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치료저항성 우울증‘…"적극적 치료와 치료제 접근성 향상 필요"
“한국은 10년 뒤엔 우울증과 조울증을 비롯한 주요 우울장애를 포함한 정신건강이 사회적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이상열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원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4일 한국얀센이 개최한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는 중증 주요 우울장애 치료의 최신지견’을 주제로 한 마스터클래스에서 “과거에는 조현병이 정신질환에서 주요 관리 질병이었다면 앞으로 우울증이 중요한 질환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우울증, 다시 말해 우울장애는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한 질환이다. 우울증을 앓는 환자는 대부분 정신적 또는 신체적 증상을 일으키며 일상 기능의 저하를 겪는다. 개인의 전반적인 삶의 영향을 주는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20~30대 발병율이 점차 높아지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라는 편견 속에서 ‘의지로 없앨 수 있다’는 사회적 편견이 높았다.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코로나블루’ 등이 부상하며 우율증은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호전과 정상적 생활이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우울증을 넘어서 ‘자살’과 연관선상에 있는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대해서는 치료적 옵션이 제한적이고, 진단 기간 역시 길어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이상열 이사장은 “엔데믹으로 갈수록 국민의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 정서적 고통은 적게는 6%에서 많게는 8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생산적 활동을 활발히 하는 20~30세대 환자군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우울증이 단순히 환자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다가오게 되면서 팬데믹 이후 우울증은 중요한 질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OECD 국가 중 30대 자살율이 가장 높고 이들의 자살 동기를 살펴보면 정신적 어려움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면서 “청년층의 우울증을 조기 접근해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율은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료에서도 정신질환 치료 경험이 있는 사람에 비해 증상이 있었지만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의 자살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면서 “사후 가족 등을 통해 심리부검(사후 조사)을 하게 되면 치료를 받지 않고 우울증상을 보였던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우울증에 주로 사용되는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처방에 대한 접근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양극성우울증을 앓는 젊은 환자에게 SSRI를 먼저 쓰면 조증으로 넘어가는 비율이 높아진다”면서 “환자에게 약물적 접근 보다는 심리치료를 통해 먼저 환자의 상태를 신중하게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이후 필요한 약제를 처방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자해’, 적극 대처 필요한데 현실은...
이날 이상열 이사장은 청소년의 높아지는 자살율과 비자살성 자해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교육부 자료를 보면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비자살성 자해 비율은 각각 7.9%와 6.4%를 보였다”면서 “그러나 실제 조사결과를 분석하면 현실은 더 심각하며, 실제 한 반의 3분의 1이상이 자해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자살성 자해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지표이며 이는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있다는 표시”라면서 “이들이 성인이 되면 우울증과 조울증으로 발전한 위험도가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상황으로 가면 우울증과 조울증, 비자살성 자해로 인해 우리나라는 10년 뒤 정신건강 이슈가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며 “청소년의 자살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학교 폭력 경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와 개입, 청소년 정신상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상열 이사장은 우울증 치료 전략방향으로 ▲조기치료(치료 받지 않는 기간의 감소) ▲더 효율적인 치료(효과가 빠른 치료, 잔류 증상이 없는 치료) ▲부분적 반응보다는 빨리 관해에 도달시키는 치료(항우울제와 정신적치료가 함께 제공) ▲장기간 치료(재발 방지) 등을 제시했다.
우울증이 보다 심화된 ‘치료저항성 우을’에 대한 적극적인 옵션 개발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는 우울증 환자에 비해 병원 이용률이 높고, 자살 위험성도 더 높다”면서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어린 시절 영향이 크며 이들의 관해율은 15%에 불과하다. 정신치료를 통해 해결하지 않으면 이들의 치료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진단은 최소 4주에서 6주가 걸리고 치료제도 제한적인 상태”라면서 “환자는 사살을 지금 생각하는데 치료 환경은 환자들을 기다리라고 말하고 있다. 자살생각이 있는 환자에 신속한 치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이사장은 전라북도정신건강센터가 진행하는 ‘자살사고·자살시도자 주요 우울장애 환자 비강스프레이 치료비 지원사업’을 소개하면서 “자살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를 통해 자살 재시도율을 경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이후 사업비를 늘려 투여 대상자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상열 이사장은 “우울증과 양극성 우울증은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 조기진단과 정신약물치료, 정신치료를 병용한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해 환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파킨슨치료제와 고가의 항암제도 급여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 접근성도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의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