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치료에 사용하는 GnRH 유사체(성조숙증 억제 주사제)가 성조숙증으로 정확히 진단된 아동에서는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표준 치료이지만,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일반 소아청소년에서 키 성장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27일 성조숙증 억제 치료제인 GnRH 유사체의 효과성과 안전성, 국내 치료 현황, 보호자 및 의료진 인식 등을 종합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성조숙증은 사춘기가 또래보다 비정상적으로 빨리 시작되는 질환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최종 성인 키 감소나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국내외 임상진료지침에서는 GnRH 유사체를 표준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성조숙증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조기사춘기나 정상사춘기 아동에게도 키 성장을 기대하며 치료하는 사례가 늘면서 과학적 근거를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연구진은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건강보험 청구자료 분석, 보호자와 의료진 설문조사를 함께 수행했다. 연구는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추천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진행됐다.
성조숙증 환자 21만명…여아 86%
연구진이 2020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조숙증으로 진단받고 GnRH 유사체를 처방받은 환자는 21만5628명이었다. 청구금액은 약 6215억원에 달했다.
환자 수는 2022~2023년 이후 안정화하거나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전체 환자의 약 86%는 여아였다. 진료의 약 87%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이뤄졌다.
연구진은 국내외 문헌 9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성조숙증으로 진단되지 않은 조기사춘기 또는 정상사춘기 소아청소년에서는 GnRH 유사체 치료가 최종 성인 키를 유의하게 증가시킨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체질량지수(BMI)는 치료군과 대조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초경은 평균 약 1.5년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 간 결과 차이가 커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성조숙증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대상에서는 키 성장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보호자는 치료 시기, 의료진은 골연령 중시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로 주사 치료 시작·종료 시기(48.1%), 성조숙증 검사 시기(47.4%), 진단 기준(42.7%)이 꼽혔다.
병원을 처음 방문한 계기는 2차 성징 발현이 가장 많았고(49.2%), 비만·과체중(17.2%), 키 성장 기간 연장(14.2%), 키가 작아서(12.6%) 등이 뒤를 이었다. 치료 목적 역시 2차 성징 지연(58.0%)에 이어 최종 신장 증가(24.9%)가 두 번째로 많았다.
반면 성조숙증 진단 기준을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9.4%, 성조숙증 치료와 성장호르몬 치료의 차이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51.2%에 그쳤다. 응답자의 48.0%는 치료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었으며 부작용, 정서·심리적 영향, 치료비 부담 등을 주요 걱정으로 꼽았다.
의료진 1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78.0%가 골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최소 1년 이상 앞선 경우를 성조숙증 진단 기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치료 여부를 결정할 때는 사춘기 진행 속도와 골연령 차이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으며, 61.6%는 성조숙증 진단 이후에도 경과 관찰 등을 위해 치료를 연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올해 1월 시행된 건강보험 요양급여 고시 개정에 대해서는 60.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진단 및 치료 기준이 명확해졌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다만 임상 현장을 반영한 기준 보완과 환자 안내자료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NECA 윤지은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성조숙증 치료 자체의 효과를 평가한 것이 아니라 성조숙증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소아청소년에게 키 성장 목적으로 GnRH 유사체를 사용하는 경우의 근거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연구"라며 "성조숙증으로 정확히 진단된 아동에서는 GnRH 유사체가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표준 치료이지만,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일반 소아청소년에서의 사용은 현재까지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연구 결과는 반드시 적용 대상에 맞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