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보단 하나 된 목소리, 환자권리 찾는 근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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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보단 하나 된 목소리, 환자권리 찾는 근원이죠"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0.02.24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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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민연대 최성철 대표

"암시민연대는 특정 암환자만의 목소리를 담기는 어려워요. 다양한 암환자와 그 가족들이 의견을 내면 형평성과 균형을 잡아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죠. 개개 회원들의 생각들을 한데 묶어내면 환자권리를 찾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여타 특정 암 환자들이 모인 환자단체와 달리 포괄적인 암환자 전체가 참여하는 암시민연대는 다양한 암환자의 요구사항들을 균형 있게 조율하는 것을 기본바탕에 두고 있다.

최성철 대표는 개인 회원들의 의견을 균형있게 수렴해 하나된 단체의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중심에 서 있다.
최성철 대표는 개인 회원들의 의견을 균형있게 수렴해 하나된 단체의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중심에 서 있다.

암시민연대 최성철 대표(46)는 흩어져 있는 개별의견을 따라가다 보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배가 흔들거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 개개인의 소중한 의견을 형평성에 맞게 검토해 제도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90년대 후반, 온라인카페를 중심으로 암에 대한 부족한 정보를 얻고자 했던 암 환자와 가족들이 많았죠. 그중 '암과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카페가 매우 활성화됐어요. 그 카페를 중심으로 암환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한 움직임이 바로 암시민연대라는 환자단체로 발전하게 된 거죠. 사실 저도 해당 카페에서 사람을 알게 된 게 몸을 담게 된 계기가 됐어요."

법학 전공, 대기업 취업했지만 결국 환자운동으로

2008년경 본격적으로 암환자단체의 활동가로 참여하게 된 그는 2001년 폐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정보를 찾다 카페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심적 안정을 취하는데 지지해준 카페 분들과의 인연이 지속되면서 환자단체 활동에 뛰어들었다.

"치료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어머님은 돌아가셨어요. 2002년이죠. 하지만 그동안 도와주셨던 (카페) 분들과 계속 연락하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환자권리에 관심을 두게 됐고 암시민연대에 합류하게 됐어요. 법학을 전공했었고 졸업 후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까지 했었는데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됐어요.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운명이라 여겼죠. 지금은 정부 등에 환자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할 때 법을 배웠던 게 일면 보탬이 됩니다."

또 그는 아무리 명확한 입법 취지로 법을 만들려고 해도 현장과 국회의원이나 당, 진영간 이해관계에 따라 법이 국회를 넘지 못하는 사례를 보면서 더욱 조직화한 환자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또 온라인 등을 통해 표준치료가 아닌 가짜약을 비롯해 보완·대체요법 등 임상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지는 것을 보면서 적극적인 활동가로 활동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구심점인 연합회로 모여야 환자권리 더 키울 수 있어"

"치료는 의료전문가와 상의해 진행되는 게 옳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내용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임상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믿고 암에 대한 대체요법을 하다가 몸이 더 망가지는 일이 많아요. 암시민연대는 부족한 암 정보는 물론 상담, 다양한 재능과 사랑 나눔 등을 진행했죠. 잘못된 정보를 거르고 바른 정보를 제공해오고 있는데 주목한 이유죠. 그런 활동이 쌓여 현재는 외부로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도 할 정도로 성장했어요."

형제나 친구와 같은 암환자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순간순간마다 슬픔을 다잡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는 최 대표. 환자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형제나 친구와 같은 암환자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순간순간마다 슬픔을 다잡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는 최 대표. 환자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최 대표는 과거와 비교해 환자의 목소리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데는 부정하지 않았다. 환자권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암시민연대를 넘어 환자단체의 집합체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를 구심점으로 모여야 한다고 확신했다. 개개 환자들이, 또는 개별 환우회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힘이 분산돼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이다.

"암시민연대도 처음에는 분기에 한번씩 환자교육을 했고 웃음치료 등도 했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등에서 이같은 사업들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회원간 소통과 친밀도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현재는 커뮤니티사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조만간 홈페이지 개편도 계획하고 있어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는 마음가짐을 따라 오늘도 아픈 사람들과 대화하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의 꿈은 작지 않다. 돈이 없어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며 목표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문케어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여겼다. 환자의 이중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한층 높여야 한다고 봤다. 암시민연대는 현재 비급여의 급여화와 실손보험 문제를 풀어야 하고 지목하고 비급여항목 줄이기 위한 정책 제안을 계획 중이다.

"보건의료 직역, 환자를 위해 존재...환자중심 잊지 말아달라"

"전 세계적으로 인구 노령화에 따라 아픈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이를 정책에도 반영하겠죠.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약자인 환자의 의견은 미약할 수밖에 없어요. 그 흔한 항생제가 없어 고통받는 이들이 많아요. 앞으로 아파도 걱정 없는 세상, 암에 걸려도 걱정 없는 세상이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국민의 동의 속에서 한꺼번에 확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이번 정부에서 한 발짝 나아가고 다음에 더 나아가면 변하겠죠."

최 대표는 복지부 등 관련 기관, 병의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 모두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최 대표는 복지부 등 관련 기관, 병의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 모두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환자단체 활동에 눈을 떼지 못하다 보니 자신의 건강관리는 뒷전이다. 수영이나 바이크 등 그 좋아하던 취미생활은 미뤄놓고 있다. 최근 고혈압과 당뇨 초기진단을 받았지만 매년 수십 명씩 알고 지내던 암환자들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로서는 자신 챙기기는 엄두를 못 내는 것.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보건소, 병원, 약국 등 모든 기관과 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등 국민과 환자를 위해 존재하죠. 직역마다 애로사항이 없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직역보다는 환자가 중심이라는 걸 잊지 말아줬으면 해요. 환자단체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응원과 지지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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