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과 '쌍화'...약과 식품 혼돈, 환자-소비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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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탕'과 '쌍화'...약과 식품 혼돈, 환자-소비자의 몫?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2.11.30 0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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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명은 비슷...포장용기는 100ml병으로 동일
원료는 일반의약품이나 식품 같은재료 수두룩
정부, 허가-안전관리 강화…업체, 자발적 참여를

 

[단상]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면 그 추위에 감기가 걸리기 쉽다. 그럴 때 많이 찾았던 제품이 있다. 바로 '쌍화'라는 이름의 제품이다. 초기감기증상에 도움이 되는 약으로 그동안 많이 애용해왔던 '쌍화탕'이다. 겨울철이 되면 옛날(?)에는 집에 상비약으로 두고 먹었던 시절도 있을 정도였다. 다만 최근에는 그 인기가 많이 수그러드는 분위기이다.

근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쌍화'는 크게 두가지 성격의 제품이 있다. 음료인 차(茶)와 약(藥)으로 구분돼 있는 것. 다시말해 슈퍼나 편의점 등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는 '쌍화차'와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일반약인 '쌍화탕'으로 유통경로가 나뉜다. 물론 약국은 음료인 '쌍화'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음료인 '쌍화'와 의약품인 '쌍화탕'을 환자나 소비자가 제대로 구분해 복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쌍화=쌍화탕'으로 혼돈해서 구매하고 먹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혼돈은 제품명부터 포장용기, 들어가는 원료-재료가 모두 비슷하기 때문.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혼용해서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일반인들은 '뭐가 다른지' 알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제품명에 '탕'이 들어있고 없고만 다르다고 생각할 뿐 의약품인지 식품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쌍화탕의 국내 A제약사의 제품사례로 통해 잠시 살펴보자.

국내 A제약사가 출시하고 있는 일반의약품 '쌍화탕'과 식품음료 '쌍화'.
국내 A제약사가 출시하고 있는 일반의약품 '쌍화탕'과 식품음료 '쌍화'.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쌍화탕'은 자양강장제로 구분돼 허약체질이나 피로회복, 과로, 자한, 병중병후 환자에게 효능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반면 식품인 액상차 '쌍화'는 전통 쌍화의 자부심 10가지 허브원료로 많은 제품으로만 명시돼 있다.

포장용기는 '쌍화탕'과 '쌍화' 모두 100ml 병포장으로 동일했다. 다만 병에 붙은 라벨에 쌍화탕은 눈에 보이는 앞면에 '일반의약품'으로, 쌍화는 '약국전용'으로 표기돼 있다.

그럼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나 재료는 어떨까.

쌍화탕은 1병중 유효성분 쌍화탕연조엑스4.2g(작약(KP)3.13g, 숙지황(KP)1.25g, 황기(KP)1.25g, 당귀(KP)1.25g, 천궁(KP)1.25g, 육계(KP)0.94g, 감초(kP)0.94g, 건강(KP)0.167g, 대추(KP)0.67g)가 포함돼 있다. 그밖에 첨가제가 있다.

쌍화는 진쌍화농축액(중국산, 고형분 5.5%, 작약, 대추, 칡뿌리(갈근), 건강, 숙지황, 황기, 천궁, 감초, 당귀, 계피) 31%가 포함돼 있다. 여깃 기타 첨가제가 있다.

쌍화탕은 유효성분의 함유무게가 표기됐고, 쌍화는 그렇지 않았으며 쌍화탕에 없는 갈근과 계피가 더 추가됐다.

두 제품간 가장 크게 다른 내용은 주의사항이었다.

의약품인 쌍화탕은 일부 환자의 경우 복용전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한약사와 상의할 것이 명시돼 있다.

고혈압, 심장애 또는 신장애, 부종 환자, 의사의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고령자, 현저하게 위장이 허약한 환자, 식욕부진, 구역, 구토 증상환자, 어린이는 복용전 전문가와의 상의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이밖에도 부작용에 대한 주의 등에 대해 설명과 저장상의 주의사항이 포함돼 있다.

반면 쌍화는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실온보관, 개봉후 냉장보관, 흔들어 복용, 전자레인지 이용해 가온 금지, 온장상태 2주이상 보관 금지 등의 일반적 보관주의가 전부이다.

위 사례에서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듯 쌍화탕과 쌍화는 엄연히 다른다. 하지만 증상이 있어 약으로 먹는 환자나 이를 건강을 위한 음료로 먹는 소비자는 이를 구분하지, 아니 구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애용층이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약과 차의 구분은 필요해보인다.

최근 마약을 일반 실생활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듯 의약품과 식품도 좀더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도록 명칭사용부터 용기구분까지 변화를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감에서 안약과 본드가 비슷한 용기를 사용해 장애인 등의 빈번한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점도 같은 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약은 약국에서 살 수 있다고 여겼는데 일반슈퍼나 편의점에서 비슷한 모양과 이름의 제품을 만났을 때 구매자는 가까운 곳에서 사려는 인식이 있다. 약국은 보다 철저하게 의약품과 식품을 구분해 의약품은 복약상담을 할 필요가 있다. 혼돈의 시대에 환자를 위해 전문가가 지켜줘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혼돈될 수 있는 제품의 허가부터 안전관리 강화를, 업체도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의약품과 식품간 차별화를 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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