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약가제도 개편(안)에는 획기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는 데 특히 가칭 '약가 유연계약제'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높다.
복지부는 가능하면 내년 1분기 중 시행을 목표로 후속 작업을 진행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1일 건정심 자료를 보면, 약가 유연계약제는 약가환급제 적용 확대와 적응증별 약가제 검토, 2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복지부는 "현 약가환급제는 까다로운 요건 등으로 적용 가능 약제가 적으며, 본인부담금 등 환자 불편이 존재한다"고 했다. 또 "단일 약가운영은 가치 적정 반영에 한계가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게 바로 약가환급제 적용 확대다. 대상에는 등재신약, 특허만료된 기등재 오리지널, 위험분담 환급 종료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까지 포함한다고 명시됐다. 시행시기는 내년 2분기로 제시됐다.
운영(안)으로는 표시가(보험약가)를 A8 조정최고가 이내 수준으로 산정하고, 적정약가에 기반해 협상과 별도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언급됐다.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급액은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약가 유연계약제 확대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이른바 '코리아패싱'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복지부에 신속히 도입할 것을 요구한 사안이다. 이 제도는 올해 3월 도입됐지만 복지부가 인정한 것처럼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아직까지 적용된 약제는 단 한 품목도 없다.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그런 점에서 약가 유연계약제 확대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시의적절한 '결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과거 낮은 약가를 우려해 한국 진입을 포기했던 만성질환 신약들이 발길을 다시 돌릴 물고도 터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 한 관계자는 "국내 가격이 너무 낮게 나올 게 뻔해서 도입하지 못했던 신약들을 들여다보는 업체들이 적지 않게 생길 것 같다"고 관측했다.
우려도 있다. 제네릭 약가가 낮아지고 재평가를 통해 이중의 타격을 받게된 국내 제약사 제품들이 오리지널 제품 신규 진입으로 줄어든 시장쉐어 마저 잠식 당할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약가 유연계약제 확대는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개발신약에 좋은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만, 동시에 내수시장에서의 또다른 경쟁 위협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약가 유연계약제는 국내외 제약사 모두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약가 유연계약제 도입과 관련 발표된 것 이외에는 언급할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1분기 내 시행도 가능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수용 가능하고, 환자 접근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또 환자 본인부담금이 발생하지 않는 방식의 경우 여러 방안을 검토해 안을 이미 마련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사실 약가 유연계약제는 이번에 약가제도 개편(안)에 포함된 의제들 중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심사평가원, 건보공단) 간 협의가 가장 많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다른 제도변화 보다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약가 유연계약제 항목에 포함된 '적응증별 약가제'의 경우 효과성을 검토하는 선에서 중장기 과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과 관련 "시급성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제약계와 소통 채널을 가동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