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억제·효율 개선 효과 존재”
심사 권한 명확화 등 제도 개선 필요성 제기
자동차보험 진료비 위탁심사 제도가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 흐름 속에서도 과잉진료를 억제하고 의료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동차보험의 제도적 특성과 의료 이용 구조 변화로 인해 위탁심사의 성과가 총진료비 증가 지표만으로는 충분히 평가되지 못하고 있으며, 제도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뢰로 수행한 「자동차보험 위탁심사사업 효과평가 및 운영방안 개선 연구」를 통해 2013년 위탁심사 제도 도입 이후 자동차보험 진료비 변화와 심사제도의 효과를 분석하고,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총진료비 증가, 심사 실패 아냐…자동차보험 구조적 한계 반영해야”
연구진은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위탁심사 도입 이후에도 증가해 왔다는 점만으로 위탁심사의 성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자동차보험은 본인부담이 없고 건강보험보다 넓은 급여 범위를 갖는 구조로, 수요자의 도덕적 해이와 공급자의 유인수요가 발생하기 쉬운 제도적 특성을 지닌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는 상당 부분 제도 자체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를 심사평가원의 심사 역량 부족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고 건수와 환자 수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한의과 진료를 중심으로 심결진료비 총액이 증가하면서 전체 진료비 증가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개별 심사제도, 과잉진료 억제 기능 확인
연구진은 위탁심사 이후 단계적으로 도입된 주요 심사제도의 효과를 개별적으로 평가했다.
2017년 한방물리요법 자보수가 신설 이후 해당 행위의 진료비는 감소했고, 2022년 염좌·긴장 등에 대한 입원료 미인정 조치 이후에는 불필요한 입원과 평균 입원기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2024년 한방 첩약·약침 관리기준 강화 이후에도 처방일수와 청구 건수가 감소하는 등 단기적인 관리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심사 기준 강화가 특정 행위나 이용 양태에 대해 억제 효과를 발휘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제도에서는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진료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 총진료비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진료비 억제효과, 범위 제시하되 ‘해석’에 주의
연구진은 위탁심사로 인한 진료비 억제효과를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로 제시했다. 탄력성 가정과 비교 기준에 따라 억제효과 추정치는 달라지며, 이번 연구는 합리적인 가정 하에서 억제효과의 범위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특히 과거 연구(홍석철 외, 2020)가 추정한 2013년 7월~2019년 말 기준 약 2,041억 원의 진료비 절감 효과와 이번 연구 결과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행연구의 추정치는 “보수적 하한”에 가까운 해석이 타당하며, 이번 연구는 심사조정, 이용 행태 변화, 구조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탁심사의 경제적 가치를 확장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진료비 억제효과는 가능한 범위를 제시하는 성격”이라며 “이를 단순히 실제 절감액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위탁심사가 과잉진료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자원 배분 효율성 개선 효과도 확인
연구진은 진료비 총액 억제와 별도로, 위탁심사가 의료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효과도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경증 환자의 과도한 입원과 장기 치료, 의료기관 종별 편차 등 비효율적 이용 양태가 일부 완화됐으며, 이는 단순 삭감이나 조정 금액을 넘어선 효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효율성 개선 효과가 자동차보험 진료비 관리의 중요한 성과이며, 향후 제도 설계 시 핵심 평가 지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단기적 심사 강화 필요...위탁심사 체계·권한 구조 정비도
연구진은 향후 제도 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 보장한도 제한, 장기치료 관리 강화, 형식적 진단서 제출 관행 개선, 진료비 적정성 평가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과도한 의료 이용을 사전에 억제하고 심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중장기적으로는 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 위탁심사 역할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고, 안정적인 재원 마련과 수수료 부담 구조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현재 위탁심사 체계는 권한과 책임이 불명확해 제도 운영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진료수가 및 심사 기준 설정을 위한 전문 심의기구 신설, 심사 기능 강화를 위한 재원 부담 구조 개선도 과제로 제시됐다.
자동차보험 관리 구조 전반 재설계 제안
연구진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관리를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하는 방안, 표준 진료지침 개발 및 보급,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간 수가·심사 기준 일원화 등 구조적 개선 방안도 제안했다. 이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문제를 개별 심사 강화가 아닌 제도 전반의 설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연구진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문제는 심사 강화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위탁심사의 성과를 정확히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제도 구조를 정비하는 것이 향후 정책의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았으며, 김동영(국민대학교 경제학부 조교수), 최윤지(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조교수), 전성현(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박사과정 수료), 정수빈(서울대학교병원 연구원), 조영은(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석박사통합과정) 등이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