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목적·대상·절차·자료 표현에 따라 이슈 달라져”
유성욱·김현옥 변호사, 윤리경영 워크숍서 발표
제약회사의 환자단체 지원프로그램이 환자 접근성 개선 수단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프로그램 유형에 따라 부당한 고객유인, 의약품 광고, 환자 개인정보 처리, 의료기관·환자단체와의 이해상충 문제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지원 대상이 환자단체인지, 의료기관인지, 환자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어 사전 CP(공정거래 자율준수) 검토가 필수적이라는 조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화우 유성욱·김현옥 변호사는 최근 열린 ‘2026 상반기 제약바이오협회 윤리경영 워크숍’에서 ‘환자단체 지원프로그램 관련 CP 이슈’를 발표했다. 뉴스더보이스는 워크숍 참석자들 취재를 통해 주요내용을 정리했다.
화우 변호사들은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크게 ▲의약품 무상제공 ▲의약품 약제비 지원 ▲기타 비용 지원 ▲질환정보 제공활동 등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최근에는 희귀질환과 중증질환 치료제 중심으로 환자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관련 법적 기준 마련 필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무상치료·약제비 지원, ‘경제적 이익 제공’ 여부가 핵심
가장 민감한 영역은 의약품을 직접 제공하거나 약값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변호사들은 고가 의약품 무상제공, 치료유지 목적 무상공급, 임상시험 연계 지원,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 등이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특정 제품 처방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유인이나 약사법상 경제적 이익 제공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원 대상 환자 선정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특정 의료기관·의료진을 통해서만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경우, 해당 지원이 환자 편익 제공을 넘어 의약품 사용 촉진 수단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상 이익 제공 여부를 판단할 때 지원 목적의 공익성, 수혜 대상 범위, 지원 규모, 회사의 관여 수준, 환자의 자유로운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검사비·진단비 지원도 판촉성 논란 가능
질환 조기 발견을 위한 검사비 지원 프로그램 역시 주요 법적 검토 대상이다.
변호사들은 희귀질환이나 특정 중증질환의 경우 조기 진단을 돕기 위해 유전자 검사비나 진단검사 비용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검사 결과가 특정 제품 처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라면 사실상 마케팅 활동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사기관 선정 과정의 독립성, 검사 대상 환자 기준의 객관성, 검사 결과와 제품 처방 간 연계 여부, 의료기관에 대한 경제적 혜택 제공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사비 지원이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유인하거나 특정 치료제 처방 확대를 목적으로 운영될 경우 법적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비·교통비 지원도 우회적 고객유인 여부 따져야
의료비, 교통비, 간병비 등 기타 비용 지원 프로그램 역시 법적 검토가 필요한 영역으로 꼽혔다.
직접적인 의약품 제공은 아니지만 특정 제품 사용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특정 병원 이용을 전제로 지원이 이뤄질 경우 경제적 이익 제공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환자의 경제적 부담 경감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더라도 지원 기준과 절차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며, 의약품 처방이나 거래 유지와 직접 연결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환자단체가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후원금 집행과 대상자 선정 과정의 독립성이 확보돼야 하며, 제약사가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을 통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질환정보 제공은 ‘교육’과 ‘광고’의 경계 관리 중요
질환정보 제공활동은 환자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유형 중 하나다.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 교육자료 배포, 환자 세미나, 질환 정보 웹사이트 운영 등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자료 내용이 특정 제품의 효능·효과를 강조하거나 특정 치료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경우 의약품 광고로 판단될 수 있다.
변호사들은 특히 전문의약품의 경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만큼 질환정보 제공자료라도 제품명, 성분명, 경쟁제품 대비 우월성, 처방 권유성 표현 등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단체 홈페이지나 SNS 콘텐츠, 온라인 설명회 자료 등은 일반인에게 광범위하게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사전 법률 검토와 내부 CP 심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개인정보·이해상충 관리도 새로운 리스크
환자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개인정보보호 이슈도 중요해지고 있다. 변호사들은 프로그램 신청 과정에서 진단서, 검사결과, 의료정보, 경제상황 자료 등 민감정보가 수집될 수 있는 만큼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 보관기간, 제3자 제공 범위 등을 명확히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단체 지원과 관련해서도 후원금 사용의 투명성, 환자단체의 독립성 보장, 프로그램 운영 주체의 명확화 등이 필요하며, 환자단체가 제약사 마케팅 활동의 우회적 통로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한 CP 담당자는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환자지원 프로그램은 이제 단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환자 접근성 개선과 치료 연속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다만 프로그램 설계 단계부터 공정거래법, 약사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양한 규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오히려 기업의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내부 통제체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희귀·중증질환 영역에서 환자지원 프로그램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만큼 업계 차원의 가이드라인 정교화와 규제당국의 명확한 기준 제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