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 DUR 사후통보 진전..."의약 합의안되면 국회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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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조제 DUR 사후통보 진전..."의약 합의안되면 국회가 결정"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5.1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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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 1법안소위 장시간 토론...지역처방목록 작성 공감대도
회기만료 자동폐기 최동익법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

[분석] 국회회의록으로 본 쟁점법안(1)=서영석 약사법개정안

'대체조제'와 관련한 약사법 조문을 손질하는 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조차 이른바 '넘사벽'으로 여겨져 왔다. 의사들의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체조제 활성화 법안(대체조제 DUR 사후통보, 약사법개정안)은 그런 점에서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더구나 의약분업 합의로 만들어진 '대체조제' 용어를 '동일성분조제'를 변경하는 내용이 있으니 '넘사벽 중 넘사벽'이었다.

그런데 지난 4월28일 제1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이번에는 '넘을 수 있는 벽'으로 여겨질 만큼 적어도 '대체조제 DUR 사후통보'와 관련해서는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논박은 장시간 이어졌고 첨예했다. 15페이지 분량의 회의록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의약사 출신 법안소위 위원들은 국회 밖 의약간의 시각 차이를 그대로 드러내며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을 보였다. '넘을 수 있는 벽'으로 비춰진 건 국회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위원이면서 제2법안소위 위원장인 김성주 의원의 발언 영향이다.

김 의원은 "(대체조제 DUR 사후통보는) 광징히 오래된 논쟁 주제 중 하나다. 어떻게 보면 실질적으로 이해관계 차이가 별로 없어보이는데도 직역간 의견이 맞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자존심 대결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이야기가 계속 공전하는 것보다는) 서로 다른 두 직역간 합의를 유도하는 역할을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의해 오라고 하면 '하세월' 일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보건복지위가 결정해 줘야 된다. 국회가 국민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을 다음에는 내자고 정리하고 오늘은 토론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도태 복지부 제2차관은 "의약단체와 가능한 빨리, 동일성분조제 용어를 포함해 최대한 빨리 논의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다음 소위 때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김 의원과 강 차관의 언급을 정리하면 서영석 의원 약사법개정안은 다음 임시회 1법안소위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크고, 의결이 시도될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

'대체조제 DUR 사후통보법안'은 지난 19대 국회 때에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의사들의 강력한 반대로 이 개정안은 법안소위에서 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국회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었다. 이 때와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이고,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왜 자꾸 억지를 부리는 거냐고"=의사출신인 같은 당 신현영 의원의 반론에 속이 탔던 걸까. 서영석 의원은 법안심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말을 밷었다. 물론 나중에 "동료 위원의 주장에 대해서 억지 주장이라고 표현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며, 과오를 인정했다. 서영석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던 건 맞지만 답답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만했다.

사실 'DUR 사후통보'는 기술적인 것이어서 논쟁거리가 될만한게 아니다. 대체조제한 뒤 팩스나 전화로 처방의사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는 것을 더 편리하고 더 빨리 전달할 수 있도록 통보방식에 DUR을 추가하자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의사들이 대체조제 사후통보 자체를 폐지하라고 주장하지 않으면서 기술적인 수단을 추가하는 걸 반대하는 건 명분이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 홍형선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의견에서 "DUR 시스템을 통한 통보방식으로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으나 통보기한이 1~3일에서 2~6일로 연장되는 측면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약사가 의사에게 직접 통보하는 방식에서 중간에 심사평가원(DUR)이 개입되니 통보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이 의견은 복지부에 의해 바로 기각됐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심사평가원 논의과정에서 신속하게 즉시 통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에 팩스나 전화가 잘 안돼서 생기는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DUR이 개입되더라도 통보가 더 늦어질 일은 없고 오히려 더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강도태 2차관도 "시스템만 갖추면 더 빨리 통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DUR을 통한 사후통보 시스템 구축과 시범운영, 교육 등 준비기간을 고려해 시행일은 공포 후 1년으로 유예기간을 두는 건 필요해 보인다. 

의사는 왜 반대하는가=서영석 의원의 말처럼 현행 법령에 비춰보면 'DUR 사후통보'에 대한 의사들의 반대는 억지스런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 신현영 의원 발언 속기록을 보면, 의사들이 반대하는 건 통보방식이 아니라 대체조제 자체라는 걸 알 수 있다. 속기록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보자.

"(생동시험 동등성 인정범위) 80~120%, 만약에 극과 극에 있는 제네릭약이라면 생물학적 동등성에 40%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제네릭이) 동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A약을 먼저 써 보고 효과가 별로 없으면 B약으로 체인지해 보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C약으로 체인지하고. 이렇게 약 처방이 이뤄지는 게 진료이고 처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이 약 사용 경험을 가지고, 환자한테 맞춤 처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DUR 시스템으로 일방 사후 통보된다', 사실 그렇게 되면 의사의 진료에 있어서 환자 맞춤 처방의 본질이 훼손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약국에서 대체조제가 이뤄진다', 그래서 전화 통화를 해서 '이것 바꿔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봤을 때 '이것은 이것으로 된다', 또는 '안 된다' 이렇게 명확하게 의사의 판단하에서 처방이 이뤄지는 게 환자한테도 더 좋다고 생각한다."

