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기준 신설…응급치료 중심에서 예방치료로
혈관부종은 예측 불가능한 반복적 급성부종으로 인해 진단 지연, 생명 위협, 일상 기능 저하 등 심각한 질병 부담을 동반하는 희귀질환이다. 완치가 어려운 만큼 조기 진단과 장기 예방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특히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인식 개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미충족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다케다제약은 25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유전성 혈관부종(Hereditary Angioedema, 이하 HAE) 장기 예방 치료제 ‘탁자이로(성분명: 라나델루맙)’의 국내 건강보험 급여 등재 및 출시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탁자이로'는 ▲다나졸(Danazol) 경구제를 6개월 이상 투여했음에도 최근 6개월간 월 평균 3회 이상 피라지르(성분명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 주사제 투여를 요하는 급성 부종이 발생한 경우 또는 ▲다나졸 투여가 금기이거나 부작용 등으로 사용이 어려운 환자 중 동 약제 투여 이전 6개월간 월 평균 3회 이상 응급 치료가 필요했던 경우에 급여가 인정된다.
또 최초 6개월 투여 후 피라지르 투여를 요하는 월 평균 급성 부종 횟수가 최초 투여 시점 대비 50% 이상 감소한 경우 추가 6개월 투여가 가능하며, 이후에도 6개월마다 동일 기준을 유지하는 경우 지속 급여가 허용된다. 최초 투약 후 6개월 이후 질병활동도가 안정적이고 유의한 이상반응이 없는 환자에 한해 의사의 판단과 교육을 거쳐 자가 투여도 가능하다.
“진단까지 13년”…여전히 큰 미충족 의료수요
이날 간담회의 첫 번째 연자로 나선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영주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의 질환 부담과 국내 치료 환경의 한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조 교수는 “환자의 약 40%는 5세 이전, 75%는 15세 이전에 첫 급성 부종을 경험하지만 오진으로 인한 유전성 혈관부종 진단 지연 기간은 13.3년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성 혈관부종은 일반적으로 약 5만 명 중 1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국내 인구에 적용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환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질환 인지 부족과 진단 지연 등의 이유로 실제 환자 규모가 충분히 확인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진단 이후에도 급성 부종은 예측이 어렵고 반복적으로 발생해 환자들은 지속적인 불확실성과 생명 위협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급성 부종이 발생하면 ‘피라지르(성분명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를 투여하는 응급치료가 질환 관리의 주요 축을 담당해 왔다.
예방 치료제로는 약화 안드로겐(attenuated androgens)인 ‘다나졸’이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조 교수는 “‘다나졸’은 남성호르몬 계열 제제로, 여성 환자에서는 다모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남성에서는 간기능 이상이 보고된다"고 말했다. 또한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골 발달 이상이나 성조숙증 등의 우려가 있어 질환 부담을 충분히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탁자이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 치료제”라고 전했다.
조 교수는 “현재 국제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 지침은 ‘질환의 완전한 통제’와 ‘삶의 정상화’를 치료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며 “질병 부담이 높은 환자에서는 장기 예방 치료를 1차 전략으로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탁자이로의 보험급여 적용은 국내 HAE 치료 전략이 응급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덧붙였다.
예방치료 본격화…국내 치료 전략 ‘전환점’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이대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안경민 교수는 ‘임상 근거로 본 장기 예방 치료의 가치와 탁자이로’를 주제로 주요 임상 데이터를 소개했다.
탁자이로의 국내 허가 근거가 된 글로벌 3상 HELP 연구는 평균 월 3.7회의 급성 부종을 겪은 1·2형 HAE 환자 125명을 대상으로 26주간 장기 예방 치료의 유효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300mg 2주 간격 투여군은 위약 대비 중등도·중증 급성 부종이 83%, 급성 치료가 필요한 급성 부종이 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Adjusted p<0.001), 4주 간격 투여군에서도 각각 73% 및 74%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이어 HELP OLE 연장 연구에서 총 212명을 평균 약 30개월간 추적한 결과, 베이스라인 대비 평균 87.4%의 급성 부종 감소 효과가 유지됐다. 치료 기간의 평균 97.7%에서 급성 부종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6개월 이상 급성 부종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는 81.8%, 12개월 이상 유지한 환자는 68.9%로 확인됐다. 장기간 투여에서도 새로운 안전성 이슈는 보고되지 않았다.
안 교수는 “임상 연구에서 확인된 급성 부종 감소와 장기 유지 결과는 탁자이로가 질환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기 예방 치료제임을 보여준다”며 “장기간 일관된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질환 부담을 낮추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예방 중심 치료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응급치료제와 예방치료제를 모두 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해 환자 맞춤형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국내 급여 등재는 국제 치료 전략과 보조를 맞추는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한국다케다제약 박광규 대표이사는 “탁자이로의 급여 등재는 국내 HAE 환자 치료 선택지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응급치료와 예방치료 옵션이 함께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만큼, 환자 개별 질환 특성에 맞춘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뉴스더보이스의 질문에 안경민 교수는 “혈관부종 환자 중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로 호르몬, 특히 약 3분의 1 정도에서 에스트로겐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교수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여성 환자들은 생리 전후나 임신 시기에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영주 교수는 “일부 환자에서는 경구피임약 등 호르몬 제제 사용 이후 증상이 심해졌다가, 에스트로겐이 포함되지 않은 약제로 변경하면서 호전되는 사례도 있다”며 “다만 유전적으로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고 호르몬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기 진단의 유무에 관한 질문에 조 교수는 “혈관부종은 아직까지 질환 인지도가 낮아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 사이에서도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적인 부종 증상이 나타난다면 질환을 의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얼굴, 입술, 눈 주위 등이 반복적으로 붓는 증상이 주요 단서가 될 수 있으며, 단순 알레르기로 오인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복통 등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여러 진료과를 전전한 뒤 뒤늦게 진단되는 사례도 보고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실제로 수십 년간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내다가 고령에서 진단되는 사례도 언급하며 “일부 환자는 평생 간헐적인 부종을 경험하면서도 자연적으로 가라앉는 양상을 보여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혈관부종은 알레르기 질환과 동반되는 경우도 많아 진단과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알레르기성 혈관부종과 유전성 혈관부종은 치료 접근이 달라, 상황에 따라 스테로이드 치료와 표적 치료를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서는 현재 피하주사 형태의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경구제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다케다제약 희귀질환 사업부 이지혜 홍보팀장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향후 치료 접근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탁자이로는 2021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2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 HAE 환자의 일상적인 예방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이후 2026년 3월부터 혈청검사를 통해 C1-에스테라제 억제제 결핍 또는 기능장애로 확진된 HAE 1형 및 2형 환자 중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