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받지 못한 '동일성분조제법안' 제동..."추가 협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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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한 '동일성분조제법안' 제동..."추가 협의 필요"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4.2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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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 제1법안소위 갑론을박 끝에 '계속심사'로 분류
藥 서영석 의원 vs 醫 신현영 의원 격하게 대립
복약지도 시 폐의약품 처리방안 안내 의무화 법안도

대체조제 용어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는 입법안에 제동이 걸렸다. 대한약사회를 제외하고 정부와 의료단체 등이 부정적이거나 신중 입장을 냈던 법안이어서 예견됐던 결과인데, 법안을 발의한 약사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신영석 의원과 의사출신인 같은 당 신현영 의원이 격하게 대립하면서 장시간 진통을 겪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28일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개정안을 심사했지만 논란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계속심사' 안건으로 분류했다. 관련 단체 등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개정안은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대체조제 용어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는 게 하나이고, DUR을 통해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게 다른 하나다.

서 의원은 "대체조제는 환자들이 함량·효능·품질이 다른 의약품으로 바꾸어 조제하는 것으로 오인해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초래되므로 용어를 개선하고, 사후통보 사실여부 논란 등으로 의약사간 오해와 불신이 발생하는 만큼 심사평가원을 통한 사후통보 방식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 발의 당시 취지를 설명했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그다지 환영받지는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용어변경은 관련 제도 당사자 및 국민 등의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으로 분업 제도 이후 지난 20년간 사용된 용어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의사와 약사 간의 수용성이 중요한 사항이므로 심평원을 통한 대체조제 통보 방식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관련 협회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걸 전제로 통보방식은 수용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동일한 약이 아닌데도 마치 같은 약으로 변경해 주는듯한 용어인 '동일성분조제'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환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 동시에 환자를 호도하는 것이다. 약에 대한 순응도 등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의사의 동의 하에 대체조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냈다.

대한병원협회도 "'동일성분'이라는 것은 처방전 내용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다르게 처방할 수 있는 '인정사유 중 한 가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체조제의 요건 중 하나를 제도 명칭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또 "심평원을 통한 통보 시, 의사에 대한 통보가 지연돼 의도와 다르게 의학적 관점에서 부적절한 대체조제가 이뤄졌을 경우 의사가 이를 늦게 인지하게 되고, 의사가 대체조제에 대한 검토‧수정이 필요할 경우에도 이러한 조치 또한 늦어지게 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대한약사회만 유일하게 "동일성분조제에 대한 환자 거부감을 줄이고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개정안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 사후통보 대상을 심사평가원으로 확대 시 사후통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사후통보 여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 의약사간 불필요한 갈등 발생을 방지하고 환자에게 보다 나은 진료와 조제투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날 제1법안소위 심사법률안을 검토한 홍형선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의견은 어땠을까. 홍 수석전문위원은 "현행 '대체조제'와 개정안의 '동일성분조제'는 용어의 서로 다른 측면을 표현한 것으로 제도의 의미나 내용상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구체적으로 대체조제: 행위 측면, 동일성분조제는 대상 측면의 관점"이라고 했다.

이어 "대체조제 제도는 도입 연혁상 의약분업에 수반한 사회적 합의로써 절충적 내용으로 설계된 제도임을 감안할 때,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상당수준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홍 수석전문위원은 또 "심사평가원 DUR시스템을 통한 통보방식으로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으나, 통보기한이 현행 1∼3일에서 2∼6일까지 연장되는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1법안소위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법안을 발의한 서영석 의원과 신현영 의원 간에 격렬한 공방이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출신인 신 의원의 인식은 기본적으로 제네릭은 동일한 약이 아니라는 의사협회의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실제 신 의원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진료하고 처방한 약을 약사가 대체조제하면 의료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약사출신인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등이 서영석 의원을 지원했지만 판을 뒤집지는 못했다. 신현영 의원 입장에는 제1법안소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과 같은 당 김미애 의원이 거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의 공방은 정회 뒤 속개된 오후 회의에도 이어졌지만 결국 합의안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입장 차이만 남겼다. 제1법안소위는 관련 단체 등과 추가 논의를 진행한 뒤 재심의 하기로 하고 '계속심사' 안건으로 분류했다. '서랍속'으로 들어가게 된 셈인데, 언제 다시 꺼내질 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편 폐의약품 처리방법 안내 의무화 등을 담은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의 법률안도 이날 처리되지 못했다. 개정안은 약사가 복약지도를 할 때 폐의약품 처리방법을 안내하도록 의무화하고, 위반 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법률안이다. 식약처장이 매년 폐의약품 수거의 날을 지정해 폐의약품 처리방법 등을 알리도록 하고, 의약품 용기·포장에 폐의약품 처리방법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법안도 환영받지는 못했다. 복지부와 식약처, 대한병원협회 등은 신중검토, 대한약사회와 한국병원약사회는 복약지도 관련 부분 삭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용기 등 표시 관련 부분 삭제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홍형선 수석전문위원은 "폐의약품의 무분별한 배출은 토양‧수질오염이나 국민건강 위해 요소가 됨을 고려할 때, 폐의약품의 적정 처리방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제도의 수용가능성을 감안할 때, 제도를 도입하더라도복약지도 시 폐의약품 처리방법을 안내하도록 하되, 과태료 규정은 두지 않는 방법으로 단계적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1법안소위는 홍 수석전문위원의 검토의견 등을 종합해 수정안을 마련한 뒤 추후 재심사하기로 하고 역시 '계속심사' 안건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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