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엽추출물 등 나머지 '4+1개'는 소위서 재논의키로
"본평가 때는 못 냈던 자료 갑자기 어디서 났나"
약가인하 늦춰지면 약품비 매달 약 15억 더 지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올해 실시된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 안건(약가인하) 의결을 23일 보류시키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발단은 '임상적 유용성 없음'으로 평가됐다가 이의신청을 통해 '임상적 유용성 불분명'으로 변경돼 약가 자진인하로 급여퇴출에서 기사회생하게 된 애엽추출물 사례였다.
건정심 위원들은 소위원회에서 '없음'이 '불분명'으로 바뀐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복지부는 건정심 소위를 다음달 중 열어 같은 달 대면 전체회의에 논의결과를 재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약가 자진인하를 통한 급여유지'라는 결과가 바뀌지 않으면 약가인하 시점만 1개월 늦춰지는 꼴이 된다. 참고로 이번에 건정심 결정으로 약가인하가 유보된 애엽추출물(74개)과 구형흡착탄(3개) 약제의 평균 약가인하율은 각각 14.3%와 1.2%다.
건정심 위원들에 따르면 복지부는 올해 재평가 대상인 8개 성분 약제중 5개 성분은 급여를 유지하고, 임상재평가 중인 3개 성분은 조건부로 평가를 유예하기로 했다고 건정심에 보고했다. 구체적으로는 ▲급여유지(3개성분+1개 성분 일부): 올로파타딘염산염, 위령선· 괄루근·하고초, 베포타스틴, L-아스파르트산-L-오르니틴(경구제, 주사제 0.5g/mL) ▲급여유지&약가인하(2개성분): 구형흡착탄, 애엽추출물 ▲조건부 평가유예(2개성분+1개성분 일부): L-아스파르트산
-L-오르니틴(주사제 0.1g/mL), 설글리코타이드, 케노데속시콜산-우르 소데속시콜산삼수화물마그네슘염 등이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2개 성분 77개 품목 모두 자진인하 신청을 완료했고, L-아스파르트산-L-오르니틴 성분 중 경구제의 급여기준 설정을 위한 고시 개정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날 의결 대상은 애엽추출물과 구형흡착탄 약제 77개 품목에 대한 약가인하(안)이었다.
그러나 건정심 위원들은 애엽추출물의 급여유지 결정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요약하면 "본평가 때는 못 냈던 자료가 이의신청 기간 중 어떻게 제출됐나", "임상연구문헌 1편에서만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보고했는데 이게 평가결과를 바꿀만한 수준이었나" 등이 의문의 본체였다.
건정심 한 위원은 "본평가를 통해 '없음'이 '불분명'으로 변경되면서 급여를 유지할 발판이 마련됐다. 그런데 이게 너무 석연치 않다. 더구나 사회적 요구도가 높게 평가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요구도가 평가됐는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구심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주로 가입자단체 소속 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공익대표 위원들도 가세한 것으로 알렸다. 결과적으로 건정심 위원장인 이형훈 차관조차 '효과없음'과 '불분명'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재논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건정심 소위원회 위원장도 거들었다.
이렇게 1시간 여간 논의 끝에 건정심은 본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 올로파타딘염산염, 위령선· 괄루근·하고초, 베포타스틴, L-아스파르트산-L-오르니틴 주사제 0.5g/mL만 급여 유지 결정하고, 나머지 성분들에 대해서는 소위에서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건정심 한 위원은 "전문평가위원회 논의를 거친 결과이기 때문에 결과 자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평가과정, 특히 '없음'에서 '불분명'으로 바뀐 과정을 꼼꼼히 볼 것"이라고 했다. 타깃은 애엽추출물인 것이다. 참고로 구형흡착탄의 경우 동일하게 '효과없음'에서 '불분명'으로 변경됐지만 인용된 자료가 6종, 3편으로 많아서 1편만 인용된 애엽추출물과는 다르다.
한편 건정심은 이날 약제안건 의결에서 모처럼 존재감을 나타냈지만 결과적으로 약가인하 시점만 1~2개월 늦추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은 곱씹어봐야 할 지점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애엽추출물의 3년 평균 청구금액은 1215억원, 이번 74개 품목의 평균 인하율은 14.3%, 이걸 반영해 단순하게 계산하면 약가인하가 늦춰지면 매달 약품비 약 14억5천만원이 더 지출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