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장애 제도 도입을 앞두고 환자단체 간 ‘대표성’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동일 명칭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국회 행사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제도 초기부터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한국췌장장애인협회’ 명칭 사용과 관련한 혼선, 국회 행사 추진에 대해 “공공 영역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공표된 명칭”…선점 주장 vs 무단 사용 논란
환우회는 자신들이 지난 2월 9일 ‘한국췌장장애인협회’를 부설기구로 설치하고 명칭과 활동 방향을 대외적으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후 언론과 정부·학회 간담회 등 공적 채널에서 해당 명칭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3월 초 다른 단체가 별도 협의 없이 동일 명칭 사용을 선언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환우회는 이를 두고 “단순한 명칭 문제가 아니라 공공 영역의 신뢰와 질서를 흔드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상대 단체가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은 데 대해서도 “임의단체에 부여되는 세무상 식별번호일 뿐 법적 지위나 대표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환우회는 또 공식 공문을 통해 입장 회신을 요청했지만, 기한 내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추가 요청에도 별다른 설명이나 조정 의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제도도 자리 못 잡았는데”…국회 선포식 강행 ‘도마 위’
논란은 국회 행사로 확산됐다. 상대 단체가 ‘췌장장애의 날 선포식’을 포함한 행사를 추진하면서, 명칭 혼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적 행사를 강행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진 것이다.
환우회는 “동일 명칭을 사용하는 단체 간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 외부 기관이 참여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환자 당사자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췌장장애 제도가 아직 시행 전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제도 기준과 운영체계가 완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징적 선언을 앞세우는 것은 정책의 순서와 공공성 측면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우회는 ▲명칭 사용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 ▲혼선 해소를 위한 협의 참여 ▲명칭 정리 이전까지 관련 행사 중단 등을 요구했다.
환우회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명칭 분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췌장장애인의 권리와 제도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 있게 대표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