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질심 통과한 프루자클라, 환자 접근성 개선 시험대 올라
국내 전이성 대장암 환자들이 1·2차 표준치료 이후 사실상 '급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대장암은 국내 암 발생과 사망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표 암종이지만, 환자의 절반 이상이 경험하는 전이성 단계에서는 3차 이상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제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다케다제약의 전이성 결장·직장암 치료제 프루자클라캡슐(성분명 프루퀸티닙)이 올해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 설정 결정을 받으면서 후기 치료 영역의 접근성 개선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단순히 특정 신약의 급여 여부를 넘어, 전이성 대장암 환자들이 겪고 있는 치료 공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절반 이상 전이 경험…생존율은 20% 수준
전이성 대장암은 국내 암 치료 분야에서 대표적인 미충족 의료수요 영역으로 꼽힌다. 1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국내 암 발생과 사망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는 주요 암종이다. 암 유병자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화와 함께 질병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전이 단계다. 전체 대장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치료 과정에서 전이를 경험한다. 전이가 발생한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약 20% 수준에 불과해 적극적인 후속 치료가 중요하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이명아 교수는 지난해 10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장암은 국내 암 발생 상위권 암종으로 전이가 발생하면 5년 생존율이 약 20%에 불과하다"며 "특히 50세 미만 젊은 환자층에서도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3차 이상 항암치료 단계에서는 건강보험 적용 약제가 거의 없고 기존 치료제의 독성으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를 견디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독성이 적고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제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1·2차 이후 치료 선택지 급감…환자 부담 가중
현재 국내 전이성 대장암 치료는 플루오로피리미딘, 옥살리플라틴, 이리노테칸 기반 항암화학요법과 항 VEGF·항 EGFR 표적치료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질환이 진행돼 3차 이상 치료 단계에 접어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1·2차 치료 단계에서 일부 표적치료제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지만, 3차 이상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제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상당수 환자들은 비급여 치료를 선택하거나 이전에 사용했던 항암요법을 반복 투여하는 상황에 놓인다.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국회는 당시 "현재 급여화된 전이성 대장암 3차 요법이 부재해 일부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하거나 이전에 사용했던 항암화학요법을 다시 투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새로운 치료제의 신속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프루자클라, 첫 급여 관문 통과…후속 절차 주목
이 같은 치료 공백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약제가 프루자클라다. 프루자클라는 VEGFR-1·2·3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우선심사 대상 지정 후 허가를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혁신의료제품 신속심사(GIFT) 제도를 통해 허가됐다. 이후 적응증 확대를 통해 전이성 결장·직장암 3차 치료 영역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 3월 열린 암질심에서는 프루자클라의 전이성 결장직장암 적응증에 대해 급여기준이 설정됐다. 이는 항암제에 있어서 건강보험 등재를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다.
당시 암질심은 "이전에 플루오로피리미딘, 옥살리플라틴, 이리노테칸을 기본으로 하는 항암화학요법과 항 VEGF 치료제, 항 EGFR 치료제(RAS 정상형의 경우)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전이성 결장직장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기준을 마련했다.
현재 프루자클라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평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 후속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몇 개월의 생존 연장도 중요"…평가체계 개선 요구
전이성 대장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문제는 단순히 한 개 약제의 급여 여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후기 치료 단계의 특성을 반영한 보다 유연한 평가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동일 암종이라도 말기 환자일수록 몇 개월의 생존기간 연장이나 미미한 수준의 삶의 질 개선 효과도 의미가 크다"며 "치료 차수와 의료 공백, 미충족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급여 적정성 평가 과정에서 대체 가능성, 질병의 위중도, 치료적 이익 등 임상적 유용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학회와 전문가 의견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약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강화를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프루자클라 급여 여부 결정을 위한 절차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프루자클라 넘어 '치료 공백 해소'가 과제
업계에서는 프루자클라 사례가 향후 전이성 대장암 후기 치료제 급여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확대와 혁신신약 접근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전이성 대장암 3차 치료 공백 해소 여부 역시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환자단체와 의료계는 후기 치료 단계에서의 생존 연장 효과와 삶의 질 개선 가치가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들은 1·2차 치료가 실패하면 사실상 치료 공백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비급여 치료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후기 치료 단계의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