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여성 친화’ 기업문화는
118년 전 뉴욕 루트커스 광장을 가득 메운 1만 5,0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외친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구호는 현대 기업 경영의 핵심 지표인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의 시초가 됐다.
2026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한 글로벌 및 국내 주요 제약업계는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임직원의 생존권적 복지를 넘어 사회적 성취와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고도화된 복지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신뢰경영 평가 기관인 GPTW(Great Place to Work)인증과 가족친화인증을 통해 여성 인력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수 있는 환경을 입증한 제약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생존권을 넘어 자아실현으로: 성평등과 포용의 문화
글로벌 제약사들은 단순한 복지 제공을 넘어,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리더십을 강화하는 '실질적 평등'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5일, 2026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머크 헬스케어는 '베풀수록 커진다(Give To Gain)'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리더십 팀의 65%가 여성으로 구성된 머크는 다양한 가족친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임지원 프로그램(Fertility Benefit Program)’을 통해 난소 나이 검사(AMH), 체외수정(IVF)·세포질내 정자 주입술(ICSI), 배란유도, 정자 냉동 등 난임 치료 전 과정에 1인당 최대 10만 유로까지 지원한다.
또한 자녀가 있거나 출산을 준비 중인 직원을 위해 ▲임신·육아기 단축근무 ▲육아휴직자 업무공백 대체 인력 지원 ▲태아 검진 및 난임 치료 휴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보건복지부 '아이 키우기 좋은 기업' 장관 표창을 받은 만큼, 제도 사용이 당연시되는 신뢰 문화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2025년 GPTW '여성 워킹맘이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등에 선정된 바이엘코리아 역시 지난 6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월경 질환 인식 개선과 조기 진단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여성 건강 인식 개선 캠페인 'Anything But Normal'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월경 질환을 참고 넘겨야 할 불편함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신호'로 재정의하며 여성 직원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했다. 업계는 "가임기 여성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월경통은 지속되는 기간이 길거나 증상이 점차 심해지는 경우, 또는 월경 외 시기에도 나타나는 통증은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과 같은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만약 적절한 시기에 관리하지 않을 경우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만성 골반통이나 난임으로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조기 인지와 산부인과 진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오가논 역시 2025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여성 퇴사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유연근무제를 운영한다. 출산 휴가 중 급여 삭감을 방지하고 영업직 대체자에게 조정된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등 '눈치 보지 않는 휴가' 문화를 정착시켰다.
오가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를 집중 근무시간으로 지정해 효율적인 협업을 도모하는 한편,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과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주 2회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건강 상태나 날씨에 따라 추가 재택근무를 허용하며, 외부 공유오피스 활용까지 지원해 유연한 근무환경을 마련했다. 전 직원이 직무 특성에 맞게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며,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조직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금요일에는 패밀리데이를 운영해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리브잇데이(Live it Day)’라는 연 10일의 추가 유급휴가를 제공해 직원들이 진정한 휴식과 본인·가족 돌봄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내 웰빙 지표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올해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전략적으로 강화했다.
출산 전후 휴가 마지막 30일에 대해 공단 지원금을 제외한 통상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출산으로 인한 급여 삭감을 방지하고 있으며, 육아휴직·출산휴가·병가 등 휴가 및 휴직 기간 중 영업직 대체자에게는 조정된 인센티브 기준을 적용해 휴직자가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난임 및 가임력 보존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난임 검사, 체외수정, 난자·정자 동결 비용을 지원하고, 결혼과 자녀 출생 시 경조금을 대폭 인상했다. 자녀가 없는 기혼자나 미혼 직원에게도 적용 가능한 복리후생 프로그램들을 확대해 직원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고 있다.
GPTW가 증명한 ‘일하기 좋은 일터’의 기준
기업 문화의 객관적 지표인 GPTW 인증에서도 제약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국애브비는 2025년 GPTW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8위에 오르며 최초로 Top 10에 진입했다. 강소영 대표이사가 3년 연속 '존경받는 CEO'에 선정된 가운데, 매월 두 번째 금요일 '패밀리 데이'를 운영하며 가족 친화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애브비는 직원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본사 및 지역본부 파견 근무 ▲타 부서 혹은 다른 업무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제공 ▲핵심 인재 조기 양성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가족친화 프로그램으로는 ▲매월 두 번째 금요일에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지원하는 패밀리 데이 ▲자녀를 회사로 초청하는 패밀리 사이언스 데이 등 애브비만의 특색있는 가족친화적 사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다케다제약은 4년 연속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인증받았으며, 개인의 성장을 조직 차원에서 인정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2020년 유연근무제 시행 ▲2022년 하이브리드 워킹 제도 정식 도입 ▲2023년 디지털 역량 강화 캠페인 전개 ▲2025년 성장 인정 캠페인 도입(GROW Recognition)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비원메디슨 & 비아트리스 역시 각각 2025년 GPTW 공식 인증을 획득하며 구성원이 신뢰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조직 문화를 인정받았다.
국내 제약사의 가족친화 선도 모델
전통 있는 국내 제약사들 역시 '가족친화 선도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독은 지난해 12월 1일 5년 연속 가족친화인증을 유지하며 최고 등급인 '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밝혔으며, ▲임산부 배려석 및 엄마방 운영 ▲출산 축하금 및 용품 지원 ▲자녀학자금 지원 등 기본적인 지원은 물론, ▲가족 초청행사 (패밀리투어) ▲임직원 및 가족 대상 건강검진 및 독감백신 접종 지원 등을 통해 직원 가족까지 회사 구성원으로 존중하는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2025년 가족친화기업 재인증과 더불어 새롭게 신설된 가족친화기업 '선도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제약업계 내 일·가정 양립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 인력 비중이 높은 제약 산업의 특성상, 성평등과 일·가정 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제약업계에는 '빵'으로 대변되는 경제적 보상과 '장미'로 상징되는 존엄한 근로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