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백신 공급체계 마련...임상시험·R&D 기여 정책 지원 주문
[③암·만성질환·제약산업 정책]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전립선암 국가암검진 도입과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진단 접근성 확대, 조기암 치료보장 강화를 정부와 국회에 제안했다. 진행성 폐암과 위암·대장암, 혈액암 등에서 새롭게 등장한 치료제의 건강보험 진입을 앞당기고, 비만·만성콩팥병·저항성 고혈압 등은 국가관리 만성질환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필수의약품 공급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 항생제·항진균제에는 별도의 도입·보상체계를 마련하고 백신은 다년 계약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임상시험과 기술이전, 고용 창출도 산업정책의 평가와 지원에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KRPIA는 올해 국정감사를 겨냥해 발간한 ‘국민 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KRPIA 정책제안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전립선암 국가검진·NGS 접근성 강화=암 정책은 조기진단과 수술 전후 치료, 진행성 암 치료 접근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KRPIA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해 전립선암을 국가암검진에 포함하고 NGS 진단의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NGS 검사는 정밀의료의 기반이지만 검사 접근성의 차이가 환자에게 적절한 표적치료제를 선택하는 단계에서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암이 국내 사망원인 1위인 만큼 조기암의 치료보장을 확대하고, 폐암 수술 전후 치료와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의 신약 접근성·치료 연속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진행성 폐암 분야에서는 ROS1 희귀 유전자 변이 표적치료제와 이중특이항체 신약을 신속히 급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기 폐암도 치료환경 변화에 맞춰 혁신신약의 급여 범위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소화기암과 기타 고형암에서는 간암의 새로운 치료 선택지와 CLDN18.2 양성 전이성 위암 표적치료제, 전이성 대장암 3차 이상 치료제, 요로상피암 신약의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밀의료 기반 치료제가 비급여로 남으면 환자의 소득에 따라 치료 기회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협회의 판단이다. 혈액암에서는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공고요법 치료제와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의 2차 이상 BCMA 표적 항체약물접합체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식이 어려운 다발골수종 환자를 위한 4제 병용요법과 한 번 투여하는 치료제의 접근성 확대도 제안했다.
비만 사회경제적 비용 15조6382억원=만성질환은 예방과 조기진단, 치료를 하나의 국가관리체계로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비만은 별도의 법률과 국가 종합대책을 마련해 관리하고, 고위험 비만환자에게는 비만치료제 급여를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보고서에 제시된 2021년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15조6382억원이었다. 흡연으로 인한 비용 11조4206억원보다 많았다. 비만을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할 만성질환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만성콩팥병은 조기진단부터 치료까지 전 주기 국가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장·신장·대사질환을 연계한 통합관리지표를 당뇨병 적정성평가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 반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치료전략과 급여기준을 합리화하고, 동일 계열 당뇨병 치료제 사이의 보험 기준 차이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편두통은 항칼시토닌유전자관련펩타이드 계열 예방치료제의 급여기준을 개선하고, 저항성 고혈압은 국가 만성질환 관리지표에 포함해 집중적으로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B형간염 퇴치 목표와 세부 과제를 구체화하고 관련 거버넌스의 참여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대사이상지방간염 치료제의 조기 급여와 고위험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신약 접근성 개선도 정책과제에 포함했다. 코로나19 백신은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정식으로 도입해 예방접종체계를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위험분담 총액제한 조정 경로 마련=약가·보험제도에서는 위험분담계약의 총액제한을 실제 환자 수와 사용량, 치료환경 변화에 따라 해지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사용량-약가 연동협상도 급여 확대와 환자 증가가 반복적인 약가 인하로만 이어지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러 질환에 쓰이는 다적응증 신약은 급여 범위가 확대될 때 일률적으로 가격이 인하되는 구조를 개선하고 적응증별 가격이나 환급률 조정 방식 등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사후 약가 인하를 반복해서 적용받은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제네릭보다 낮아지는 약가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한 보완 기준도 필요하다고 했다.
2026년 6월 시행된 약가유연계약제는 해외 약가 참조에 따른 부담과 위험분담제 약제의 환자 사후정산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대상 의약품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항생제·항진균제에는 별도 보상 필요=필수의약품 분야에서는 필수·퇴장방지의약품 제도를 내실화하고 신규 항생제와 항진균제를 신속히 도입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신규 항생제와 항진균제는 환자 수와 사용량이 적고 수익성이 낮아 일반적인 약가·급여체계만으로 공급을 유지하기 어렵다. 임상적 필요성과 공중보건 가치를 고려한 별도의 도입·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수의약품 관련 특례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은 미래 팬데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단년도 구매가 아닌 다년 계약 기반 구매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국가 방역계획과 제조사의 생산계획을 안정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조치다.
회원사 국내 R&D 투자 1조369억원...기여도 반영필요=산업정책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기여도를 단순한 연구개발비 규모가 아닌 기술이전과 공동연구, 임상시험, 고용 창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등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KRPIA 회원사 33개사는 2024년 기준 국내 연구개발에 총 1조369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임상시험용 의약품 약 4500억원어치도 무상으로 공급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기업·기관과 진행한 신약 공동연구와 기술이전, 물질·기술 이전계약 등의 규모는 총 13조원 이상으로 제시됐다.
협회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의 평가기준에 글로벌 본사의 국내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 기술이전 성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2년마다 진행되는 인증 신청과 평가도 매년 시행해 연구개발 성과가 정책 지원에 제때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OECD GLP 자료 생성 국가와 관계없이 인정=임상시험 분야에서는 국제기준을 충족한 비임상시험 자료를 생성 국가와 관계없이 인정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비임상시험관리기준(OECD GLP) 적합판정서가 확인되면 자료를 만든 국가와 관계없이 임상시험 승인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OECD GLP 적합판정서가 있어도 생성 국가에 따라 추가 자료와 보완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고, 이 때문에 임상시험계획이 반려되거나 심사가 늦어질 수 있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반복적인 보완과 재검토가 임상시험 개시 시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글로벌 연구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코리아 패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국내 임상개발 기여도를 평가하는 별도 지표도 제안했다. ▲국내 고용 창출과 전문인력 양성 ▲임상 수행의 연속성과 지속성 ▲임상 단계와 치료영역의 다양성 ▲국내 의료기관·연구자와의 중장기 협업 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 결과는 세제와 고용, 연구개발, 산업지원 등을 연계한 범부처 인센티브로 이어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