좀 길게 인용했는데, 정리하면 제네릭의 동등성을 믿을 수 없으니 일일이 의사가 환자에게 써보면서 효과를 판단할 필요가 있고, 이 때문에 당연히 약사가 대체조제를 하더라도 사전에 의사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사후통보 방식의 대체조제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DUR 방식을 추가해 이걸 더 쉽게 하자고 하니 찬성할리 만무했던 것이다.

신현영 의원은 "대체조제를 허용한 건 의사와 약사가 신뢰를 가지고 만약에 대체할 때는 약사가 의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서 '이렇게 해도 되겠느냐',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 문제 없겠느냐'에 대한 그런 신뢰관계를 구축하면서 하라는 의미에서 제안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상적인 말인데,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약사들도 가능하면 원처방 조제 더 원한다"=신현영 의원이 '의사의 진료에 있어서 환자 맞춤처방의 본질이 훼손된다'는 직능적 관점에서 각을 세우고 나서자, 약사출신인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유연하게 이를 받아쳤다. 

"약사회에서 이런 얘기한다. 가능하면 로컬에서는 주변 의사 선생님이 원하는 회사 것을 구비해 놓으라고. (약사들은) 그런 마인드 다 돼 있다. (그런데) 그걸 구비할 수 있는 여지를 안 만들어 주시는 의사 선생님들 그런 분이 많다...사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처방의약품 리스트를, 의사회와 약사회가 서로 신뢰를 구축하고 국민편의를 위해서 그게 제공이 됐다면 처음부터 이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회는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대체조제 활성화 필요성의 단초는 약사들의 자가발전이 아니라 지역 처방의약품목록을 제공하지 않는 의사협회가 제공했다고 역공한 것이다. 서정숙 의원의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신현영 의원도 일정부분 수긍했다. 

"의료계에서 의약품 리스트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국이 너무 힘들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정말 그렇다면 다시 그런 제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적인, 근본적인 해결이 아닐까."

이 지점은 대체조제 논란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 처방의약품목록 작성 필요성에 대해 의약사 출신 의원들이 함께 공감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이걸 출발선 삼아 의약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대표적인 의약분업 합의 미이행 사항 중 하나인 '처방의약품 목록작성'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의약간 불필요한 갈등 뿐 아니라 국민불편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사회가 처방의약품 목록을 작성해서 약사회 분회에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은 이미 약사법에 근거 조항이 마련돼 있다. 새로운 입법논의가 필요한 게 아니라 있는 법대로 시행하기만 하면 된다.
 
"DUR 탑재, 이건 좀 처리합시다"=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이날 법안심사과정에서 제안한 말이다. 서영석 의원 법안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체조제 용어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고, '대체조제 DUR 사후통보'를 허용하는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동일성분조제'의 경우 정부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고, 신현영 의원의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분위기는 기술적인 사안인 'DUR 사후통보'를 우선 처리하는 쪽으로 모아졌다.

가장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한 건 남인순 의원이었다. 사실 'DUR 사후통보'는 남인순 의원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줄기차게 필요성을 강조했던 사안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법을 만들어 놓고 대체조제는 활성화가 안됐다. 이걸 DUR 시스템에다 탑재하면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국민들의 불신이나 불안을 해소시키는 부분도 있다. 또 이게 활성화돼서 저가약으로 많이 대체되면 의료비가 축소된다. 여러 가지 일을 하자는거다. 최소한 DUR 사후통보 절차 이 부분은 오늘 처리했으면 하는 의견"이라고 했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는 "(쟁점은) 이미 대체조제하고 그걸 통보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이다. 대한민국이 어떤 사회인가? 시스템이 얼마나 잘 돼 있나: 약국에서 시스템을 통해서 입력하면 심평원이 의료기관에 쏴 주는 것도 빛의 속도로 가능한 게 우리 IT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 부분을 가지고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의약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등의 의견도 있지만 이처럼 'DUR 사후통보'에 대해서는 1법안소위 내 서영석 의원의 우군들이 더 많다. 김성주 의원 제안대로 다음번에 국회가 결론을 내리기로 결단만 한다면 'DUR 사후통보'는 충분히 '넘을 수 있는 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처방의약품 목록관련 약사법 조문

제25조(처방의약품 목록 작성 등) ①의료기관 개설자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처방하려는 의약품의 목록을 그 의료기관이 소재하는 시ㆍ군ㆍ구의 「의료법」 제28조제5항에 따라 설치된 시ㆍ군ㆍ구 의사회 분회 또는 치과의사회 분회(이하 “의사회분회등”이라 한다)에 제출한다.

②의사회분회등은 제1항에 따른 의료기관별 처방의약품 목록에서 품목 수를 적정하게 조정한 지역처방의약품 목록과 그 지역처방의약품 목록의 범위에서 조정된 의료기관별 처방의약품 목록을 해당 시ㆍ군ㆍ구의 약사회 분회에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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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약사회 분회는 제2항에 따라 의사회분회등으로부터 지역처방의약품 목록과 의료기관별 처방의약품 목록을 받으면 해당 지역의 약국개설자에게 이를 통보하여 갖추도록 한다.

④약국개설자가 제2항에 따른 처방의약품 목록에 따라 의약품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그 품목 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으면 의사회분회등과 약사회 분회가 협의하여 조정할 수 있다. 품목 수가 추가되거나 변경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⑤의사회분회등은 제2항에 따른 처방의약품 목록을 변경하거나 추가하려면 30일 전에 약사회 분회에 이를 통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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