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품목 기업은 풀가동, 백신·CMO 기업은 조정
[분석=지난해 국내 제약 생산가동률] 국내 제약사 제조공장의 가동률이 지난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가동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기업별 편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주력 제품 수요가 꾸준한 기업은 공장을 사실상 풀가동한 반면 일부 기업은 수요 변화와 생산 전략 조정 영향으로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8일 뉴스더보이스가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토대로 주요 제약사 24곳의 제조공장 가동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평균 가동률은 88.3%로 집계됐다. 전년 89.9%보다 1.6%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산업 전반의 위축이라기보다는 생산 전략을 재정비하는 ‘숨 고르기’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수요 구조가 변하고 재고 관리와 수출 전략이 달라지면서 기업별 생산 전략 차이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주력 품목 기업은 ‘풀가동’...중간권 기업, 안정적 운영
지난해 제조공장이 100% 이상 가동된 기업은 대웅제약, 종근당, 안국약품, 유한양행, 광동제약, 동화약품 등 6곳이었다.
대웅제약은 가동률 129.5%로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년 142.5%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다. 향남과 오송 공장에서 전문의약품과 보툴리눔 톡신 등을 중심으로 생산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종근당은 116.0%로 전년 대비 11.6%포인트 상승했다. 천안공장을 중심으로 주요 처방의약품 생산이 늘면서 가동률이 크게 개선됐다. 안국약품도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가동률은 106.7%로 전년 54.4%에서 52.3%포인트 급등했다. 화성공장의 생산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유한양행은 105.9%로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0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했다. 광동제약은 105.0%로 전년보다 약 15%포인트 낮아졌고 동화약품은 103.9%로 전년보다 상승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동률이 100%를 넘는 기업은 주력 제품 수요가 안정적인 경우가 많다”며 “생산 효율을 극대화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동률 90%대를 기록한 기업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 운영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아에스티는 99.2%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독 역시 99.1%로 안정적인 가동률을 보였다. 삼진제약은 99.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년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현대약품은 98.1%, 영진약품은 91.2%, 신풍제약은 90.6%를 기록했다.
이 구간에 속한 기업들은 생산 규모와 수요 변화에 맞춰 공장 운영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가동률 90%대는 제조업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간으로 평가된다”며 “수요 변동에 대응할 여유를 확보하면서도 생산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동률 80%대를 기록한 기업들은 생산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휴온스는 87.9%로 전년 대비 17.5%포인트 하락해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 중 하나를 보였다. 환인제약은 86.0%, 동국제약은 85.5%로 나타났다.
일양약품은 82.0%, 보령은 81.9%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제품 수요 변화와 생산 계획 조정 등이 가동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 산업은 제품 수요와 생산 계획에 따라 가동률 변동이 비교적 큰 편”이라며 “일부 기업은 재고 관리와 생산 효율 개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가동률을 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동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일동제약은 79.7%, GC녹십자는 78.0%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5.2%로 나타났고 제일약품은 68.8%였다. JW중외제약은 58.3%, 파마리서치는 54.8%로 비교적 낮은 가동률을 보였다.
가장 낮은 가동률을 기록한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였다. 지난해 가동률은 37.6%로 전년 대비 18.3%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 백신 수요 감소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백신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관련 생산시설 가동률이 크게 낮아졌다”며 “백신 기업들은 향후 신규 백신이나 위탁생산(CMO) 사업 확대 여부가 가동률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침체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생산 전략 재편 신호
전문가들은 이번 가동률 하락을 산업 침체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수요 구조 변화와 함께 재고 관리 강화, 수출 전략 변화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제약사들이 생산 효율성과 비용 구조 개선에 집중하면서 생산 전략을 재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동률은 기업 수익성과도 밀접한 지표다.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원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반대로 가동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설비 부담과 품질 관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향후 가동률 흐름은 수출 시장 상황과 신제품 출시, 위탁생산(CMO) 확대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평균 가동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기업별 생산 전략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신약 개발, 수출 확대, 위탁생산 사업 여부에 따라 공장 가동률 격차도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