됐다. 의료기기와 체외진단의료기기의 접촉 민감 포장은 재활용 가능성 관련 일부 요건의 예외 대상이며, 의료기기·연구 전용 기기·임상시험용 기기의 접촉 민감 플라스틱 포장도 재생 원료 함량 관련 예외에 포함된다.
의료기기와 체외진단의료기기의 1차·외부 포장은 기존 의료제품 관련 법률의 표시 요건으로 공간이 부족하거나 추가 라벨링이 안전한 사용을 저해할 수 있는 경우 PPWR 라벨링 요건에서 예외가 인정된다. 산업·의료 분야에서 사용하는 조합 가능한 의료기기와 의료시스템을 위해 맞춤 제작된 운송 포장도 일부 의무의 예외 대상이다.
한편 유럽에서는 의료기기 안전성 조치도 이어졌다. 프랑스 ANSM은 PACS 소프트웨어에서 동일 검사를 중간 확인 없이 연속 두 차례 수동 병합할 경우 대상 검사가 복구 불가능하게 손실될 수 있는 문제를 확인해 무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조치했다. 또 고주파 절제 카테터 RF 전극과 관련해서는 장 손상과 관련한 중대한 사고 2건이 보고됨에 따라 사용설명서를 변경·강화했다.
독일 BfArM은 휠체어 주행장치의 캘리브레이션을 어긋나게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버그가 확인된 제품에 대해 회수 조치를 안내했다. 예상치 못한 조향 드리프트나 부정확한 제어로 휠체어가 의도한 경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관련 문제는 1건 보고됐지만 상해 사례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