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공고 앞, 기자가 멈춰 서서 남긴 기록
2025년 연말, 한 헌혈 관련 커뮤니티에 짧은 공고 하나가 올라왔다.
패혈증으로 위중한 상태에 놓인 13살 아이에게 백혈구 수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조건은 맞았다.
하지만 쉽게 연락을 누르지 못했다.
‘나 말고도 도와줄 사람이 있지 않을까’, ‘내가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 때문이었다.
며칠이 지났지만 그 공고는 이상하게 잊히지 않았다.
결국 아이의 보호자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히 헌혈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이미 있었고, 나는 2주 뒤로 일정이 미뤄졌다는 답을 받았다. 보호자는 여러 차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리고 다시 2주가 흘렀다.
헌혈 전 검사를 하루 앞둔 날, 업무 중 휴대전화에 쌓인 메시지를 확인하다가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온 부고 문자를 발견했다.
"누구지...?"
헌혈을 기다리던, 그 아이였다.
순간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눈앞이 흐려지며 눈물이 났다.
‘잘못 온 문자인가’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곧 현실이라는 걸 알았다.
아이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백혈구 수혈 여부가 치료 경과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 수 없다. 이는 의료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 글은 특정 치료의 효과나 인과관계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백혈구 수혈은 중증 감염이나 면역 저하 환자에게 필요할 수 있지만, 준비 과정이 까다롭고 공급도 제한적이다. 그 결과 많은 경우 의료 시스템이 아닌 개인 간 요청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환자가 도움을 구하게 된다. 헌혈 의지가 있어도 검사와 일정 조율을 거치다 보면 ‘지금 당장’이 아닌 ‘며칠 뒤, 몇 주 뒤’가 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나는 그 아이를 직접 알지 못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채 소식을 전해 들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경험은 질문을 남겼다.
생명을 다투는 상황에서 필요한 의료 자원이, 왜 여전히 개인의 선의와 타이밍에 기대야 하는가.
그리고 그 기다림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이야기는 한 아이의 죽음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백혈구 수혈처럼 생명과 직결된 의료 자원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현실과, 그 공백이 개인의 선택과 기다림으로 채워지고 있는 구조를 돌아보기 위한 기록이다.
같은 기다림 앞에 또 다른 누군가가 서지 않기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할지, 조심스럽게 질문을 남긴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