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라자·헴리브라·엔허투·자카비 사례 소개
환자단체나 환자의 민원이 보험당국의 해당 약제 담당 실무자에게 상당한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며, 공식적인 행정 프로세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체 수행한 '고비용의약품 국내외 급여관리제도 비교 연구(연구책임자 김유정 부연구위원)'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 연구에는 신한나·김예슬·조쌍은 주임연구원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국내 고비용의약품 관련 제도 개요 및 현황'을 정리하면서 '환자단체 관련 이슈 및 현황'도 소개했다. 척수성근위측증치료제 스핀라자, 혈우병치료제 헴리브라, 유방암·위암치료제 엔허투 등의 사례였다.
스핀라자의 경우 급여기준 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과 기자회견, 전국장애차별철폐연대의(전장연) 시위 등 다수의 민원이 발생했다.
우선 2022년 2월 공대위 움직임은 급여 적격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사전심사에서 보험적용이 불승인된 41세 노모 씨 사례가 발단이 됐고, 공대위는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기자회견도 진행됐는데 요구는 현행 제한기준(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거나 만 3세 이전의 진단 기록이 없는 환자 제외)을 폐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공대위는 같은 해 8월 같은 요구와 함께 검토 지연사유와 검토 경과 공유 등을 요구하며 다시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심사평가원 측과 면담했다. 또 2023년 2월에도 급여기준 관련 검토 진행상황 공유를 요청했다.
2023년 3월에는 전장연이 스핀라자 급여기준안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면담을 요구했고, 4월에는 국민청원도 올렸다. 같은 해 5월에도 스핀라자 관련 급여기준(안) 의견서가 제출됐다. 이런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심사평가원 측은 요청사항을 확인하고, 면담에 응대하면서 급여기준안을 검토하는 데 힘을 쏟았는데, 업무의 상당수는 담당 실무가 짊어져야 했다.
헴리브라는 2021년 혈우병 소아환자(12세 미만)의 투약이 일시 중단되면서 소아 혈우병 보호자들이 같은 해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급여기준 변경에 관한 글을 올리면서 민원이 시작됐다. 급여기준 명확화를 요구하는 민원은 한국코헴회가 이끌었다.
같은 해 6월에는 헴리브라 심사사례 결정과 관련해 환우회 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회의 시 편향되지 않은 전문가와 환자단체 추천 전문가의 참석·참관을 요청하는 민원이 제기됐고, 2022년 12월에는 비항체 환자에 대한 급여기준 확대를 촉구하며 전장연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전장연은 2023년 2월 비항체 급여확대 관련 투여 조건 완화 또는 삭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엔허투는 건강보험 등재를 촉구하는 3건의 국민청원이 2022~2023년 1년 사이 게시됐고, 5만명 동의를 받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약제는 여러 논란 끝에 비교적 빨리 급여절차가 진행돼 올해 4월1일부터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다.
자카비는 100% 본인부담인 적응증에 대한 급여확대 요청이 2023년 6월 국민청원으로 올라왔다.
연구진은 "의약품 급여의사 결정 과정에 (환자단체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위원 Pool(풀)에는 참여하고 있지만, 단체별로 의사결정에 공식적으로 참여 가능한 프로세스는 부재하다"면서 "(환자 또는 환자단체의 민원에 대한) 심사평가원의 대응은 실무부서에서 공식적인 절차가 아닌 건 단위 민원 대응방식으로 처리하므로 실무부서의 업무부담 및 실무자의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이런 방식은) 환자단체(또는 환자)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므로 전체 환자단체(또는 환자)의 의견이 객관적, 형평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을 제기하는 일부 환자단체의 특정 의약품에 대한 요구 및 의견만 피력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따라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환자단체 및 환자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피력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우리원(심사평가원) 등 공식적인 행정 프로세스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