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3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25년도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과를 심의했지만,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급여 유지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유보한 이번 결정은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의 판단 기준과 적용 방식에 대한 질문을 다시 제기한다.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이미 급여 중인 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도 등을 다시 점검해 건강보험 적용을 유지할지 판단하는 제도다. 이번 재평가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애엽추출물’ 성분 약제였다. 해당 약제는 국내외 교과서, 임상진료지침, HTA(의료기술평가) 보고서 어디에서도 의학적 사용 권고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임상적 근거 수준을 고려해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지난 8월 1차 심의에서 ‘임상적 유용성 근거 없음’으로 판단했다. 이후 제약사의 이의신청이 제기됐고, 12월 2차 심의에서 평가 결과는 ‘없음’에서 ‘불분명’으로 조정됐다. 이 과정에서 임상연구 문헌 1편이 근거로 제시됐지만, 이를 근거로 보기에는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애엽추출물은 2005년 건강보험에 등재된 이후 장기간 사용돼 왔지만, 임상적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돼 왔다. 2011년 기등재의약품 목록 정비 과정과 2015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그 근거와 절차를 둘러싼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임상적 효과에 대한 물음표는 해소되지 않은 채 급여라는 틀 안에서 논의가 이어져 온 셈이다. 이번 급여적정성 재평가 과정에서도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판단은 ‘불분명’으로 조정됐다.
급여적정성 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약제는 비용효과성 평가 대상이 된다. 애엽추출물 역시 대체약제 대비 비용효과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으나, 약가 인하가 이뤄지면서 비용효과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검토됐다. 사회적 요구도는 결국 급여 유지 여부를 가르는 판단 요소로 작동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 규모, 재정 영향, 비급여 전환 시 환자 부담 증가 가능성 등이 함께 고려됐다. 핵심은 ‘임상적 유용성 근거 없음’에서 ‘불분명’으로 조정된 경과다. 명확한 임상적 근거가 추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 유지 판단의 전제가 달라진 셈이다.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상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약제는 이후 비용효과성 및 사회적 요구도 평가를 거쳐 급여 유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애엽추출물의 경우 임상적 근거의 범위나 수준에 실질적인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평가 결과가 ‘임상적 유용성 근거 없음’에서 ‘불분명’으로 조정되면서 급여 유지 판단이 가능해진 만큼 그 판단 기준과 적용 과정은 충분히 설명되고 공개돼야 한다.
애엽추출물은 최근 3년 평균 약 1,215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약제다. 한정된 재정 여건 속에서 급여 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개별 약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다른 치료 영역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증·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나 새로운 치료제의 급여 등재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판단 기준의 일관성과 투명성은 중요하다.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임상적 유용성과 효과성에 대한 근거를 바탕으로 급여를 유지할 것인지, 조정하거나 정리할 것인지를 다시 판단하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이 재평가는 관행이나 사용 규모가 아니라 환자에게 실제로 치료적 의미가 있는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 기준이 분명하게 적용되고 설명될 때에만 급여적정성 재평가에 대한 신뢰도 유지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