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시민단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애엽추출물 급여적정성 판단 변경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보건복지부에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효과가 불분명한 약제를 건강보험으로 계속 구매하는 것은 재정 낭비이자 환자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는 8일 성명을 내고 “심평원이 제약사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애엽추출물의 급여적정성 결론을 바꾼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정부는 효과 없는 약의 ‘구원투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지난 4일 올해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이의신청을 심의해 애엽추출물에 대해 “비용효과성이 충족되면 급여적정성이 있다”고 결론을 변경했다. 지난 8월 급평위는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없다”며 급여적정성 없음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심평원은 제약사가 추가 자료를 제출해 임상 평가 결과를 ‘없음’에서 ‘불분명’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애엽추출물은 2002년 허가돼 20년 넘게 사용된 약제로, 지난해 처방액은 약 1,300억 원, 처방량은 약 8억 정에 달한다. 건약은 “이렇게 광범위하게 사용된 약임에도 제약사는 명확한 임상 근거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건약은 애엽추출물이 과거 정부의 천연물신약 육성 정책 속에서 탄생한 약이라고 지적했다. 스티렌 등 천연물신약이 허가·급여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있었고, 이후 제도는 폐기됐지만 그 영향이 남아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이번 심의 과정에서 제약사 제출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며 “약의 상징성, 산업 육성 기조 등이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핵심은 임상적 유용성”이라고 강조했다.
건약은 그동안 콜린알포세레이트 등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약제의 급여 퇴출을 요구해왔다며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가 반복적으로 무력화된 이유는 복지부의 제약사 ‘봐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약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또는 교과서 한 줄 인용됐다는 이유로 근거 없는 약이 유지돼 왔다”며 “이번 결정 역시 심평원과 제약사 간 사전 합의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 부담, 소송 우려, 여론, 천연물신약 상징성 등 여러 변명이 있을 수 있으나 약은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단호하다”며 “효과가 불분명한 약 제한은 정부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건약은 결론적으로 “심평원과 복지부는 제약사 봐주기를 멈추고 효과가 의심되는 약제의 전면 재검토 및 퇴출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