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범위 확대·사후평가 보호장치·항암제 신속등재도 구체화 필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사후평가 시범사업'을 놓고 환자단체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건강보험 등재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제도 효과는 사후평가 과정에서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얼마나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건강 악화를 겪을 수 있는 만큼 단순히 행정절차를 단축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신속등재 이후에도 환자가 안정적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8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번 시범사업이 단순한 등재기간 단축 정책을 넘어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기회를 실질적으로 앞당기는 제도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평균 2년 11개월 걸리는 등재 절차
이번 시범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27일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제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까지 걸리는 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에는 허가와 급여평가, 약가협상이 순차적으로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이를 병행 추진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 같은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기간은 평균 2년 11개월에 달하며 일부 품목은 3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했다.
연합회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건강보험 등재를 기다리는 시간은 병이 진행되는 시간이며 때로는 마지막 치료 기회를 놓치는 시간이기도 하다"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희귀질환 특성을 고려할 때 신속한 접근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해외에서 일정 수준 이상 급여되고 있는 희귀질환 치료제 가운데 대체약제 유무와 질환 중증도, 재정영향 등을 고려해 신속등재 필요성이 높은 약제를 우선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환자단체연합회는 시범사업이 제한된 범위에서 운영되는 만큼 향후 본사업 단계에서는 보다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용 대상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회는 "보다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 요건을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후평가 과정의 환자 보호장치 주문
환자단체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사후평가 과정에서의 치료 연속성 보장이다. 신속등재를 통해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후평가 결과에 따라 약가나 급여기준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사후평가 결과에 따라 약가 또는 급여기준이 조정되더라도 이미 치료를 시작해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의 치료 연속성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 등 주요국 역시 실제임상근거(RWE)를 활용한 사후평가 체계를 운영하면서 기존 치료 환자에 대한 보호장치를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합회는 "우리나라 역시 환자의 삶과 치료 연속성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약사 참여와 중증질환 확대도 중요"
제약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도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연합회는 "신속등재 제도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뿐 아니라 제약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사후평가에 필요한 자료 제출과 근거 축적에도 책임 있게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정부가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예고한 항암제 등 중증질환 혁신신약 신속등재-후평가·조정 체계 역시 조속히 구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 환자들에게 치료 시기는 생존과 직결된다"며 "혁신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등재기간을 100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와 신속등재-사후평가 체계는 의미 있는 출발"이라며 "환자 보호장치 마련과 사후평가 체계의 안정적 운영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