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작년 약가협상 살펴보니...408품목 타결, 합의율 95.4%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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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작년 약가협상 살펴보니...408품목 타결, 합의율 95.4% ‘역대 최고’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5.04.16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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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량 연동 협상 급증…“재정관리 강화 신호, 제약사 부담은 확대”
건보공단 “재정 안정·환자 접근성 균형…합리적 약가관리 지속”

[분석=2024년도 약가협상 결과] 지난해 건강보험 의약품 약가협상이 크게 늘어나면서 합의율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량 증가에 따른 약가 조정 협상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신약과 약가 인상 협상까지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약품비 관리 체계가 한층 촘촘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제약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약가 협상 확대가 건강보험 재정 관리 강화의 신호인 동시에 제약사의 수익성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지난해 건강보험 약품비 관련 약가협상을 총 408품목에 대해 진행했으며, 평균 합의율은 95.4%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268품목 대비 약 52% 증가한 규모다. 합의율도 전년 95.1%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규모 '역대 최대'=지난해 약가 협상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의약품 사용량 증가와 고가 신약 확대 등 시장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협상 유형별로 보면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이 265품목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협상 품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년 168품목보다 97품목 증가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은 의약품 사용량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할 경우 약가를 조정하는 제도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관리하기 위한 핵심 장치로 평가된다.

제약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고가 전문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사용량이 빠르게 늘면서 이러한 협상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건강보험 당국이 약품비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의미”라며 “특히 처방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중심으로 협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약가 인상 협상도 증가=눈에 띄는 부분은 약가 인상 협상 역시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약가 조정(인상) 협상은 지난해 74품목으로 집계됐다. 전년 30품목보다 44품목 증가했다.

최근 원료의약품 가격 상승과 생산 비용 증가, 공급망 불안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부 필수의약품의 경우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약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업계 요구가 반영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원료 가격 상승과 제조 비용 증가가 지속되면서 일부 의약품은 기존 약가로는 공급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며 “필수의약품 중심으로 약가 인상 협상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약 협상도 확대=신약 약가 협상 역시 증가했다. 지난해 신약 협상은 38품목으로 전년 30품목보다 늘었다.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의 신약 출시가 증가하면서 협상 대상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예상청구금액 협상은 16품목으로 전년 대비 8품목 감소했고 급여범위 확대 협상도 15품목으로 소폭 줄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신약 약가 협상이 늘어난 것은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혁신 치료제 도입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한다.

한 증권사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최근 몇 년 사이 면역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가 혁신 의약품이 늘면서 신약 약가 협상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혁신 신약 도입이 늘어나면서 협상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누적 협상 2만1300품목 넘어=2020년 10월 산정대상 의약품 협상제도가 도입된 이후 협상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합의 품목은 총 2만1303품목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산정 대상은 3904품목, 약가 조정은 476품목, 기존 등재 의약품 협상은 1만6923품목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협상 대상은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이다. 2020년 60품목에서 시작해 2021년 1592품목, 2022년 1613품목으로 확대됐다. 2023년에는 산정 1315품목, 조정 106품목, 기등재 1만2309품목이 협상 대상이 됐다.

지난해에는 총 4308품목이 협상 대상이었으며 이 가운데 산정 712품목, 조정 116품목, 기등재 3480품목이 포함됐다.

또 올해 1월 기준 등재 의약품의 약 92%에 대해 공급·품질 이행 관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안정과 접근성 균형=건보공단은 약가 협상 확대의 배경으로 건강보험 재정 관리 필요성과 의약품 시장 변화 등을 동시에 꼽는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사용량 증가 품목과 신약 중심으로 협상 수요가 늘면서 협상 건수가 증가했다”며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약가 관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협상 과정에서는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 공급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시장 변화에 맞는 합리적인 약가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제약사 수익성 변수=제약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약가 협상이 확대되는 흐름이 향후 제약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매출 구조에서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 비중이 높은 만큼 약가 조정이 기업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약가 협상 확대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가격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나 고가 신약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협상 결과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가치 기반 약가 체계로의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들은 향후 약가 협상이 단순 가격 조정에서 벗어나 가치 기반 지불(Value-based pricing)이나 성과 기반 계약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 혁신 신약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과 환자 치료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커지고 있다”며 “약가 협상은 앞으로도 정책과 시장이 만나는 핵심 영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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